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970만 원→98년 1,100만 원…8년간 13%↑
시장 독점하에선 07년 3,200만 원…10년간 3배↑
15년 3세대 마이티 출시價 4,500만 원까지 올라
높은 가격대 형성되자 이스즈·만·타타대우 등 진입
준중형트럭 시장 경쟁 체제로 마이티 가격 제자리
출시 당시 쏘나타급 마이티 가격이 25년이 지난 현재, 제네시스급으로 올랐다.
현대자동차의 간판 트럭 중 하나인 준중형급(2.5톤~4톤) ‘마이티’. 이 트럭의 가장 낮은 사양(내로우캡 제외)인 적재중량 2.5톤 일반캡 장축 저상 모델이 올 들어 5,000만 원(부가세 포함, 이하 동일) 대 벽을 넘겼다. 1998년에 출시된 ‘2세대 마이티’ 판매가격(1,100만 원) 대비 25년동안 4.5배 인상된 셈이다. 참고로 승용 부문에서 비슷한 가격대를 보면, 1998년 당시 현대차 ‘EF 쏘나타’의 무옵션 최저 트림은 1,189만 원이었다. 2023년 현재는 현대차 ‘제네시스 GV70’의 무옵션 최저 트림(4,995만 원)과 맞먹는다.
전천후로 높은 운송 효율성으로 도심은 물론, 중단거리 운송에 적합해 연간 8,000대에서 1만 대의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2톤~5톤급 준중형트럭 시장은 2004년, 기아(당시 기아자동차)의 ‘봉고 프런티어’와 ‘파맥스’ 단종 이후 오랜 기간 현대차 ‘마이티’의 독점 체제였다.
소형트럭 시장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준중형트럭 시장임에도 현대차 외 여타 상용차 업체의 진출 의지는 적었다. 이 차급에 맞는 경쟁 모델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마이티에 견줄만한 가격대로 새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를 넘길수록 유독 마이티 가격 인상폭이 타 차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상용차정보>가 1999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트럭스앤파츠(Trucks& Parts)’를 참고해 준중형트럭 시장 전반과 마이티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봤다.
① 경쟁 속 1세대 마이티, 완성도↑, 가격은 ‘유지’
마이티는 1986년 자동차산업합리화 조치가 풀리자마자 미쓰비시 후소 캔터 5세대를 기반으로 개발된 현대차 최초의 2.5톤 트럭이다. 1세대 마이티는 당시 현대그룹에 속해 있지 않았던 기아의 ‘타이탄’과, 대우자동차가 일본 이스즈의 엘프 4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제작한 ‘대우 엘프’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경쟁 체제 하에서 현대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마이티의 상품성을 개선시키는 데 주력했다. 국내 2.5톤 트럭 최초로 100마력을 돌파한 엔진을 탑재해 ‘천하장사’ 타이틀을 내세우는가 하면, 넓은 와이드캡과 틸팅캡 등을 통하여 정비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매년 자잘한 업그레이드도 꾸준히 진행했다.
이러한 상품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후속으로 마이티2를 출시한 19 98년까지 가격 인상율을 최대한 억제했다. 구체적으로 1991년 출시된 마이티 3.5톤 슈퍼형 고상트럭(터보차저 장착) 모델은 970만 원에 판매됐다. 1998년 2세대 마이티 출시 가격이 1,100만 원대였으니 10년 사이 13.4% 밖에 오르지 않은 셈이다.
② 독점 2세대, 시장 니즈 충족하며 가격 3배↑
1세대 마이티가 타 차종을 벤치마킹한 모델이라면, 1998년 출시된 2세대 마이티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최초의 준중형트럭이다.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업계는 연구비 명목으로 차량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당시 최저 트림 기준 1세대 단종 가격(1,000만 원)에 비해 불과 120만 원 정도 오른 1,127만 원에 출시되자 시장은 안도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1998년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현대차의 기아 인수로 준중형트럭 시장이 사실상 마이티 독점 시장이 되자, 그간 억제돼 왔던 찻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2.5톤 일반캡 장축 저상(이하 동일) 기준, 2000년 이전 1,241만 원에 판매됐던 마이티는 2001년에 1,561만 원으로 25.8% 급등했다. 2년 후인 2003년에도 1,790만 원으로 12.9% 올랐다.
