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한 지 6개월 남짓한 아파트에 삽니다.
4억 분양가였는데, 올해 공시지가가 예정표를 보니 11억이 넘는, 지역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파트입니다.
얼마 전 단지에서 우연히 순찰도는 경비아저씨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보니 아파트가 사방으로 뚤려있어 외부인 출입이 많아 도난이 신경쓰여 순찰을 밤낮없이 수시로 돈다고 하시네요. 또 아파트 바로 앞에 중학교가 있다 보니 불량학생들이 올까 걱정도 된다 하고, 배달오토바이를 지상 출입 금지하는 현수막을 걸고 수시로 통제도 해야 한다 하고.. 정후문의 차량 출입구 초소에서 외부차량 관리도 하시는데 일이 참 많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경비원이 총 6분 계시다네요? 700세대가 넘는 아파트에 주야 3명이 2교대로 총 6명의 경비원이 근무중이었습니다. 그것도 임금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으로..
그래서 입주 초기 안전하고 쾌적한 아파트 환경을 만들려면 오히려 경비원이 한 두명이라도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같은 임금 구조면 세대 당 한 달에 4천원도 안되는 돈이면 경비원 1명을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지난 주에 있었던 입주자대표회의 결과를 보니 경비원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인다네요?
그래서 입주가 까페에 입주민 의견수렴도 없이 이런 걸 갑자기 결정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더니, 다른 아파트들 상황을 보고 입대의가 결정한 사항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입니다. 그래도 댓글로 이런 인력관리 같은 문제는 사전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나처럼 달에 돈 몇 천원 더 내고 더 쾌적한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냐 하니(실제로 제 글에 동의하는 댓글들도 많이 달렸습니다), 까페에서 갑자기 경비원 감축의 필요성만 담은 글을 올리고는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하네요? 반대 의견이나 다른 중재안 같은 건 하나 없이. 당연히 감축 찬성하는 표가 95%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거 봐라. 입주민 절대 다수가 감축을 원한다. 앞으로도 입대의는 사전 의견수렴 없이 사안들을 결정할 거고, 그건 입대의가 결정한 것이므로 따라야 한다"며, 애초에 입대의에서도 만장일치로 감축에 불만이 없었다며 저같은 사람의 의견은 극소수로 의미가 없단 식의 말을 합니다.
고작 최저임금 수준밖에 안 주면서, 그래서 겨우 60이 훨씬 넘은 노인들 밖에 고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명품 아파트를 만들겠단 사람들이 경비는 겨우 4명이서 주야 2명씩 12시간 근무를 하랍니다. 그런 노인네들이 초소에 앉아 외부 차량 올때마다 어디가냐 확인하며 문 열어주고, 단지 내 거동수상자 없나 순찰 다니고, 놀이터에 불량학생들 안오나 지켜보고, 배달 오토바이가 지하 아닌 지상으로 다니는 걸 또 사방으로 뚤린 출입구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 나이드신 분들이 한 달 내내, 일년 내내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기 일을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걸까요? 입대의 자기네들은 최저임금 받으면서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경비원 1명 고용에 세대 당 부담이 겨우 4천원도 안됩니다. 그게 아깝다고 왠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경비원을 자르네요. 그러면서 내세우는 논리가 경비업법에 경비에겐 경비말고 다른 건 시킬 수 없답니다. 공공주택 경비업무에 대해선 순찰 외에도 애초에 계약서 상에 추가적인 업무(시설관리, 청소 등)를 명시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 이렇게 갑자기 인력을 50%나 감축하고, 그로 인해 아파트 안전관리가 상당부분 소홀할 수 있는 것을 입대의 전원이 아무 이의없이 찬성했다는 게 정말 놀랍더군요. 어쩜 사람들이 그리 매정할 수 있는지..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몇 달 만에 10억에 가까운 자산증가를 본 사람들이, 고작 돈 백만원 내외로 나올 재산세나 걱정하고, 한 달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경비원 급여를 이렇게나 걱정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룻 저녁 한 두시간 회의 후 15만원씩이나 수당을 받아가는 입대의에는 그리도 관대한지.. 5명 1번 회의 수당이 75만원이네요. 동대표의 하루저녁 회의가 경비아저씨 12시간 보다 가치가 큰가 봅니다. 허허
정말이지.. 창피함을 넘어 역겨움을 느껴 입주자 까페 탈퇴해 버렸네요. 제가 진짜 이상한 걸까요?
차단기는없지만 그래도 사방으로 벽도 잘되어있고
주변에는 근처 초등학교뿐. 술집도 몇개없는 단지입니다.
주변에저희처럼 작은단지도 몇개있고 큰대단지도 있고요.
제가 들은바로는 경비원아저씨들 5분계신걸로 알고있어요
단지내 강력사건 발생했을때 3~40대 무술유단자도 아니고 노인분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경비인력은 줄이는게 맞죠..
그분들의 업무를 대체할수있다면 자동화도좋죠.
근데 글쓴이분말씀들어보면 담장도없는거같아요. 씨씨티비가 상시 모니터링하고있지만 그에대한 대응이 얼마나빠르냐가 중요할텐데. 나이드신분들이 빨라봐야..라고할수있지만 주변에있냐없냐의 차이만해도 대응속도는 훨씬빠르죠. 씨씨티비를 계속모니터링하며 주시하는것도아니고 사건발생후 확인차원에서 보는게 대부분일테니까요. 물론 주변에 센서들을 대량으로 설치해둔다면 말이달라질순있겠네요.
그리고 힘이없을순있지만 경비원분들이 계시냐안계시냐에 따라서 그영향은 차이가있습니다.
무조건 축소시키는건 아니라봐요
이게 하나의 사례가될지는 모르겠지만
회사근처 아파트단지가 있었는데 점심때 산책겸주변돌다가 우연찮게 본적있어요
어느 할머니께서 손주를 대신봐주시는지 아이하나를 안고 아파트 동현관으로 나오시는데 아이가 축늘어져있고 할머니는 도와달라며 울며 뛰어나오시더라구요. 정신없이 들쳐안고나오시는데 저도 상황파악하고 전화기를 들고서 연락하려고하는순간 경비아저씨가 뛰어오시더니 바로 핸드폰연락해서 119부르시고 아이안고 주물러주시더라구요. 할머니는 그때도 정신없으시고...얼마뒤 바로 119왔는데 다행히 경비아저씨의 처치가 좋았는지 아이가 정신차렸습니다.
이런게 단순히 자동화했을때 대응가능한부분인지..모르겠어요.
사람이라는게 눈앞에 큰일이생기면 당황하게 마련이거든요.
차라리 관리실 직원이나 감축하라고 하지...저희아파트도 700세대인데 6명
관리실은 월급 두배에 가까운데 7명...그러나 기본 실제 느끼는건 경비실이 더 많이 일하는 듯한...
글쓴이분 글에 동감합니다
이게 근로기준법에 명확히 나와있어서 경비들에게 경비외에 잡일 시키면 안됩니다.
그리고 입주민투표해보면 비슷한비용일때
경비늘리는것보다 경비줄이고 그돈으로 취약지역 cctv 다는게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게 현실입니다.
경비업법에 나옴 -
아파트에서 법에 위배 되지 않게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바꿈
신축 아파트들은 경비원 줄이고 무인으로 가는 추세 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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