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모님 모시고 낚시 즐겁게 즐기고 집 근처 고기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전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이를 3개나 뽑으시고 임시로 의치를 끼셨다고 보여주시더군요.
최근들어 급격하게 늙어가시는 두 분 모습과 함께 빠져버린 아버지의 이를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큰 덩치에 건강만 하실줄 알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요즘 들어 무참히 깨지고 있는것 같아서
말 없이 소주만 마셨습니다. 그러더니 아버지께서 겸연쩍께 웃으시면서 말씀을 하십니다.
원래는 이번주에 에어컨을 사려고 했는데 내가 이렇게 이를 빼고 하는 바람에 그 돈이 그대로 병원비에
갔다고... 일단 올해는 환기 잘 시키면서 선풍기로 버텨야겠다고 하십니다.
노인네..올해는 어느해보다 덥다는데 무슨 말씀이신지...그 자리에서 바로 제가 사드릴께요. 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매달 대출원리금 상환, 외벌이, 발레하는 둘째 딸래미의 뒷바라지, 공부잘하는 첫째 아들의
공부교재비 등등... 와이프는 현명한 여자라 저의 월급으로도 많은걸 해결하면서도 때 맞춰 시부모님께
선물도 하지만 갑자기 2백만원 가까운 지출을 제가 지른다면 얼마나 당황할까요. 잘 알기때문에 조용히
아버지 잔에 소주 채워드리면서 식사 자리를 끝냈습니다.
집에 가서 잠에 들려고 누우니 아버지의 그 멋쩍은 미소가 내 콧등을 쎄게 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생놈은 아직 결혼을 안해서 자금이 조금 여유있는지 부모님께 때때로 통 큰 지출을 하기도 해서
혹시 나눠서 하자고 해볼까 고민했지만 형으로써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게 큰 불효를 하는 느낌마저 들었죠. 다음 날 출근해서 제 비상금을 좀 봤습니다.
정확히 145만원 있더군요. 인터넷으로 최저가로 쓸만한 걸 보니 125만원짜리 에어컨이 보였습니다.
아....그리고나서 구매버튼을 누르기까지는 그 날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왜 저는 고민을 했을까요? 아직 자식 된 놈으로써 도리를 다한다고 떳떳이 말을 하고 다닐수 없는 놈임에
분명합니다. 구매버튼을 누르고 와이프 모르게 해야하니 카드 할인혜택도 포기하고 계좌이체로 결제까지
완료했습니다. 그제서야 조금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서 어머니께 전화했습니다.
내일모레 에어컨 갈테니 집에 계세요.
왜 그랬냐 우리 그냥 선풍기도 충분한데.....
와이프 몰래 하는거니까 그냥 샀네마네 하지마시고 설치받고 쓰세요.
고맙다.
(수화기너머 아버지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맙다아아아아~~~
싸구려 에너지효율등급 4등급짜리 캐리어에어컨...(백색가전은 엘지라는데..ㅋㅋ) 이거 하나 사드리는데
한참을 고민했던 이 시대 불효자가 쓰린 마음 풀어내고 싶어서 글 풀어봤습니다.
형님들 이번 주말엔 아부지와 소주 한 잔 어떠신지요?
추천드립니다.
이버님 어머님 만수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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