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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함께 보호되어야 할 노동환경
화창한 주말, 패스트 푸드점.
출근을 앞두고 지문을 찍는 곳 앞에 서 있는데 설거지를 하는 통에 머그잔이 가득했다. 쌓일 대로 쌓여 넘치기 직전이었다. 왜 이렇게 머그잔이 많나 했는데 알고 보니 4월 1일부터 카페, 식당 등 음식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주문이 많은 날에는 다회용 컵, 머그잔이 잠깐 사이에 꽉 차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데일회용품 제한으로 일의 강도는 더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코로나19 일상화와 함께 배달이 일상이 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매장에서도 안전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풀어 쓰레기양이 급증한 것도 사실이다. 무분별한 일회용품을 정부가 규제하여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좋은 정책이다.
문제는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고된 노동강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에 있다
내가 일하는 매장만 해도 매출이익에 따라 근무시간이 고무줄이다. 정말 가성비를 극대화해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쥐어짜고 있다. 쏟아지는 주문에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 게 일상인데 거기에 일이 더 추가된 것이다. 사용한 컵 씻기, 쓰레기통에 버려진 숟가락과 컵 분리수거, 여기에 더해 일회용 컵을 매장 내에서 이용하는 고객들과의 감정노동.
충분한 인원이 일한다면야 문제가 될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겠지만, 한 명이 이미 두 세 명의 몫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좋은 마음으로 대하기 쉽지 않다. 누구나 내가 다니는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어 한다. 동료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관계를 쌓고, 고객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는 노동자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된 노동강도와 최소화된 인원 배치는 관계를 단절시키고, 짜증과 분노가불쑥불쑥 터져 나오게 만든다. 300인 이상 패스트푸드점의 노동 현실이 이런 정도면 그 이하 사업장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얼마 전 프랜차이즈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종업원 혼자서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고, 청소하면서 넓은 매장을 책임지고 있었다. 주문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과연 이런 노동환경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윤 창출 극대화가 우선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참고 넘어갈 문제일까?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대해서는 과태료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공익적인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노동자의 노동환경도 환경보호를 위한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만큼 개선이 시급하다. 일회용품 안 쓰기는 문화운동을 통해 자리를 잡아 갈 수 있지만 노동환경을개선하는 문제는 기업이 알아서 스스로 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야 할 국가의 책무이자 존재 이유다.
오늘도 나는 또 얼마나 쏟아지는 주문에 쉼 없이 뛰어다녀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출근을 한다. 일터로 향하는발걸음이 더 가볍고 즐거울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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