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형님, 아우님들...
눈팅만 하다 이렇게 몇글자 적어 봅니다. 저는 8살때 부터(초등학교 입학 후 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온 40대 가장 입니다.
제가 이런 넉두리 성 글을 쓰는 이유는 보배드림에 올라오는 여러 글을 읽고 '나도 참 힘들게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저보다 조금, 아니 평범하게 사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깨워 주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8살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부모님의 의중 이였습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 맡겨진 저는 초등학교 2학년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초등학교 5학년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정말 혹독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락을 싸 줄수 없는 연로한 외조부모 곁에서 어렵게 학교를 다니다가 초2때 외할머니 작고로 인하여 외할아버지 께서는 매일 술과 담배로만 지내셨습니다. 학교갔다오면 가장먼저 해야될 일이 쌀씻고 반찬을 준비해야되는 일이였습니다. 초등학생이 준비할 수 있는 반찬이 뭐가 있겠습니까... 슈퍼(예전에는 'ㅇㅇ상회'라는 명칭을 주로 씀)에서 소시지를 사다가 칼로 잘라서 후라이팬에 구워 밥상에 올렸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불량식품을 밥과 함께 반찬으로 먹었던 것 같네요.
초등학교 졸업 후 인근 중학교 입학한 후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어렵게 산다는 것을 알고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괴롭히는 애들은 동급생, 선배 등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하고 가혹했습니다. 구타는 기본이고 돈을 가져오라며 때리고 협박하고 담배를 피우라고 강요도하였습니다.(저는 현재도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더욱 더 잊혀지지 않는 일들은 부모님, 외조부모께서 싸주시지 못한 도시락을 제 손으로 직접 싸서 학교에 갔을때 있습니다. 어촌에서 자라 수산물이 저렴하여 꼴뚜기 젓갈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많아 이걸 싸가야 겠다는 마음에 밥과 꼴뚜기 젓갈을 싸간 날 점심시간, 친구들과 도시락 반찬을 모아놓고 식사를 시작하려는 중 한 친구가 꼴뚜기 젓갈이 냄새 난다며 옆으로 치우고 치운 쪽에 앉아 있던 친구는 왜 냄새 나는 걸 내가 있는 쪽으로 옮기냐며 서로 밀치던 중 젓갈이 교실 바닦에 내동댕이쳐져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싸온 꼴뚜기 젓갈로 인하여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열심히 치우고 청소했습니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온 저는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한참을 엎어져서 울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우는 모습을 행여나 들킬까 자는 척하며 소리없이 울었습니다.
일진들의 괴롭힘,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아주 멀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떨어지는게 살 길이다라는 인식에 관할 행정구역 상 가장 멀리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였습니다. 멀리있는 고등학교는 버스로 1시간 이상을 타고가야하는 촌의 한 고등학교 였습니다. 고등학교 3년을 다닐때는 괴롭힘은 없었으나 선생님들의 선입견이 크다는 것과 부유한 가정의 학생에게 더 잘해주고 관심과 온정을 배푼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없는 놈, 부모님 찾아와 촌지 드리지 않는 놈은 늘 잡일을 시키고 홀대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갈 돈도 없었을 뿐더러 공부도 썩 잘하지 못하는 중간 정도여 진학을 포기하고 사회로 바로나와 닥치는대로 일을 했습니다. 텔레마케터, 알바 등을 전전하다 군에 입대하였습니다.(그래도 회사 생활에 중요한게 학벌이다라는 것을 깨닫고 방송통신대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군에서는 통신병으로 배치 받아 혹독한 군생활을 하였습니다. 다들 군생활 힘드셨겠지만 저또한 구타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였습니다. 아시겠지만 90년대 군번은 구타의 최정점 이였습니다. 소대장의 철모 구타서 부터 선임들의 빨래 건조대 구타까지 이루 말할수 없는 구타를 당했습니다.(참고로 저는 후임 단 한명도 구타, 손찌검 없었습니다.)
이렇게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전역 후 백화점 보안직에 입사하여 약 8개월을 근무 하였고 이후 아웃소싱 보안 전문업체로 이직하여 열심히 한푼두푼 악착같이 모았습니다. 남들 먹을때 안먹고 쓸때 안써가며 진짜 악착같이 모았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30되는 해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여 딸, 아들 나아 살고 있습니다. 열심히 청약 10년 부어서 신도시 아파트 당첨되어 올해 이사했습니다. 아파트 값도 분양가의 2배 이상 올라 기분도 좋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저보다 어렵게 사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나이(43세)에 저처럼? 저만큼? 어렵게 사신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 회원님들 저같은 사람도 초년,청년기때 인생을 힘들게 살았지만 조금의 성공이라면 성공을 거두며 잘 살고 있는데 부모님 곁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분들이라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힘든 일 있어도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싱과 인생의 공통점은 결정적인 한방이 중요한게 아니라 아무리 맞아도 끝까지 버티는 끈기가 중요하다. - 무하마드 알리
새 보금자리에서 더 좋은 일만 많이 생기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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