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골길로 간다.
시골 가는길은 항상 나를 감상에 젖게 한다.
어릴적 수많은 추억들을 함께한 시골길을 지날 때면 문득문득 그때 생각에 혼자서 히죽이죽 웃기도 한다.
중학교2학년때 돈이만오천원을 손에 쥐고 친구랑 같이 메이커운동화를 사러 간다고 해남읍내에 가다가 영수학원다니던 형들을 만나 해남서초등학교 화장실로 끌려갔던 기억
내친구는 돈 삼천원을 주고 한 대도 안맞고 나는 이만오천원 안뺏길려고 입안이 다 터지더록 맞고, 운동화를 사들고 친구랑 떡볶이를 먹으면서 입안이 시렸던....
(그때 삥 뜯었던놈 이글 보고 있으면 미안했다고 한마디만 써라)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오락하다가 막차를 놓쳐서 아버지가 읍내까지 태우러 오셨던 기억...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집에 왔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마냥 좋다고 꼬리치며 달려오는 릴리(발바리 잡종)까지 내마음을 너무 푸근하게 해준다.
모든 부모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시골에 사시면서 유일한 낙은 자식들 얼굴 보는 것일 것이다.
아무리 농사일이 힘들어도 자식들 온다고 하면 마냥 힘이 나시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팔남매 장남이셨고 어렸을적 너무 가난해 남의집 머슴살이 까지 하셨다.
그 가난을 극복하시려고 월남전에 참전하셨었다. 어릴적 종종 월남 이야기를 해주곤 하셨는데 지금은 아버지도 월남에 대한 기억이 많이 지워지셨나 보다.
얼마전 아버지는 타이어를 바꾸러 해남읍에 있는 타이어 전문점에 갔다 오셨는 모양이다.
타이어를 바꿨는데 휠까지 바꾸셨다고 자꾸 이야기 하신다.
아버지는 바꾼휠을 농사일에 쓰시려고 가지고 왔다면서 거기 직원이 안주려고 하는걸 받아 왔다고 했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자식인지라...
휠이 어떻게 돼서 바꿨나하고 천천히 살펴봤다.
어디 둔턱에 찍은 거면 자국이 있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너무 깔끔하다. 마치 가락엿에 곱게 찍힌 이빨자국 처럼
최근 보배드림에서 이슈가 됬던 휠꺽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아버지랑 차를 타고 장보러 가는길에 이야기를 했다.
나는 왜 휠이 하나 망가졌으면 그것만 갈면 되지 4짝을 다바꿨냐면서 타박했다.
혹시 일부러 망가뜨리고 그런 것 아니냐며 핀잔도 주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신다. “적은 돈에 인생 배웠다고 생각해야지”
나는 이말을 듣고 정말 너무 화가 났다.
왜 지금껏 이렇게 열심히 살아오시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70대 노인이 저런놈들한테 인생을 배워야 하지 하는 생각에 ..
그날밤 잠이 오지 않는다.
인실좆을 시전해야 겠다.
그놈들은 참전용사 아들인 나한테 인생을 배워야 될거 같다.
먼저 이 찌그러진 휠을 거기서 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물론 고소를 하면 조사는 하겠지만 증거 영상이 없어서 재판으로 갔을 때 입증하는데 너무 소모적 일거 같다.
그럼 살을 주고 뼈를 취하자.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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