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이 있던 근무썰들을 너무 재밌게봐서
저도 한번 미흡한 실력이지만 끄적여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녀석은 무슨 얘기인가 하고 봐주세요.
글을 쓰기 편의상 반말로 작성하였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족사다. 그렇다.
구두 파는 사람을 말한다.
원래는 족쟁이, 구두쟁이 이런 식으로 부르는데
판사, 검사, 변호사 처럼 사짜 들어간 간지나는
직업으로 탈바꿈 시켜서 족사라고 부른다.
솔까 간지난다고는 못 느꼈다.
내가 생각하는 족사의 사짜는 버스기사, 택시기사 같은
그런 느낌의 사짜였으니까...
물론 기사분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꽤나 다양했었는데
백화점 빅3는 모두 경험해봤다.
대한민국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 뭐였냐면,
전혀 다른 그룹인데도 꼽질과 대우는 비슷하다는거다.
이런 것도 서로 벤치마킹하나 싶을 정도였다.
백화점 근무라고 하면 야부리 잘 트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알고들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야부리를 잘 트는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하면 거의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
나는 구두를 판매하는 직업을 선택했었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기는 개뿔..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요즘들어서는 참 많이 후회스럽다.
어린 나이에 나는 말년병장 휴가 때 면접을 봐서
제대 한 당일 하루만 쉬고 다음날 바로 출근을 했다.
집이 어려웠던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했나 모르겠다.
브랜드를 언급을 해가며 써야 편할 것 같은데,
이게 또 사람들의 일이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A,B,C 알파벳으로 대체해서 써야할 것 같다.
나는 나름 명문(?)의 브랜드로 취업을 성공하여
첫 출근부터 무슨 대기업 출근하는 것처럼 유난을 떨면서 출근을 한
어줍잖은 기억이 난다.
백화점 오픈시간은 10시 30분 인데,
직원들은 한시간 전인 9시 30분전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
직원 전용통로가 마련 되어 있는데
이 통로에는 직원 명찰을 확인하는 보안요원이 있다.
허우대는 멀쩡하나 빈강정같은 요원이 많다.
보안요원에 대한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스핀오프식으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직원 출입 전용통로 입구 앞에서는
김밥을 판매하는 아줌마들이 두세팀 정도 있다.
당시 참치김밥이나 고추김밥 같은 것들은 1500원 정도
일반 김밥은 1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김밥헤븐 같은 곳은 2500원에서 3000원 했었다.
무척 저렴하고 맛도 좋아서 출근길에 김밥을 두줄에서 세줄 정도 산다.
혼자 매장에서 쳐묵할 수 없으니
매장 직원들이나 친한 동료들과 나눠먹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매장의 직원들의 근무수는 3명 정도 이고,
여기서 4명이나 5명까지 근무할 수도 있다.
매니저(꼰대), 부매니저(둘째), 막내(만식이) 정도가 일반적이다.
간혹 사인이 안맞으면 김밥만 열줄 정도 생길수도 있다.
이럴 땐, 매장 막내들이 점심시간에 라면과 함께 김밥 짬처리를 진행한다.
막내들은 출근 후 컴터 키고, 불 키고, 한손에는 걸레와 다른 한손에는 담배를 들고
유유히 흡연장으로 간다.
백화점 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 독일이 유대인을 죽였을때 사용되었을 것 같은
조그마한 상자같은 비좁은 흡연실을 준비해 두었다.
10명 정도 들어가면 정말 화생방 훈련이 따로 없다.
가끔 돈이 없어서 담배가 못살 때
흡연실로가서 라마즈 호흡법으로 3번 정도 하고 오면
니코틴 충전은 확실하게 된다.
흡연 후 직원 전용 화장실로 가서
한번도 비누칠을 하지 않아서 쉰내가 나지만
담배냄새로 그 냄새가 가려진 걸레에 물을 묻히고
매장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구두랑 매장 전반의 먼지를 제거한다.
청소를 하다보면 어느 덧 10시 정도되는 데,
이때 쯤 매장
백화점 담당자라고 하는 백화점 직영사원들이 나온다.
대부분 과장급으로 매장을 파트별로 나눠서 관리하는 관리자라고 보면 된다.
판매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협력사원으로
본사에서 나온 판견근무 또는 판매 대리인으로써 확실한 을의 위치에 있는다.
관리자를 잘 만나면 편하고 좋은 백화점 생활을
반대인 경우에는 참 뭣 같은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10시에는 모두가 모여서 조례를 하게 되는데
심플하게 관리자 이거 하지마, 저거 하지마
이거 해놔, 저거 해놔 이따 검사할꺼야 하는 내용이다.
도대체 왜 반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는데
협력사원에게 잘하자 라는 플랜카드가 사무실에 버젓이 붙어있는데도
그건 한글이 아닌 지 인식 못하는 관리자들이 수두룩 했다.
