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할부 고금리로 화물차 안 팔려 넘버값↓
넘버 장사 지입사 퇴출하고 직영 증차 허용한
화물시장 정상화안 후 개별·용달 넘버값 하락
넘버 알선소 “결국 피해는 개인 차주가 될 것”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과 지입제 피해 신고 접수가 이어지자 넘버값 하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닙니다. 업자(판매자)와 고객(소비자)의 위치가 바뀌었어요. 구매하려는 사람이 1명 나타나면 지금 팔려는 사람 수십명은 붙어요. 이미 시세표는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2월 15일) 시세표보다 500만 원 싼 2,600만 원에 용달(개인 소형) 번호판 사겠다는 사람이 찾아 왔는데, 전화 돌리자마자 바로 팔렸습니다. 용달 상황이 이러한 데, 개별(개인 중형)은 초토화 될 거예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번호판 알선 사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20년 전 영업용 화물차의 등록 기준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면서,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사야했던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넘버)의 ‘프리미엄 불패 신화’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상용차정보> 종합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강원 레고랜드발(發) 금융 자금경색에 따른 할부금리 인상으로 신차 판매 및 중고차 거래가 급감한 데 이어,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과 ‘지입제 피해 신고 접수’까지 겹치면서 넘버값 하락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에는 넘버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입제도 개선과 운송사의 직영 화물차 증차 허용을 담고 있다.
잇단 악재에 넘버 시세, 이번엔 폭락 불가피?
넘버 시세는 영업용 화물차 수요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화물운송시장은 업종개편에 따른 증톤 완화와 전기트럭 무상 넘버 공급, 각종 증차 허용 등의 여러 정책에 의하여 등락을 반복했지만 이내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넘버 시장에 굵직한 충격이 연이어 가해지면서 화물운송 현장에서는 “이번에는 이전 상황과 다르게 흘러갈 것 같은 분위기”라며, 꽤 장기간 넘버 시세 하락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 넘버 알선소 관계자는 “차량 할부금리가 치솟을 대로 치솟아 신차 판매와 중고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입 제도를 건드리려는 정부의 의지는 한 마디로 ‘상처(넘버값 하락세)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말했다.
넘버 시세 하락 1차 요인은 ‘할부 고금리’
이번 넘버 시세 하락을 가져온 1차 요인은 지난해 연말 화물차 구매 시장에 큰 영향을 준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이다. 기준금리가 연이어 인상된 상황에서 채권시장 자금까지 묶이면서 캐피탈사들을 중심으로 할부금융을 위한 자금조달길이 막히자 할부금리가 법정 최고 수준까지 오른 것.
이에 새로이 화물운송시장에 진입하거나 화물차를 대차하려는 소비자들의 화물차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이런 현상은 차량 가액이 높은 준중형 차급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5톤 준중형급 이상의 트럭(건설용 덤프트럭 제외) 판매량(신차 신규등록 기준)은 총 1,730대로 집계됐다. 할부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직전인 지난해 11월(2,643대)과 비교해 34.5% 줄어든 수치다.
중고트럭 시장도 마찬가지다. 금년 1월 중고매매상사를 거친 같은 차급 중고트럭 거래량은 총 1,262대로 11월(1,504대) 대비 19.2% 줄었다.
트럭 판매 안 되니 넘버 수요도 실종
준중형급 이상 트럭 수요의 감소는 곧장 개인 중형(기존 개별, 최대적재량 1.5톤 초과~16톤 이하) 넘버 시세에 영향을 줬다. 전국 단위 넘버 시세를 집계하는 ‘넘버거래소(네이버 카페)’와 경기도 화성과 발안, 광주에 위치한 중고매매상사 및 넘버 알선소에 따르면, 개인 중형 넘버 시세는 2월 20일 기준 2,900만 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시세(3,167만원) 대비 8.4% 하락했다.
이에 한 중고트럭 매매딜러는 “할부금리가 거의 20%에 육박하니 중고트럭을 찾는 고객이 끊겨 일부 딜러들은 한 달에 한 대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넘버 알선소도 덩달아 매입 문의만 있을 뿐, 매도·매입 간 가격이 안 맞아 거래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1.5톤 이하 소형 넘버도 하락세
소형트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동안 할부금리 인상에도 소형 차급 판매와 개인 소형(기존 용달, 1.5톤 이하) 넘버 시세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제로 올 1월에 판매된 1.5톤 이하 소형트럭은 총 1만 3,380대로 지난 11월 판매량 1만 3,339대 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일 공개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으로 개인 중형뿐만 아니라 개인 소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연의 역할인 운송 일감을 제공하지 않고 넘버 장사를 하는 운송사와 위·수탁료(지입료)만 받는 지입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넘버가 시장에 대거 풀리고, 이 때문에 넘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운송사가 기존 지입 화물차 외에 추가 직영 화물차를 운영하게 되면, 해당 차량에 대해 신규 증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운송사의 직영 화물차 체제가 활성화되면 기존 넘버가 자연스럽게 시장에 풀려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100만 원짜리 넘버, 2600만 원에 순식간 거래
이렇듯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으로 지난 2월 20일 기준 개인 소형 넘버는 지난 1월 평균 시세였던 3,050만 원 대비 4.9% 하락한 2,900만 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표면상 드러난 하락세는 이 정도지만, 넘버 알선소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 않다. 경기도 광주의 한 넘버 알선소 관계자는 “지금은 번호판을 사는 사람 마음대로 넘버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3,100만 원에 거래됐던 용달 넘버를 2,600만 원에 사겠다는 고객이 찾아오자마자 바로 거래가 됐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수요를 받쳐줄 넘버의 적정 개수가 1개라 가정하면 지금은 시장에 개별이 5개가 풀려있고, 용달은 2개가 풀려 있다”며, “규모 있는 지입사 사장들은 일감만 구해 온다면 지금 당장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동안 화물운송시장을 이끌어왔던 개인 화물차주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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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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