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어버날인데 당일에는 마감할 일이 있어
오전에 선물보따리 들고 아버지 집에 다녀왔어요.
집에서 버스 타고 40분 거리.
홀아버지는 늘 그래왔듯이 혼자사는 집을
혼자사는 딸보다 훨씬 더 깔끔하게 관리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어요.
혼자서 거실에서 그것도 대낮에 소주를 드시고 계시더군요.
마른김이랑 간장 덜렁 놓고....
술을 그렇게 좋아하셔도
낮술은 잘 안하셔요.
그래서 놀랐어요.
"아빠, 무슨 일이야. 대낮부터 술이야." 그랬더니
"왜 늙은이가 혼자서 술 마시니까 처량해 보이냐?"라고 말씀하셨어요.
안주라도 제대로 해드시지~ 하면서
당장 요리할 시간은 없고 해서 중국집에서
짬뽕국물이랑 잡채랑 새우시켜서 술상부터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소주랑 맥주 좀 양껏 사오라는 아버지 심부름도 완료!
술고래 집안 자손답게
저도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부녀가 쏘맥 말아 마셨어요. 겁나게~
보배에도 얼마 전에 70 넘으신 홀아버지 연애한다는 글을 올린 적 있을 거예요.
눈치보다가
혼자서 술 마시는 이유를 여쭤보니
아주머니랑 헤어졌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헤어짐의 아픔을 술로 달래고 있었던 울 아빠ㅠㅠ
엄마 하늘 나라로 보내고 나서
재혼하지 않고 자식들 혼자 키우느라 뼈가 부서지도록 긴 세월 고생한 아버지에게
그 아주머니는 참 소중한 인연이었어요.
연세가 있으신 만큼, 딸로서 너무나 슬펐습니다.
20대 중반에 만나 뜨겁게 사랑한 남자와 상견례까지 했다가 갈라선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보다 몇곱절 슬펐어요.
한편으로는 궁금한 점도 많았지만,
이것저것 묻기보다는 아버지 술친구가 되어 실연의 아픔을 공유하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tv보면서 아무말 없이 마셨어요.
소주를 한 5병 정도 비웠을 때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더니 한마디 하셨어요.
아니, 여러 말을 남기셨어. 한참 동안~
"여자들 속은 정말 알 수가 없어! 별것도 아닌 일에
뿔내고(화내고).... 연애도 젊어야 하는 거지. 아휴 진빠져~"
"야! 너도 성질 좀 죽이고 살아. 내 딸이지만, 너 싸늘한 성격 좀 고쳐야해.
말투도 좀 부드럽게 고치고 말이야. 여자가 나긋나긋한 구석도 좀 있어야지."
"아휴~ 애비나 딸이나 아주 그냥 혼자 살다가 늙어죽게 생겼네~팔자야 팔자"
.
.
.
나름 활기차고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나한테 뭐라고 그러시는지.
순간 울컥했지만
부드러운 말투로 "네~~" 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실컷 마시며 대화했는데도
낮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아버지가 집안 답답하다고 하셔서
동네 생맥주집 가서 노가리 뜯으며 2차 했어요.
노래 부르고 싶다고 하셔서
3차로 노래방 고고씽.
집에 잘 모셔다 드리고
택시타고 집에 와서
한숨 때리고 일어났네요.
오랜만에 낮술했더니 속이 부글부글.
신김치 쫑쫑 썰고 콩나물 듬뿍 넣어 국 끓여
해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우울해하셨다가
노래방에서 기분이 많이 풀리신 것 같았어요.
탬버린 치다가 허벅지가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괜찮습니다!
아버지가 친목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데
요즘은 그냥 집에서만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혼자서 술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자주 찾아봬야 될 것 같아요.
아빠, 극복!!!!!
장인어른께 안부 전해주십시오.