조례가 마치면 다시 매장으로 복귀하여 용모 관리에 들어간다.
나이가 있는 형들은 입고 있는 정장 바지에 분무기로 살짝 뿌리고 서있는다.
이러면 바지의 주름이 살아진다.
젊은 친구들은 왁스나 스프레이로 머리를 손질하고
구두에 광을 낸다.
혹시나해서 다시 한번 말한다.
이건 호빠 경험 썰이 아니라 백화점 근무썰이다.
10시 30분이 되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백화점의 모든 문이 오픈한다.
이 음악을 맞이하며 들어오는 사람들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
음악에 몸을 맡기고 너무나도 자신이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듯
행동하는 오픈시간에만 오는 모닝또라이형(꼭 오픈시간에만 온다. 물론 구매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픈하는 음악에 맞춰 90도로 인사하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그 시간이 지날 때까지
못들어오고 밖에서 눈치를 살피는 공개수배형,
부담? 그런 거 난 모르겠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속보로 이동하는 순간이동형 등이 있다.
오픈인사가 끝나면 각 매장의 둘째들의 흡연타임이 된다.
옆 매장이나 앞 매장 둘째과 눈맞춤 후 손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이면
여기저기서 콜 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둘째들은 2분 이내에 사라진다.
참고로 둘째들은 가스실(흡연실)로 안가고,
외부에 있는 편의점으로가서 비싼 음료를 쳐들고
담배를 쳐피고 나타난다.
물론, 필자도 둘째 때 담배 쳐피고 들어왔다.
인생은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꼬우면 짬차던지... 진급하면 된다...
11시 정도가 되면 매장의 꼰대들이 등장한다.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얼굴을 항상 인상쓰고 있었다.
첫 마디는 전 브랜드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어제 얼마했냐?"
그렇다 꼰대들은 출근을 안하던지 일찍 퇴근해서
매장 매출을 문자로 보고해도 쳐 보지도 않고
다음날 인상쓰면서 전날 매출을 물어본다.
그럴꺼면 왜 문자로 보고하라고 하는지도 참 의문스럽다.
전날 주문을 받은 상품을 타 지점에서 구하는 행위를 대봉친다 라고 하는데
오늘의 대봉은 몇개인지?
수선에 대한 건 특이사항을 전달해주고 나면
꼰대는 점심 쳐먹으러 가신다. 이 말과 함께..
"본사에서 전화오면 백화점 관리자랑 프로모션 협의중이라고 전해"
저 대사가 나오면 백퍼 빠찌장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아니면 리니지를 하던지.. 가끔 낮거리를.. 쿨럭쿨럭..
무튼, 꼰대가 사라지면 막내들도 밥 먹으러 출동을 한다.
둘째가 "20분 줄테니까 후딱 먹고와" 라고 하면,
당시에는 꽁지가 빠져라하고 후다닥 먹고 피우고 싸고 닦고 왔다.
20분이지만 실제로 걸리는 건 30분 내외 정도다.
순간 급똥이 마려워 40분 정도 걸리면
둘째가 인상 겁나쓰고 있는다.
이때, 눈치가 엄청 보이긴 한다.
다들 밥 먹으러 갔는데 나 혼자서 외롭게 가야 한다며..
희한한게 둘째도 점시 쳐먹으러 나가면 1시간이상 소요된다.
막내는 오후 2시까지 혼자 있는다 보면 된다.
둘째가 밥 쳐먹고 매장 복귀하면서 하는 첫 개소리는
"개시했냐?" 다.
개시를 한 상황이라면
"오, 만식이 가서 담배하나 피우고 와"
개시를 못한 상황이라면
"니가 캡스직원이냐? 족사면 구두를 팔아야지, 구두를 지키고 있냐?"
라고 개소리를 시전해주신다.
참, 갈구는 법도 다양했다.
굉장히 드문 일이지만 간혹 이런 일도 있다.
매장에 악어가죽이나 타조가죽 같은 고급소재로 만든 프리미엄 구두를
진열해놨는데 이걸 판매해서
오전인데 일 매출이 300 정도 된다면..
둘째는 꼰대에게 보고하고 이 소식을 들은 꼰대는 관대하게 말한다.
"만식아, 퇴근해." 라고...
필자도 이건 몇번 경험해봤는데...
이게 가평 잣 같은 경우가 된다.
안가면 왜 안가냐고 핍밥을 받고 가면 진짜 가냐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참고로 필자는 거구이며, 심지어 운동을 좀 한 사람이라 이런 거 안참는다.
라고 밑밥을 깔아놓은 상태여서 항상 눈치없이 일퇴 (일찍퇴근)을 즐겼다. ㅋㅋ
개시를 한 상황이면 마음이 좀 편안하다.
