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각·절세미녀, 그들만의 미팅현장…르포
기사입력2011-07-04 08:07기사수정 2011-07-04 08:5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웅이 미인을 얻는다.’ 완력이 능력이던 고대 약탈혼 시대에는 칼 잘쓰고, 활 잘쓰고, 주먹질 잘하는 남자가 미인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재력이 능력의 척도가 된 현대에는 자력이든, 부모력이든 돈 많은 남자가 애인이나 아내로 미인을 얻을 기회가 많아졌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에서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글로벌 매칭사이트 커플닷넷(couple.net)이 주최한 ‘미스코리아 수준급 외모의 여성과 엘리트 남성의 만남’은 이같은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상징적 자리였다.
이 미팅 참가비는 남자 100만원, 여자는 10만원이다. 남자는 고액의 회비로 재력을 과시해야 하고, 여자는 미모가 미스코리아급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남녀 12명씩 모두 24명이 서로를 탐색했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주차대행을 맡긴 참가자들의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포르셰, 아우디, BMW 등 수입차들을 위시해 현대차 제네시스 같은 국산 고급차들 일색이다. 국산 소형차는 대부분 여성 참가자들의 것이다.
미팅은 테이블 12개에 여성 참가자들이 나눠 앉고 남성 참가자들이 메뚜기처럼 자리를 옮겨 가며 10분씩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스코리아급이라는 주최측의 자랑답게 여성들은 ‘한 미모’했다. 12명 중 절반 가량은 당장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 참가해도 상위권에 입상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나머지 중 절반 가량은 어떤 남성에게서든 예쁘다는 찬사를 받을만 했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참가자들의 출중한 미모에 밀릴 뿐, 그녀들만 눈 앞에 있다면 남자들은 눈이 멀고말 듯한 수준이다. 나이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다.
반면, 남성들 중에는 ‘조각미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상은 대개 좋았다. 특히, 고급 옷이나 명품급 소품들로 꾸민 스타일들에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직업은 의사, 한의사, 금융계 종사자, 대기업 사원, 연구원, 학원장 등 다양하다. 본인이 연봉이 높든, 가족의 재산이 많든 재력을 갖춘 남자들이다. 돈이 많아도 ‘백수’라면 참가할 수 없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다.
여성들은 모두 정장 스타일로 격식을 차렸다. 하지만 남성들 중에는 청바지나 세미정장 차림도 적잖았다. 이날 모임을 여성들이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였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성 가운데는 재력 있는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 직업인 교사가 가장 많았다. 스튜어디스, 공무원, 음악무용미술 등 예능관련 직업이 대부분이었다. 대학원생들도 몇 명 있었다.
처음 만난 남녀는 테이블마다 할애된 10분 동안 자신을 알리고, 상대와의 공통 관심사를 찾았다. 상대에게는 호감을 주고, 상대로부터는 궁금한 것을 알아내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마음에 드는 상대라면 10분도 찰나였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라면 그렇게 긴 시간도 없었다. 10분이 다 됐을 때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서로에게서 받은 소감을 스피드 데이트 인사말 카드에 몇 자 적어 교환했다. 형식적으로 때운 경우도 있었지만 진심을 다해 적은 코멘트들도 많았다. 상대가 마음에 드느냐, 들지 않느냐가 글자 한 자, 문장 한 줄을 다르게 만들었다.
오후 3시반께 시작된 행사는 6시께 끝났다. 2시간30분 가량 소요됐다. 보통 스피드 미팅은 남녀 각 15명이 참가해 그 중 10명과 대면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은 주최측의 배려로 각기 11명을 만났다. 못 만난 1명이 두고두고 아쉬운 상황이다. 남은 한 이성이 이상형이었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날 만난 이성에 관한 정보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도 생긴다. 물론 한눈에 반한 여성에게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명함을 주고 적극적으로 대시한 남성도 있기는 했지만, 거의가 점잔을 뺐다. 미팅을 마친 당일 자정부터 커플닷넷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참가자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1주 동안 쪽지를 통해 프러포즈할 수 있는 덕이다. 대면하지 못한 이성에게도 프러포즈는 가능하다. 거꾸로, 나를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을 핑계로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도 있다.
프러포즈는 이성 참가자 12명 모두에게 할 수 있고, 모두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락할 수 있는 상대는 3명으로 제한된다. 수락과 동시에 이들 3명에게 자신의 연락처가 전달된다. 주최측과 상관없이 남녀가 따로 만남을 갖게 된다. 물론 아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프로포즈를 안 해도, 받아주지 않아도 무방하다.
참가 남성들은 흡족해해는 기색이다. 여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는 미지수다. 참가비 100만원, 행사장 앞에 즐비한 고급차, 고급 의류나 액세서리 등이 풍기는 돈냄새가 인간의 호감도까지 좌우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만남이 몇 커플을 탄생시킬지는 누구도 모른다. 주최측은 그간 단체미팅의 커플 성사율이 보통 50% 이상이었다고 한다. 단, 이 행사는 여성의 미모와 남성의 능력이 맞붙은 현장이어서 여느 그룹미팅과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
재력이 외모 못잖은 남성의 능력이라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남자에게는 잘생긴 얼굴이나 큰 키 말고도 재력이라는 막강한 카드가 있다. 다들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실상이다. 못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손잡고 걸어가면 “저 남자, 능력 있네”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무런 능력 없이 외모만 뛰어난 남자가 미녀를 차지한다는 것은 별다른 자기 능력도 없이 부모에게서 수십억, 수백억원 유산을 물려 받은 남자가 예쁜 여성을 꿰차는 것 못잖은 불평등이다. 최소한 이날 미팅은 돈의 힘을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자리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 기사내용과 무관.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현장 촬영을 하지 않았음.
해결안되는것도 꽤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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