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중형·준대형 트럭과 엔진 출력
2021년까지 대세였던 280마력급 트럭 4년만 점유율 45%→24%로 반토막
가변축 장착 시에도 안정적 주행 가능한 300마력급 트럭은 점유율 42% 차지
동급 시장 최대 고마력 325마력 이상은 운송 고효율로 4년 만 2배 오른 33% 점유
국내 중대형 화물차 시장의 ‘중원(中原)’을 담당하고 있는 중형 및 준대형 트럭 시장이 엔진의 고마력화 추세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차정보 자체 분석과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중형 트럭(적재중량 4.5톤~5톤급/증톤 시 8.5톤까지 포함)과 ▲준대형 트럭(적재중량 5~8.5톤급/증톤 시 16톤까지 포함)을 아울러 300마력 이상 고마력 모델의 점유율이 2021년 54.2%에서 2024년 75.1%로 4년 사이 20.9%p 증가했다.
이러한 고마력으로의 전환 배경에는 2019년 7월 시행된 화물운송시장 ‘업종 개편’과 현대자동차 ‘파비스’의 시장 안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파비스는 2021년 단종된 메가트럭을 대체해 280마력부터 325마력까지 라인업을 갖추며 개편된 업종인 1.5~16톤의 ‘개인 중형’ 시장을 정확히 공략했다.
과거 ‘대세’ 280마력대, 4년 만에 절반으로 ‘뚝’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2020년까지 중형 트럭 시장에서 ‘대세’로 불리던 280마력대 모델 판매(신차 신규등록 기준)가 고마력화 추세에 밀려 급격히 감소됐다. 280마력급 모델의 시장 점유율이 2021년 45.1%에서 2024년 23.8%로 4년 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
현대차 메가트럭의 단종이 가장 큰 변화의 계기였다. 2021년 기준 메가트럭 280마력 모델은 3,107대가 판매되며 당시 280마력대 시장(4,480대)의 69.4%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 7월을 끝으로 메가트럭이 단종되면서 280마력 시장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고, 파비스의 280마력 모델(2024년 1,464대)이 이를 일부만 대체했다.
타타대우의 노부스 역시 280마력 모델이 2021년 400대에서 점차 감소했다. 프리마(2021년 586대)는 구쎈으로 대체되었지만, 구쎈은 320마력대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고성능 전략을 취했다.
유로6 배출가스 규제의 지속적인 강화도 280마력 모델 쇠퇴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후처리장치 추가로 같은 마력대의 실제 성능이 저하되면서 운전자들은 더 높은 마력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업종 개편 이후 적재량이 증가하면서 현장에서는 “280마력으로는 무거운 화물을 싣고 오르막길을 오르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출력과 경제성의 균형…300마력대 꾸준한 판매세
280마력급 저마력 모델이 비운 자리를 300~320마력 중간 마력대의 엔진이 메꿨다. 이 구간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8.2%에서 2022년 52.5%로 급증했다가, 2024년에는 41.8%로 다소 조정됐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에는 파비스 300마력 모델이 있다. 파비스 300마력은 2021년 1,865대에서 2022년 3,632대로 급성장한 후 지난해에도 2,571대로 강세를 유지했다. 타타대우도 구쎈 320마력 모델을 2022년 784대 판매하며 이 마력대 시장 확대에 동참했다.
이 같은 중간마력 구간의 인기 비결은 ‘균형’에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300~320마력 모델은 연비와 출력 사이의 최적 밸런스를 제공한다”며, “가변축 장착 시에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고, 축만 받쳐준다면 최대 16톤까지 문제없이 증톤할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시행된 증톤에 따른 유가보조금 정책도 이 마력대의 인기에 기여했다. 기존에는 구조변경으로 적재중량을 높여도 유가보조금이 동일했으나, 개정 후에는 늘어난 적재량만큼 보조금이 지급됐다. 참고로 유가보조금은 ▲5톤 ▲8톤 ▲10톤 ▲12톤 이하 ▲12톤 초과로 구분되며, 구간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유류비는 월 20만~30만 원가량 차이 난다.
325마력 이상, 고마력 시장 주도하면서 급성장
300마력대가 중형급 트럭 시장의 균형점을 제공했다면, 325마력 이상 고마력 구간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트럭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이 구간의 점유율은 2021년 16.0%에서 2024년 33.3%로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성장을 이끈 모델은 단연 파비스 325마력이다. 2021년 1,199대 판매에 그쳤던 파비스 325마력은 2024년 2,233대로 86.2% 폭증했다. 이는 파비스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증가율로, 고마력화 추세의 상징적 사례다.
업계는 과적 단속 우회와 증톤에 따른 운송 효율성이 325마력 모델 인기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의 한 파비스 화물차주는 “과적 요구가 만연한 국내 화물 운송시장에서 출력은 높을수록 유리하다”며, “단속이 있을 때 모든 책임은 운전자 몫인데, 무거운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하려면 비용이 높더라도 증톤이 필수적이니 325마력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트럭 제조사들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 고하중에 대응하는 차량 개발에 집중했다. 미완성 차량의 축간거리를 늘리고 차대 프레임과 차축을 보강하여 적재함 길이를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고마력 모델의 상품성과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고마력화 추세는 파비스, 구쎈 등 국산 차량뿐 아니라 볼보트럭, 스카니아, 만트럭버스 같은 수입산 제품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볼보 FE 350마력 모델은 2021년 184대에서 2024년 220대로 꾸준히 증가하며 수입 중형트럭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 상세한 통계와 그래프는 상용차매거진 131호(3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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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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