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운수사업법’ 하위법령 개정안 반응
안전운임 폐지로 소득 불안정한 화물차주들,
정부의 표준운임제 가이드라인 “해결책 못돼”
운송업계
최소운송의무·실적신고 위반 처벌강화 반발
“번호판 장사 문제는 정부 책임도 크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운송업계와 화물차주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입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화물운송업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화물차주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상용차매거진 2월호 참조)했다. 이에 화물운송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제도 취지를 수긍하면서 ‘최소운송 의무제’, ‘실적신고의무’ 위반에 따른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화물차주들 역시 일정 수준의 운임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기존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동안 영업용 번호판을 실질적으로 방치해 온 정부에 대해서, 그리고 거대 화주 중심의 표준운임제로 가려는 정부에 대해서 운송업계와 화물차주들 모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보다 구체화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관련 업계의 입장을 더 파헤쳐 봤다.
운송업계, “애매한 ‘최소 운송의무 위반’ 처벌”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여러 화물운송업체들은 국토부의 개정안 내용을 대부분 수용의 뜻을 밝혔다. 다만 ‘화물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중 ‘최소운송 의무제’, ‘실적신고의무’ 위반에 따른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지입전문회사 등 운송업체의 운송기능 회복을 위해 ‘화물운송산업 선진화 제도’ 명목하에 ‘최소운송의무제’와 ‘실적신고제’를 도입 했다. 당초 최소운송의무 위반 시 허가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를 판단하는 기본 자료인 실적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사업 전부를 정지키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 일부정지로 바뀌면서 도입 후 10년이 경과 한 시점에서 이행률이 20% 이상 저조한 모습을 보였고, 사업정지는 운송업체가 아닌 지입차주의 피해로 귀결되는 문제가 양산됐다.
또한 사업정지 시 지입차주가 운송업체 귀책사유로 인해 운송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입료는 지속적으로 납부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최소운송의무와 실적신고의무는 지입전문회사 등 운송업체의 운송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미약한 행정처분 수준 및 수단으로 제도의 실효성이 낮고 화물차주의 처우 악화는 반복됐다고 국토부는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고 운송업체의 운송기능 회복 유도를 위해 제재 방식을 사업정지가 아닌 감차로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를 위해, 최소운송의무 위반 시 즉시 감차로 처분기준을 강화했다.
아울러 실적신고제, 최소운송의무제의 처분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피규제자의 준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최소운송의무 기준은 연간 평균 매출액의 20%이다.
특히, 처분의 실효성을 높이는 목적으로는 화물차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감차 처분 조치가 취해져도 화물차주는 임시허가 대상이 되기에 직접적으로 받는 피해가 없으며 개별 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입차주들에게 안정적인 운송물량 확보로 소득을 보장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 대해 소수 운송업체의 부조리함 때문에 정부가 비현실적인 정책개선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운송업체는 “영업을 해도 화주와 기존 운송업체의 이해관계가 있어 최저 단가입찰로도 운송계약이 어려운 실정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실적 결과가 부족하면 이 또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차주는 운송업체에서 제공한 일감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 받는다. 때문에 일감을 받지 못한 것인지 안 받는 것인지에 대해 구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화물차운송업체연합회 관계자는 “실적신고 의무나 최소운송의무 위반 시 처벌 기준 강화부분은 조금 과하다”라며, “최소운송의무의 경우 기준 이상의 운송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물량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대기업이 유리한 상황이고 중소기업 물량을 뺏어가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실정이 이런 상황에서 중소업체가 감차 조치를 받게 된다면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한 운송업체는 “운송업체가 제공하는 일감으로 일을 하다가 소속 지입차주가 더 좋은 조건의 일감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연합회는 이의를 제기하는 공식문서를 국토부에 전달한 상태이다.
영업용 번호판 장사를 장려한 주체는 ‘정부’
우리나라 화물운송업은 개인운송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위·수탁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수탁제는 차주가 운송업체로부터 영업권을 대여 받는 구조이다.
때문에 일감을 제공하지 않고 위·수탁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운송업자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영업용 번호판 사용료를 미반환하는 등의 부당행위도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을 통해 번호판장사를 못하게 뿌리를 뽑겠다는 게 국토부의 취지이다.