오늘 내가 한사람의 몫을 해냈구나 라는 안도감도 생기고
두번째 판매할 때도 자신감이 붙어서 승률이 좋아진다.
개시를 못했으면 꼰대는 인상을 쓰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면서 둘째와 막내를 갈구기 시작한다.
매장이 더럽다. 이러니 개시가 안되지.
둘째 옷이 구겨졌다. 저러니 개시가 안되지.
막내가 못생겼다. 그러니 개시가 안되지. 등등
처음에는 유머러스하게 갈구다가 3시가 넘어서도 개시가 안되면
똥줄이 타들어가며 신랄하게 갈구기 시작한다.
3시부터 6시까지는 피크타임으로
아줌마들이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집에 밥하러 들어가기 전에
쇼핑 좀 하고 들어갈까하는 타임이다.
이 때 매출을 놓치면 매장 박살 나는거다.
세명이서 앉았다 일어나면 무조건 60만원씩 올라간다.
몇번 앉았다 일어났는지가 관건이다.(이때, 내 도가니를 잃어버린 듯 하다.)
그래서 초반 매출이 중요하다.
초반에 꽝치면 스타트 라인이 달라지는거다.
같은 피크타임이라도 0에서 시작하냐 50에서 시작하냐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본사에 보고해야 할 상황 때문이다.
아무리 친하고 의리있는 타 브랜드 형, 동생일지라도
결국은 경쟁자고 이겨야 할 상대이다.
불꽃같은 피크 타임이 끝나가고
매장 마무리할 시간이 되가면 막내들은 전 브랜드를 돌면서 자료수집을 한다.
"오늘 얼마하셨어요?" 매출 구걸을 다니게 된다.
매출 좋은 곳은 기분 좋게 "300!!" 이런 식으로 말해주고
아닌 곳은 인상쓰면서 "절루가라" 라고 합니다.
매출을 집계해서 본인들의 브랜드 전산에 동업계매출이라고 작성한다.
여기서 당일 매출이 1등하면 기분 좋게 소주 한잔하는거고
꼴등하게 되면 기분 나쁘게 소주 한잔한다.
무조건 소주는 마신다. ㅋㅋ
다만 그걸 기분 좋게 마시느냐, 나쁘게 마시느냐의 차이일뿐이다.
꼰대는 오늘의 잘한점부터 시작해서 라떼는 말이야로 얘기가 끝나고
형은 고생했다, 마시자. 라는 말만 한다.
필자로 형으로 남고자 많이 노오력 하고는 있으나 때때로 라떼를 마시고 있게 된다.
공대 출신의 군필자라면 어쩔 수 없긴 개뿔..
내가 꼰대라니.... ㅠㅜ
무튼, 족사의 하루 일과는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매일이 반복되는 여느 회사가 같겠지만
가끔 소방점검이나 재고조사 때만 힘들게 할뿐이다. 라는 개소리는 접어두고
판매직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만 있다.
어제 얼마 마감해서 오늘은 얼마 신장하고 있다.
그래서 주말, 평일 경계가 모호하다.
손님이 많으면 주말, 없으면 평일 정도의 개념.
오래 근무한 사람일수록 새해 개념이 없다.
예를 들어 12월 31일이 화요일이면
1월 1일은 그냥 수요일뿐이다.
백화점이라는 폐쇄된 장소에서 햇빛조차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심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져 있다.
손님이 우산들고 다니면, 비오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진상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멘탈이 하루에도 몇번씩 탈탈 털리곤 한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일을 마치면 거의 매일 술을 마시러 간다.
나는 족사다. 오늘도 난 소주 한잔하러 간다.
감사합니다.
반응이 좋으면 2탄은 다른 백화점썰로 나타나보겠습니다.
물론, 횽들이 좋아하는 백화점 협력사원들끼리의 썸타는 상황과
술자리를 만드는 방법 정도의 썰 정도겠네요.
술자리는 다른 자리도 마련하기도 하죠. 훗.
그럼 20000.. 총총..
홧팅
중간까지 읽다가 밥 묵으러 가야해서..
밥 묵고와서 나머지 읽을게요!
그리고 쉬는거 화장실가는거 다 보고해야하고ㅠ ㅠ 정말 다리아파 울고싶었어요
백화점 행사있음 그 행사 도와줘야하고..
꼰대라니....내가...꼰대라니...
인정해야합니다..
백화점이라 캅니다
홧팅
중간까지 읽다가 밥 묵으러 가야해서..
밥 묵고와서 나머지 읽을게요!
착한 횽아들 진짜 많네요. ㅠㅜ
이런 직업썰 짱입니다
탠디.소다.닥스 셋중 하나 맞으신가요?
요즘 직원들 그렇게 하면 큰일나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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