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사람이 가장 안다닐 시각.
오늘도 개 두마리와 산으로 산책을 나간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너구리를 잡으러 간것이다.
한고개를 넘어도 너구리를 못봐 오늘은 헛탕을 치나 싶어서 괜히 너구리 담을 바께스를 무겁게 들고왔나싶을 즈음, 어둠 저 앞에서 강아지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서둘러 뛰어갔더니 역시 우리 개들이 너구리 한마리를 물어뜯고있었다.
수너구리인지 냄새가 고약했다~
(그럼 암너구리는 냄새가 안난다는 말? 아무래도 여자너구리니까 좀더 위생관념이...)
대끼리를 잡은 녀석들에겐 그 칭찬과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사냥을 잘하는 것이다ㅡ
그래서 20분정도 신나게 물어뜯으며 야만의 욕정을 실컷 풀어보게 놔두고,
잡은 너구리는 돌아올 때 주워오기로 하고 두번째 너구리를 잡으러 산을 더 수색했다ㅡ
하지만 너구리는 안보이고 웬 날라리 여학생 두명만이 깔깔웃으며 산을 내려가는 것만 보았다.
(그런데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그 깊은 새벽시간에 왜 젊은 아가씨들이 겁도없이 산에서... 혹시 귀신?)
그런데, 30분전에 살생의 현장에 다시 와보니 너구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참 자연이란게 신비한 거다.
대가리 뼈를 우두둑~ 소리나도록 박살냈는데도 다시 살아서 도망쳤다니ㅡㅡ
다른 짐승이 물고갔나?
오소리? 아니면 사람의 눈을 피해사는 은둔의 산사람?
이런일이 몇번 있었다.
잡은 너구리를 가져올 수가 없어서 이튿날 가보면 감쪽같이 없어져있었다.
그건 우리 진돗개가 암캐이기 때문이다ㅡ
암캐는 머리가 수캐보다 작고 입도 작다.
심지어 고양이와 싸워도 죽이지를 못하고 놓친다ㅡ
수캐하면 절대~ 그런일은 없을것을...
어떻게 잡은 너구리인데 그걸 다시 방생한단 말인가?
지금 너구리 앞에서 장난하나?
수캐라면 시마이 했을 것이다.
시마이: 끝장내다. 영어로는 터미네이터 라고 한다.
동물의왕국에서 제일 재밌는 장면은 사자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영상일 것이다.
그런데,
사냥은 암사자가 하지만 가끔은 애써 잡은 먹잇감을 다구리로 뎀비는 하이에나에게 빼앗긴다.
수사자가 필요해!
수사자는 하이에나를 물어죽이기도 한다.
하이에나에게 참교육을 시킨것이다!
암캐의 한계이다~
얼마나 아구지 힘이 약하면 다잡은 너구리를 절명을 시키지 못하고 기절만 시켜 다시 살아나 도망치게 만든단 말인가?
우리 암캐냄새를 맡아 우렁차게 짖어대는 묶여진 수캐처럼, 암캐에겐 근육질 수캐의 힘이 필요했고, 암사자에겐 사자의 이름값을 찾아주는 수사자가 필요했던 것이다ㅡ
문득 나의 힘도 나만을 위해 있는게 아님을 깨달았다ㅡ
내가 여자보다 서너배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이유는 여자와 자식을 보호하고 키우라고 존재하는 것이다ㅡ
그것은 남과 여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오늘, 죽은 너구리가 다시 살아서 산으로 달아난 현상을 통해, 나도 반드시 결혼을 해서 너구리같은 자식을 낳아 잠실 너구리월드에 손잡고 놀러가야겠단 결심을 하였다.
달을 안보고 손을 본다고 뭐라 마시고! 왜 너구리를 잡으실까?
강한자가 약한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세상~
힘있는 분들의 작은 욕심에 아랫것들 목숨이야 왔다갔다 하니까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