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GP 총격 사건을 보니, 제가 군생활하던 시절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저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경기도 파주 지역 전방 사단에서 소대장 및 정보장교 근무를 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그냥 홍수 때 떠내려온 북한군 지뢰나 좀 찾으러 다니고, 임진강에 쓸려내려오는 북한군이나 민간인 수색이나 하고 뭐 그런 정도...
떠내려온 북한군이 빨리 우리 군에 발견되지 않고, 어디 경찰 방범 초소 같은데로 살려달라고 제발로 찾아가면 그 지역 경계근무 서던 군인들은 완전 x되는 거거든요. ㅎㅎ
반면에 같은 시기에 동부 전선 근무했던 제 동기들은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완전 실무장을 하고서 북한 잠수함 공비들 찾아다니면서 실전을 치뤘으니까요.
얼른 생각나는 일화 하나는...
저랑 같은 대학 학군(ROTC) 동기 중에는 조금 체력이 좋았는지, 하필 특공연대의 소대장 뭐 이런거 배치 받아서, 무장공비 사건 당시 자기 구역 산 계곡들 찾아다니면서 동굴 비슷한 것만 보이면, 다 수류탄 까서 던져 넣고 다니는 임무를 맡은 녀석이 있었는데요.
한 번은 밖에서 보기에 굉장히 깊어 보이는 동굴이 있어서 수류탄을 있는 힘껏 던졌는데, 아뿔사 실제로는 별로 굴이 깊지 않고 바로 암벽으로 막혀 있었나봐요.
던진 수류탄이 딱 소리와 함께 밖으로 튀어나오더래요.
그래서 '엎드려~~!!' 한마디와 함께 전소대원이 다 잘 피하기는 했는데...
사실 수류탄이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화력이 크거든요.
맨 앞에서 수류탄 던졌던 제 동기는 결국 고막이 나갔어요.
바로 군병원으로 후송되고, 한참 치료받고 전역할 때쯤 겨우 퇴원해서 자대로 돌아갔더니, 자기 보직도 없고... 일도 안시켜주고... 그냥 그렇게 빈둥거리다가 군생활 끝... ㅎㅎ
또, 학군 동기는 아니지만, 저랑 국딩, 중딩 친구 중에 당시 기무사(?) 혹은 정보사(?)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 아버지가 전두환 시절이던가... 어디 서울 시내의 구청장도 하시고 뭐 좀 끝발이 있었던지라, 대게 이런 친구들이 군대가면 기무사 같이 완전 후방 특수부대 운전병 이런거 많이 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하필 공비가 넘어왔으니, 자기가 모시던 기무사 중령 혹은 대령 모시고 강원도 전방까지 간거죠.
그런데 작전 중 날이 어둑어둑해지니까, 특전사 상사 한 명이랑 팀을 짜서 참호를 파고 들어가 있었는데...
하필 바로 그 참호 앞으로 북한 공비가 온거에요.
특전사 상사의 신호와 함께 둘이서 K-1 총을 풀로 당겼고, 실제로 그 공비를 사살했습니다.
그 후 이 친구도 병원으로... 자기가 군생활하면서 실제 전투에 투입되서,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으니까요... 그냥 그렇게 병원에서 군생활 마쳤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발생했던 사고와 거의 동일한 패턴의 GP 총격전을 경험한 대학교 학군 동기가 있어요.
다른 점은 총격전이 실제 치열한 전투로 발전했었다는 점... ㅎㅎ
그 친구 근무지가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 였을거에요.
하필 GP 소대장...
참고로 GP는 Guard Post의 약자, GOP는 General Out Post의 약자입니다.
GOP는 비무장지대 밖의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것이구요.
GP는 아예 휴전선 철책 넘어서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 있는 초소에요.
세상과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바로 저기 앞에 북한군 GP가 보이는 그런 곳이죠.
그 날도 오늘 사건처럼 북한군 GP에서 '땅' 크게 한 발의 총성이 들리고 우리 GP에 박히더래요.
