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4년새 2.4배로
텔레그램 '야차 영상 공유방'에 올라온 영상. 중·고등학교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강압에 못 이겨 가해학생들과 싸우고 있는 모습들이 담겼다. 오른쪽에 한 학생이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텔레그램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의 한 빌라 옥상. 초등학교 6학년 A양이 같은 학년 B에게 뺨을 20여 차례 맞았다. 옆에 있던 학생 C는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B와 C는 A가 맞은 게 게임 벌칙이라고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상대에게 맞는 일명 ‘퐁당퐁당 게임’이다. 하지만 주로 힘이 약한 학생을 때리는 일종의 학교 폭력이었다. 이를 지켜본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의정부경찰서는 조사에 들어갔다.
놀이를 핑계로 또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늘면서 경찰에 접수되는 학교 폭력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 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8568건에서 2025년 2만357건으로 4년 새 2.4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학교 폭력으로 검거된 인원도 1만1968명에서 2만411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래픽=양인성
올해 들어서도 학교 폭력 피해자는 느는 추세다. 교육부가 올해 4~5월 전국 초4~고3 학생 39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2.9%였다. 학생 100명 중 3명꼴로, 1년 전(2.5%)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피해 유형은 언어 폭력(37.8%), 집단 따돌림(17.1%), 신체 폭력(15.7%), 사이버 폭력(7.0%) 순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언어 폭력과 사이버 폭력 비율은 각각 1.2%포인트, 0.8%포인트 낮아진 반면 신체 폭력은 1.1%포인트, 집단 따돌림은 0.7%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학교 폭력은 폭력을 ‘놀이’로 포장하고, 그 장면을 SNS에 퍼뜨려 2차 가해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규칙을 정해 일대일로 싸우는 ‘야차룰’도 마찬가지다. 길거리 싸움에서 유래한 야차룰은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에게 스파링을 강요하거나 ‘싸움에 동의했다’는 각서를 쓰게 한 뒤 폭행하는 식이다. 폭행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텔레그램 등에서 사고팔기도 한다. 폭력을 ‘합의된 싸움’이나 ‘벌칙 놀이’로 포장한 뒤 폭행 장면까지 SNS 콘텐츠로 소비하는 것이다.
‘야차룰’ 학교 폭력이 퍼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일선 학교에 ‘신종 학교 폭력 스파링·야차룰 예방 안내’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로 동의한 싸움이라도 학교 폭력에 해당할 수 있고, 폭행 장면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변종 학교 폭력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 교사 이모(37)씨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한 게임인데 왜 문제 삼느냐’며 폭행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집단 따돌림도 SNS와 결합해 학교 밖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 사는 D(15)군은 중학교에 입학한 뒤로 SNS 단체 대화방에서 지속적으로 폭언을 들었다. D군 신상 정보와 비방 내용을 담은 이른바 ‘저격 게시물’도 잇따라 올라왔다. 결국 D군은 학교를 옮겼지만, 당시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등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시작된 괴롭힘이 하교한 뒤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되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학교 폭력 사건 가운데 명예훼손·모욕 비율은 2016년 2.4%에서 지난해 12.9%로 5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학교 폭력이 벌어지는 공간과 수법이 함께 확장됐다고 분석한다. SNS를 통해 언제든 상대를 괴롭히거나 폭행 영상과 비방 글을 퍼뜨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딥페이크 같은 기술도 학교 폭력 수단으로 악용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SNS 이용 시간과 폭력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는 등 아이들이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교 폭력이 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형법상 만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법무부는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소년 등에 한해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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