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실험 중단,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을 발표했다. 외신들은 일단 놀라움을 표현하면서도 전문가들을 동원해 다양한 평가를 내놓았다.
외신들은 전날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북한의 이번 발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의지' 발언 직후 나온 점에 주목했으며, 중국 관영 CCTV는 "정치적 대사건"이라는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발전 집중으로 전략 변경했다는 선언"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의 핵실험 중단 선언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핵실험장 폐기는'생색내기'라고 지적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2006년 이후 6차례의 핵실험으로 터널 곳곳이 붕괴됐고, 방사능 유출 가능성까지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어차피 이 핵실험장은 추가 핵실험장으로 쓰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가 전례없이 진지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엘 위트 한미연구소(USKI)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략을 변경해 경제 발전에 집중할 때가 왔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인사로 꼽히는 그는 1993~1995년 대북협상 실무자로 활동한 국무부 관료 출신으로 한미연구소 산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공동설립자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조치없이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발표는 북한의 의지가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 또다른 신호"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 편집장 앤킷 팬더는 영국의 BBC뉴스 기고문에서 "김정은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서,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 건설과,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것은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예정된 정상회담들에서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 제재를 완화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는 듯한 선언을 왜 했는지 일각의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팬더 편집장은 "북미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김일성과 김정일도 하지 못했던 성취"라면서 "핵실험장 폐기와 ICBM 시험 중단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마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와 비교하면 감수할 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이번 선언은 결코 '비핵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국가 존립을 궁극적으로 보장하는 핵무기를 결코 포기할 의사가 없는"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선언을 '큰 진전'이라고 환영했지만, "김정은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빨리 깨달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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