그래서 소초원들이 놀라서 제 동기 소초장에게 보고하고, 망원경으로 북한군 GP를 관측해보니까, 그쪽도 놀래서 막 허둥대고 우리쪽 GP를 망원경으로 쳐다보고 그러더래요.
딱 보니까, 북한군이 자기들 기관총 유지보수한다고 닦다가 오발된 것 같았는데...
그런데 문제는...
그 당시가 바로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였거든요.
그래서 전방 GP, GOP 말단 소대장들에게 무슨 지시가 있었냐하면, '선조치 후보고'라는 오더가 막 내려오던 시절이었어요.
상급 지휘관, 상급 부대에 '북한군이 총 쏘는데 우리도 쏠까요?' 뭐 이런 통신하다보면 중요한 시점을 다 놓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실제 이런 바보같은 실수로 무장공비 사건 때도 우리군쪽에 꽤 사상자들이 많았습니다.
북한군의 오발 총격으로 야간근무 후 오침에서 막 깬 제 동기는 잠도 제대로 못자서 짜증나고... 맨날 위에서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한 것도 있고... 원래 또 교전수칙이 저쪽에서 한 발 쏘면, 우리는 두 발 쏴줘라... 뭐 이런 것도 있고... 그래서 소대원에게 이렇게 지시했답니다.
'야! 우리도 두 발 쏴'
그래서 북한군 GP를 향해서 '따당~~' 두 발 쐈다네요.
그러니까 이 때부터는 북한군이 '다다다다' 기관총을 제대로 쏘고, 역시 우리쪽도 마찬가지로 기관총 제대로 쏴주고, 그러니까 북한군이 박격포도 쏘고 무반동총도 쏘고 그런 모양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요. 우리도 할 수 없이 똑같이 박격포, 무반동총 뭐 되는대로 다 쏴야죠.
참고로 GP에는 기관총, 박격포, 무반동총 등이 평시에도 다 북한군 GP를 향해서 이미 다 고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사시에 그냥 훈련한대로 격발하기만 하면 되요.
물론 북한군도 마찬가지라서 서로 벙커에 들어가서 화력전을 펼쳤는데...
북한군 무기나 사격 거치는 제대로 안되어 있었는지, 우리쪽 벙커는 비교적 무사하고 말짱...
반면에 북한군 GP 벙커는 x박살...
그래서 제 동기가 졸지에 완전 부대의 영웅이 되었어요.
여기저기 주요 방송, 일간지 신문 뉴스에 보도자료 다 뿌려지고...
(물론 내용이 약간 각색이 되어서... 위의 기무사 운전병 친구도 소속 부대 등이 약간 다르게 언론 등에는 발표되더군요. 항상 군 발표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뭔가 각색된 내용으로 발표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도 부대에서 말뚝 박으라고, 이 정도 전투 경험이면 반드시 별 달 수 있다고, 전역하는 순간까지 대대장님, 연대장님께 시달림을 당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오늘 GP 총격 사건을 뉴스로 보니 옛날 군생활 하던 시절 생각이 나서 끄적여봤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크게 바뀐 것이 없는 대한민국인 듯 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25사단 70연대 3대대 근무했었어요.
경기도 파주 적성면 식현리 혹은 두지리, 임진강 장남교 격오지 소대 근무하신 분들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
두지리 어촌계장 임권상씨네 메기 매운탕이 유독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임진강 벼락바위침투)
포상받고 2달 휴가가는거 보더니 그때부터 제대할때까지 여기저기서 다들 엄청 쏘더군요 ㅎㅎ
서쪽에도 잼있었네요
GP에는 박격포가 없습니다
그리고 포탄 떨어지면 반경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그걸 gp에서 아무렇지 않게 쏜다구요? 그거 북한 gp에 쏘면 뉴스에 헤드라인으로 나올 겁니다. 수류탄도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구요? 소설 그만 쓰시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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