2004년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내 기아의 봉고 프런티어와 파맥스를 단종 시킨 이후 더욱 노골화됐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유럽 안전 법규와 새로운 환경 규제 충족을 명목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마이티 2톤을 업그레이드해 ‘마이티QT(현 내로우캡)’를 내놨으며, 기존 2.5톤과 3.5톤 라인업은 ‘e마이티’로 명명하며 고사양 자리를 유지시켰다. 이와 함께 가격은 2,155만 원을 책정, 또 20.4%를 올렸다.
준중형트럭 시장에서 일정한 판매량 유지와 경쟁 모델이 없는 점에 힘입어 현대차는 시장 니즈를 충족한다는 명목까지 내세워 더욱 과감하게 판매가를 높여갔다. 2005년과 2006년 연식 변경을 이유로 매년 10% 수준의 인상률을 유지하다, 2007년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150마력 F엔진을 장착한 마이티 가격을 3,200만 원으로 책정, 23.8%나 올렸다.
2세대 마이티 출시 이후 불과 10년 사이 마이티 판매 가격은 3배 가량 인상됐다. 마이티 독점 시장이란 이점 탓에 가격 문제에 있어서 어떤 제재나 간섭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후 2013년 3,720만 원으로 6.7% 가량 올린 것을 끝으로 2세대 마이티는 2015년 3세대 마이티에 자리를 내줬다.
2세대 마이티
③ 독점으로 가격 올렸더니, 경쟁 모델들 ‘꿈틀’
현대차는 2015년, 17년 동안 옷을 갈아입지 않은 마이티에 유로6 엔진을 장착함과 동시에 내·외관을 모두 갈아엎은 마이티 3세대, ‘올뉴마이티’를 시장에 내놓았다.
독점 시장서의 풀체인지는 너무 오랜만이라 화물운송업계와 상용차업계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동시에 예상은 했지만, 가격 인상폭은 가히 ‘독점 마이티’ 답게 파격적이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760만 원 인상(20.4%)된 4,480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된 것.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보다 세련된 내·외관과 풍부한 옵션을 적용됐고 동시에 유로6 배기가스 규제기준에 맞춰 새로운 부품과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막대한 연구비용이 투자돼 인상이 불가피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티가 끌어올린 가격 덕에 준중형트럭 시장에는 본격적으로 경쟁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④ 이스즈, 만, 타타대우 등 경쟁대열에…가격 인상 ‘스톱’
3세대 마이티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이듬해인 2017년, 과거 대우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바 있는 일본 이스즈의 엘프를 큐로모터스가 자동화변속기를 앞세워 시장에 재진입했다. 이어, 2018년 만트럭버스코리아는 프리미엄급 준중형트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만 TGL’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후 2021년에는 국산 중대형 상용차 제조사 타타대우상용차가 10여 년 간의 개발 기간을 거친 ‘더쎈’을 출시하며 4파전 경쟁체제 양상을 꾸렸다.
현대차는 경쟁 체제를 의식했는지, 3세대 마이티 출시 이후 꾸준한 상품성 개선을 진행했지만 2021년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첨단안전장치 의무화 조치에 따른 3%대 인상을 제외하고는 독점 시절만큼의 큰 폭의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마이티는 지난 25년 동안 가격 면에서 ‘쏘나타’급에서 ‘제네시스’급으로 가격대를 올린 화물차라는 점에서 그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게 왜일까. 독점의 병폐를 온전히 영세 화물차주들이 그 댓가를 치렀기 때문일 것이다.
3세대 올 뉴 마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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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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