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가서 해야 할 일이 집을 얻는 것인데 당시 3LDK라고 하는 방3개에 리빙룸과 키친이 있는 집을 월세(일본은 전세가 없습니다)20만엔에 구했습니다.복덕방에서는 벽지등을 새로 안하는 대신 나갈때 시키킹이라는 보증금을 다 돌려주겠다고 하더군요.사실 회사의 비용이기 때문에 다 돌려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입주가 급해서 그냥 입주했습니다.
일본의 맨션을 보면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되있습니다(요즘은 바뀐 곳도 많더군요).당시 그 집은 샤워실 밖에 세탁기를 놓고 그 호스를 샤워실로 밀어 넣고 생활하게 되있었는데요....문제는 처제가 놀러 왔을 때 발생했습니다. 한참 세탁중인 호스를 밖으로 빼버리고 샤워실로 들어갔습니다.당연히 호스 때문에 문이 닫히지 않았을테니......세탁기의 물이 바닥으로 넘쳐 났고 다행히 빨리 발견하고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30분정도 지났을까 ?
벨이 울리더군요.나가보니 아래층사는 사람이랍니다.물이 샌다고....
가보니 정말 그 집 샤워실 밖 천장으로 물이 샜더군요...그리고 천장 벽지는 예전에도 샌듯한 자국들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하겠다는 말을 하고 올라왔습니다.그 때는 몇 천엔,아니면 몇 만엔 정도 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주 아랫 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내려가 보니 장인 이라는 분이 자기 집이라며 손해 배상액을 적은 종이를 주더군요. 내역을 보니 건물 안전 진단비 40만엔, 자신이 이 일 알아보느라 일을 못한 비용 4만엔(일당이 약 만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새로 집 전체 도배하는데 15만에 정도 해서 전부 60만엔정도를 청구하더군요.
그 때는 일본에 간지 얼마 안되던 때라 상당히 당황 되었습니다.
벌어진 입을 우선은 다물고 침착하게 "알았습니다"하고 올라왔죠.
다음주에 연락이 오는 겁니다.어떻게 되었냐고....
저는 "60만엔도 좋지만 더 드려야 할지도 모르고 제가 일본을 잘 모르니 실례없이 일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주 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일본인 친구나 동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모두 '터무니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
집에 있던 4천엔 짜리 양주를 들고 그 장인을 찾아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9,900엔을 주었죠.놀라더군요.
"내가 일본에 와서 남에게 민폐를 끼쳤는데 100만엔이 나올지 200만엔이 나올지 모를 일에 당신의 아량으로 적당한 금액을 주고 마무리 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일로 당신이 60만엔을 내라는데 어찌하는 것이 좋을지 이 단지의 일본 분들에게 한집 한집 찾아다니며 물어 보고있다.그리고 내가 지금 주재원 신분이기 때문에 그냥 합의에 의한 지불 보다는 재판을 통해 주는 것이 회계처리에도 좋을 것같다.
그런데 변호사가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하면 불리 해지니 일단 9,900엔을 지불하고 그 쪽에서 민사소송을 걸게 해라 그러면 정확한 금액을 소송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고 한다.불편하시겠지만 민사소송을 걸어달라"고 말했지요
이 양반 깜짝 놀라더니 지금 어디서 일하냐고 하더군요.회사는 어디이고 지금은 협력처인 회사에서 1년간 연수겸 일하고 있다고 했더니 "와~엘리트네...자...그건 뭐 이 걸로 만족 한다"..하면서 9900엔을 받고 갑자기 친절 모드로 돌입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이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리 급변했는지 아시겠습니까?
아마도 제가 주변동네 사람들에게 한사람 한사람 묻고 다닌다는 것이 가장 무서웠을 겁니다.일본인들은 동네에서 나쁜 소문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지요.
동네에서 "어머 저집 누가 윗집에서 물을 흘렸는데 60만엔을 달라그랬다며...쑥떡쑥떡..뭐 집 전체를 다 새로 도배해야 한다고 했다는데...."하고 다니면 정말 곤란하죠...^^
또하나 제가 당시 연수 받던 회사는일본내에 영향력이 대단하죠,누구나 와~하는.....그런 회사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고 하고 그 회사의 변호사에게 물어봤다고 하니 더이상 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물론 다 지어낸 이야기입니다.회사 다니는 내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다닐 수도 없고 변호사에게 까지 물어볼 이유도없고...
이 집에서 한 4년 잘 살았습니다.동네도 좋고 아이들도 잘 커가고,그러다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가기로 하고 집을 알아 봤더니 집 바로 옆에 큰 공원이 있는 최신 맨션이 있더군요.그래서 이사를 갔습니다.
살던 집의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보증금은 야칭(월세)의 2배로 보통 1개월치는 수리비로 떼고 1개월치를 돌려 받는다더군요.저는 수리 안된 집에 들어 갔으니 2개월치가 다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사가고 난뒤 복덕방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자신들은 빠질테니 전에 살던 집주인과 직접 보증금 돌려 받는 것을 의논하라더군요.조금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그러더니 팩스가 왔습니다.내가 이사간 뒤 집수리하는데 80만엔 들었으니 시키킹 40만엔과의 차액인 40만엔을 지불하라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일부 못된 일본인들 중에 외국인들을 만만하게 보고 사기치려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일본주재 5년차의 저에게 사기를 치려하다니..주변에 물어 보고 이번에는 진짜 회사의 계약변호사와도 통화하고..결론은 "주택임대는 임대인의 비지니스이기때문에 수리를 하든 뭐를 하든 임대인의 비용으로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그리고 "시키킹은 원래 임차료를 내지 못할 경우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다 돌려 받는 것이 원칙이나 일본에서 관례상 1개월치만 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할머니더군요.영국에 거주하면서 임대료로 생활을 하는데 "자신주변에 한국인 친구가 많아서 한국사람을 좋아한다"는 뻔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사실 돈이 더들었는데 당신 생각해서 싸게 해주었다.당신입주할때 새로 싹 고쳐 주었는데 무슨 소리냐,증거가 다있다"(수리비청구서)는 이야기였습니다.
더이상 대화할 가치를 못느끼겠더군요 .싸울 필요도 없고 그래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나는 주재원 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키킹은 받아야 된다.
차라리 재판에 의한 지불이라면 회계상 처리가 되니 당신을 상대로 재판을 걸겠다.
그리고 당신의 집은 동경주재 외국인 주재원 협회에 등록을 해서 불량 물건처리가 되게 하겠다.영국에 사는 당신이 재판 출석하려면 불편하겠지만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기 바란다. 몇월 몇일 몇시 까지 지정된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기를 바라며 그 시간이후에는 입금을 하더라도 소송을 할 수 밖에 없음을 양해바란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전화가 오더군요 영국에서..........
40만엔 추가 청구는 없던 걸로 할 테니 시키킹은 포기해 달라는 .....
그래서 "포기 하려해도 회사돈이니 재판을 통해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초조했습니다. 재판을 걸려면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니 말이죠.......
그리고 동경주재 외국인 주재원 협회라는 것은 있지도 않은 것이고...........
물론 회사 비용으로 처리가 되는 부분이었지만 괘씸해서 그냥 넘길 수 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 통장을 들고 은행에서 찍어 봤습니다..정확히 10분전에 입금이 되었더군요.
목조건물이 아니라면 건물하자에 대한 책임을 건물주가 해야됨
작성자님과 다니면 절대 손해볼일없을듯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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