지난 2004년 정부는 무분별한 영업용 번호판 증차로 인한 시장 난립을 우려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에서 직접 개입해 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때부터 정부가 사실상 번호판장사를 장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운송업체에 종사하는 곽 모씨는 “애초에 정부가 번호판 공급을 막았기 때문에 번호판 시장이 형성되면서 번호판 가격도 생겨났다. (지금처럼) 번호판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게 만들어진 것은 정부 책임도 크다”고 일갈했다. 이는 정부가 관리만 할 뿐 가격형성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에 대해서도 따져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모씨도 “영업용 번호판은 개인차주도 보유하고, 지입회사들도 보유하고 있다. 통제를 하려거든 번호판을 정부에서 시장가격대로 매입해 운영 관리해야 한다”면서 회사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모씨는 “개인화된 산업구조에서는 안정적인 운송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려워 장기 또는 대량운송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단기나 소량 위주의 운송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단계운송거래로 비효율이 발생하는 등 화물운송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전반적인 화물운송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들여다 볼 것을 주문했다.
운송업체에 대한 인식을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운송업에 종사하는 신 모씨는 “우리나라 화물차 운수사업은 오래도록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맞춰 발전 보완돼 왔다. 현재의 지입제와 화물운송 배차업무는 운수종사자와 사업자가 최대한 서로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업무를 이행해 왔음에도 운수사업자가 운수종사자에게 착취를 했다는 식은 막무가내식 비방이다”라며, “운수사업자는 보험과 세금, 과태료 등 운수종사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더 나가서 공제조합 설립 시 보험사가 기피하는 화물자동차 보험업무까지 맡고 있는 상황에서 비방은 잘못됐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반면 국토부는 “위·수탁계약 관계에서의 부당금전 수취는 화물차주의 소득감소와 과로·과적·과속 등 수송의 안전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2월 지입제 고조하에서 발생하는 운송업체 부당행위에 대한 신고 접수건이 총 790건에 이른다. 부당금전의 경우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세금탈루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위·수탁계약 체결 비용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가 89%에 이르고, 300만 원에 이르는 대폐차 등의 비용요구, 300~3,000만 원에 달하는 차량 명의이전 비용 요구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2004년 정부는 무분별한 영업용 번호판 증차로 인해 시장 난립을 우려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화물차주들, 표준운임제에 불만…안전운임제 재도입 요구
국토부는 ‘화물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함께 ‘표준운임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취지도 밝혔다. 이는 표준운임제 도입이 지연돼 화물운송 운임 기준 부재로 운임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전까지 입법 공백을 막겠다는 것이다.
표준운임 가이드라인 마련은 안전운임제 일몰로 화물차주들의 소득 불안정으로 귀결되는 만큼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국토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보다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며 국토부의 행보에 유감을 표했다.
화물연대는 현재 운임 기준이 부재한 이유는 안전운임제가 일몰 한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안전운임제 일몰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초토화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이 사라진 후 화물운송시장 내에는 최저입찰이 공공연하게 부활했고, 유가 인하분보다 큰 폭의 운임 삭감을 강요받으면서, 지급받는 운임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운송업체 앞에 선 화물노동자들에게 표준운임은 보호막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국토부의 발표가 총선용 성과 포장이 아니라면 일몰시킨 안전운임제가 현장을 지켜온 만큼 세밀한 대책 마련과 현장 실태 파악에 나서줄 것과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촉구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수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받는 것으로 최저임금제와 유사한 제도이다. 운전자의 과로,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2021년 1월 부터 3년 일몰로 시행됐으나, 2023년 일몰 후 현재는 최소한의 운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표준운임제는 운송업체가 화물차주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할 수 있으나 운송업체와 화물차주 간의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도록, 정부가 2023년 2월 6일 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에 규정됐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정해진 운임에 대해 따르지 않는 운송업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었지만 표준운임제에서는 제외했다.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주까지 운임계약을 규율함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 갈등 유발의 원인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이러한 국토부 행보에 대해 화물연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운송업체에 대한 제재 방안은 없이 을과 병만 때려잡는 정책”이라며 “계속해서 운송업체의 요구만 따라 산업을 개악하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1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 수렴 후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주요 개정안 내용으로는 ▲제19조제3항 실적 신고의무 위반 시 최대 처분기준을 감차로 하고, 최소운송의무 위반 시 즉시 감차 ▲제15조(권한의 위탁) 허가사항 변경신고 등에 관한 업무 사항을 국토부가 지정·고시한 기관에 위탁(신설) 이상 시행령 ▲제11조제1항 및 제24항, 제27조, 별표2 등 운송업체가 위수탁계약 체결 또는 해지 이후 명의이전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거나 수취하는 행위 금지 ▲운송업체의 과적 요구, 불법튜닝된 차량 운행행위 금지(이상 시행규칙)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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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호 기자 cjh@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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