아차차차 제 소개가 늦었네요. 아이쿵 ^^
재연맘(경기남부. 미혼. 아다. 백수아님. 주식안함. 코인안함. 노름안함. 도박안함. 리니지안함. 여자관계깔끔. 주사없음. 재산없음 ㅠ. 요즘 머리숱도 없어지는 느낌적인 느낌. 폭력없음. 매월5일 월급꼬박. 감성충만. 허풍 a little. 이빨잘텀. 나름귀염상. 동안. 잘섬. 예의범절. 아들딸 구별없이 두명만. 기념일잘챙김. 무제한요금제라 밤샘통화가능. 연30회 무료영화. 며칠전에 엔드게임봤음. 아이언맨 ㅅㅂ ㅠㅠ. 시작부터부담노노. 일단서로알아가는단계ok. 주량소주1병. 흡연충 ㅠ. 끊을 수 있음. 꼰대아님. 오픈마인드. 핸디15. 운동좋아하지만 안함. 태권도2단. 당구는 사구 120 ㅠ. 인형뽑기 천원에 바로 뽑은적 있음. 블랙핑크 만세만세만만세. 보배등급 장교. 면허취소벌점경고없음. 대형면허도있음. 육군만기전역. 앱등이. 모바일배그 솔쿼드로 치킨자주먹음. 편식없음. 요리는 못함. 30데니아좋아함. 미대출신. 그림은 못그림. 매일 다이어트. 물론 매일실패. 이번주 주말 약속없음. 후회없는선택...[더보기]
술을 5병ㄷㄷㄷ
부녀가 보기좋습니다
아들들만 있으서...
참 보기 좋네요^^
아나콘다 저건 남자껀데
비싼 선물보다 옆에서 저렇게 같이 시간보내면서 마음을 헤아려 드릴 수 있는 마음과 태도가 훠~~~얼씬 더 갑져보입니다.
우리 딸이랑은 언제 술한잔 해보나
따님도 얼렁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시고 손자 손녀 안겨 주세요
우리집은 어무이가... 막걸리만 드시면.....;;;;;
난 재산이 쪼금 있요~ 여자관계도 깔끔하구~~~ 직업도 안전해요~~
어제 저도 오랫만에 부모님 댁에 가서 용돈 드리고 오니까......
마누라는 어디있냐며 물으시는....... 아들이 왔어도... 마누라만 찾으시던... 아버지 어머니....하아........
지금 생각하면, 생전에 잘해드릴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만 하네요.
부럽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ㅎ
스스로 남은 여생이 얼마 안됨을 알기에 더 더욱 집착할수 밖에 없으며 거기서 받는 상처 또한 크다고 합니다. 잘 추스리시는게 더 더욱 중요합니다.
또 추천드립니다.
효녀는 무조건 추천이라 한번 더 추천합니다.
딸이 글쓴이누님처럼 자란다면야 맘편히 낳겠는데..
세상이 하두 지랄같아서..
그냥 딩크족으로 살기로했네여..
아빠와 술동무해주는 딸이라..
아부지가 든든하것네여.ㅎㅎ
아들같은 딸이 옆에 떡하니 있으니^^
그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술은 적당히 자시게 해주세여..
많이해서 좋을게 없는게 술이라캅니다~^^
저랑도. 3차 가시죠!!
아 저는 유부이네여 ㅠㅠ. 다음 세상에서~~
추천쾅
제가 성인이 됐을 때 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셨거든요
아버지와 술 한잔이라니....부럽습니다!!!
그걸 정말 실천하신분이 계셨네요 ㅎ
가끔 본가 가서 저녘 먹으러 나가자 하면
참 좋아하시던 그 모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사고로 모친보내고..
아버지는 13살 어린나이에 보내고
아버지란 존재를 모르고 살았는데..
할아버지 되어 주실수 있는지
여쭤봐 주세요. ㅎ
행복이따르시길!
돈이 최고더라고요.
참으로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시군요
남자끼리 힘내십시오.
화이팅 이기야~
나 오늘부터 덕후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