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는 제목처럼 뻔한 내용이지만...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최대한 흥미있고 빠르게 써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요 ㅎㅎ
이어갑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드립니다...
#1. 인트로
http://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1709270
#2. 만남
반갑게 인사를 하고(인사라고 해봤자 그냥 웃으면서 하이하이 하는것뿐..) 이자카야로 갑니다.
가게가 떠나갈듯 울리는 '이랏샤이마세~' 소리는, 마치 독도참치에 온 줄 착각하게 만들었죠.
해외여행 경험이 몇 번 없던 저는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와 하이볼에 점점 취해갔지요..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제가 주구장창 한국말로 고래고래 떠들어대고 있었고..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그녀는 계속 웃으며 저희둘의 분위기를 맞춰주었죠..
따분해할 그녀를 위해 후배가 중간중간 일본어로 대화를 걸고 하면..
'한국에서 온 니 선배와 만나는 자리니까 나는 신경쓰지 마라'
라는 뉘앙스로 다이죠부를 연발하곤 했죠 ㅎㅎ
그때 느꼈습니다.
후배랑 썸타는 관계는 아니고, 내가 꼬셔봐도 되겠구나.. 하고요 ㅎㅎ
그 외에도 몇몇 행동들을 캐치하며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번역어플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라, 그녀와 커뮤니케이션 할 방법은 거의 없었습니다.
포장마차로 이동해서 꼬치와 생맥주를 먹고,
또 우동집에 가서 우동과 사케를 마시고..
후배와 간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녀도 즐거웠는지, 아니면 직장상사와의 자리라서 그런지 암튼 끝까지 함께했었습니다 ㅎ
이틀뒤에 셋이 또 만나자고 한 뒤에 헤어졌습니다~
만나기로 한 날 오후.. 후배에게 연락이 옵니다.
후배 : 형~ 제가 오늘은 일이 늦어져서 못갈것 같아요. 그녀(앞으로 S라고 할게요)와 둘이 만나세요~
나 : 야 미친~ 말한마디 안통하는데 둘이서 어쩌라고?
후배 : 사실 형 H랑 헤어진거 알고, 소개해 주려고 제가 데리고 왔던거에요. 알아서 잘해보세요~ ㅎㅎ
나 : 고맙긴 한데, 우선 말이 안통하는데 오늘만 와주면 안되냐? ㅋ
후배 : 형~ 저랑은 한국가기 전에 따로 만나요~
전화를 끊고, 약속시간에 맞춰 이틀전 그 곳으로 가서 S를 기다립니다.
먼발치에서 다가오는 S를 본 순간, 첫만남과는 다른 분위기였어요.
그리곤 이런 생각을 했죠..
'아... 오늘 할 수 있겠다'
사실 일본에 떡치고 싶어서 온것도 아니고 인연을 만나러 온 것은 더더욱 아니고...
관광이나 하고, 맛집이나 가서 맛있게 먹고, 성인용품점이나 구경하고 하면서 리프레쉬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었는데요.
S의 분위기 묘한 갸루화장과 단정한 오피스룩은 제 동생을 불끈거리게 만들었던거였습니다...
하지만 S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웃는것뿐이었습니다 ㅋㅋㅋ
'하잇' '소데스까?' '스고이' '다이죠부'
저 4가지 말만 연발했고, 그 외에는 어떤말도 하지 못했죠 ㅋ
영어도 짧은 저와 S사이에는 일본식 발음이라는 장벽 또한 크게 자리잡아 있었고요...
배가 고팠고 돈까스가 너무 먹고싶었습니다.
머릿속 : '니가 아는 돈까스 맛집에 가서 배터지게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
주둥이 : '돈까스 렛츠고?'
그러면 S가 환하게 웃으며 일본식 리액션과 함께 하이톤의 목소리로 대답하죠..
'하---------------------- 잇'
이런 식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 했던 행동들...
도로를 걸을때 의도적으로 도로쪽으로 걷고,
가방 외의 짐(쇼핑백 등)을 들어주고,
식당문 열어서 먼저 들여보내주기 등등..
이런 부분이 굉장히 매너있게 보였던 것 같아서 신기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여자들에게 어필되는 한국남 베네핏이 엄청 많습니다.
요즘에야 오사카 도톤보리나 후쿠오카 나카스 같은데서 한국남들이 스시녀들한테 엄청 껄떡대면서 욕쳐먹고 있긴 한데...
확실히 한류영향도 없지않아 있고, 일본애들한테 없는 그런 남자다움(?)에 대한 플러스요인이 있습니다.
여튼, 어렵게 대화를 하면서..
돈까스도 먹고 요코하마에 가서 대관람차도 타고, 재즈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덧 S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기에, 우리는 연인이 된거라고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있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처해지면 없던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는건 왜일까요?
S에게 이렇게 던져버립니다.
머릿속 : '오해하지는 말고, 일본은 택시비가 비싸고 전철이 끊길 시간일텐데.. 괜찮으면 내 숙소에 가서 같이 있을래?'
주둥이 : '마이 호텔 고~'
지금 생각해봐도 어처구니 없긴 하네요 ㅋㅋ
한참동안 고민하는듯한 S
제 머릿속의 말이 전부 전해지지는 않은 모양이었고, 그냥 한 번 달라는 걸로 받아들였나봐요 ㅡㅡ;
'다메' 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X자를 그리는군요...
그렇습니다..
저의 병신같은 직감은 개나 줘버리는게 맞고, 너무 섣불리 뱉은 말에 후회를 했죠.
결국 S는 택시를 타고 돌아갔고, 저도 숙소로 가며 후배에게 전화를 합니다.
S와 지금 헤어졌는데, 오해할만한 일이 있었으니 상황설명을 꼭 해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다음날 저녁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저는 이 말도 전해달라고 합니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달내로 만나러 오겠다고...'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서점에 가서 일본어기초 책을 사고,
제일 가까운 일본어학원에 등록합니다.
차에서는 일본노래만 듣고, 쉬는 시간에는 일드만 봤습니다.
저에게 있어 일본어는 자기계발이 아닌, 생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ㅎㅎ
후배에게 알아낸 S의 이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제부터 너를 본격적으로 좋아할거야'
그리고 한달 뒤 다시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횽...러브스토리잖여...ㅎㅎ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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