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가길 바라며 공들여 쓴 글입니다만, 자고 일어나서 보니 바로 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는 80년대생 흔한 아재입니다. 보배는 늘 눈팅만 하던 곳인데 인상 깊은 일을 겪어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제가 글을 좀 장황하게 쓰는 편입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테니 긴 글 싫어하는 분들은 뒤로 가기 버튼을 살짜쿵 눌러주세요~ㅎㅎ
어제 새벽 한 시쯤, 잠이 하도 안 오길래 평소 즐겨 다니던 북가좌동 근처에서 따릉이를 타고 운동 중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아무리 잠이 안 와도 그 시각엔 잘 안 나가는 편인데, 어제는 이상하게도 꼭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처 사시는 분들은 잘 아실 텐데 '북가좌초교 사거리'에서 '북가좌 삼거리'로 넘어가려면 꽤 경사진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합니다. 체력이 안 좋은지라 힘겹게 끌바로 정상까지 올라가 막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반대편 언덕 밑에서부터 터벅터벅 걸어오던 만취한 청년이 제 앞에서 딱 멈추더니 가만히 저를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몹시 당황했습니다. 덩치로 보나 나이로 보나 제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고, 또 이길 수 있다고 한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하필 그 언덕길이 굉장히 좁은 편이라 비켜 나갈 수도 없고, 따릉이를 끌고 가는 중이라 재빨리 뒤돌아서 도망칠 수도 없고, '오늘로써 나도 이렇게 묻지마 폭행의 희생양이 되는 것인가?ㅠㅠ' 싶은 생각에 엄청 쫄아 있었는데 갑자기 청년이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저기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조금 전까지 이 미친놈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따돌릴 수 있을지, 어떻게 방어해야 최대한 덜 아프게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분주하게 돌아가던 제 머릿속은 순식간에 멍해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청년의 물음에 적잖이 당황한 저는 잠시 뜸을 들이고 "아니요. 해본 적 없어요." 대답했지만, 사실 이건 거짓말이었습니다.
저 역시 남들 못지않게 굴곡진 삶을 살아오느라 자살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해봤었거든요. 하지만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에 대충 둘러댔습니다.
"좋겠다.ㅎㅎ 저 지금 죽으러 가는 길이에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요."
제 대답을 들은 청년은 더욱 당황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땅바닥에 던지고는, 차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놀랐지만 우선 떨어진 핸드폰부터 줍고 청년을 제지하기 위해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요! 저기요! 일단 좀 멈춰봐요. 저랑 얘기 좀 해요!" 그런데 들은 척도 안 하고 차도 한가운데를 향해 계속 걷더군요.
일단 무작정 쫓아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차량 통행이 드문 시간대라서 차들이 요리조리 잘 피해서 가주더군요. 쫓아가는 도중에 주워 든 청년의 핸드폰이 계속 울려서 일단 받았습니다.
"지금 핸드폰 주인이 자살하겠다고 말하면서 차도 한가운데로 걷고 있어요. 일단 여기로 빨리 좀 와주세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청년의 동생이었는데, 청년이 저와 맞닥뜨리기 한참 전부터 죽네 마네 하는 통화를 수없이 반복했나 보더군요. 한 손으로는 청년의 팔을 붙잡고 인도로 이끌면서, 다른 한 손으론 청년의 핸드폰을 통해 동생에게 계속 현재 상황을 생중계했습니다.
"지금 북가좌 현대 아파트 앞이에요. 여기로 빨리 오세요. 아 잠깐만 잠깐만 저기요 위험해요! 그만 들어가요! 일단 나와서 저랑 얘기 좀 해요! 지금 현대 아파트 지났어요. 스타벅스 쪽으로 걸어가요. 거기로 오세요. 아니 그만 가라니까!"
이런 식으로 계속 청년을 따라가며 말을 걸고 만류했는데,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들은 체도 안 하던 청년이 십 분 정도 지났으려나? 그제야 다시 인도로 올라와 저에게 말을 하더군요.
"저기요. 왜 이렇게 적극적이세요? 우리 조금 전에 처음 봤잖아요. 근데 왜 그렇게 착한 거예요? 이해가 안 돼요. 사실 제가 죽어도 아무 상관 없잖아요? 할 만큼 하셨어요. 그만하셔도 돼요."
'아니 만취한 사람이 갑자기 왜 이렇게 논리적이지!' 속으로 조금 놀랐지만,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본인이 당장 죽겠다면서 먼저 말을 걸었잖아요! 근데 어떻게 그냥 지나갑니까? 저도 지금 제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착한 건 아닌 거 같고! 오지랖 넓은 건 맞고! 아무튼 좀 멈춰봐요!"
청년은 이 대답을 듣고서 씨익 웃더니만 갑자기 신고 있던 자기 샌들을 벗어서 선물이라며 가지라고 저에게 척 안겼습니다. 뜬금없는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아니 신던 걸 주면 어떡해~ 발 냄새 안 나요? 사이즈 몇인데요? 사이즈 너무 크면 못 신어요.ㅎㅎ"
근데 제 말을 가볍게 씹더니만 다시 좀비처럼 앞을 향해 걸어 나갔습니다. 맨발인데 잘도 걷더군요. 청춘이 좋긴 좋구나... '맨발의 청춘'이란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장착한 아이템을 하나씩 땅에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한 시에 현실에서 파밍을 경험할 줄이야...
허리띠를 풀더니 옆으로 휙 던지고, 가방을 스르륵 떨구고, 안경을 벗더니 바닥에 내팽개치고, 결국 웃통까지 벗어젖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우! 저는 황희찬 보는 줄? 근육이 아주 그냥! 어쩐지 열심히 팔을 잡아당겨도 꿈쩍도 안 하더군요.
청년이 흘린 아이템을 하나하나 노획하면서 졸졸 따라갔는데, 당시 현장에서 지켜보던 몇몇 분들 눈에는 제 꼴이 참 가관이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막다른 주택가 골목에 이르러서야 반라의 청년은 걸음을 멈추고 저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요 사는 게 재밌어요? 저는 사는 게 너무 재미없고 힘들어요. 죽고 싶어요. 제발 말리지 좀 마세요."
사실 제 나이쯤 되면 사는 게 마냥 재밌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냥 살아지니 사는 인생, 태어난 김에 사는 인생,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 태반 아니던가요.
"사는 게 재밌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저도 재미없어요. 사실 아까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물었을 때 거짓말했어요. 엄청 많이 생각해 봤거든요. 솔직히 지금도 많이 힘들고요. 근데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까 좀 무뎌지더라고요. 그러는 과정에서 소소한 재미도 느끼고요. 딱 보니까 제가 훨씬 형인 것 같은데 본인은 아직 어리잖아요. 전 그것만 해도 엄청 부러운데요. 좀만 더 버텨봐요. 죽는 건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다시 시도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오늘 하루만 더 참아봐요. 이 순간만 버티면 생각이 또 달라질 수 있어요."
이렇게 얘길 해 주니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군요. 때마침 저와 통화를 주고받던 청년의 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30분간의 해프닝을 통해 지칠 대로 지쳤었는데 그제야 긴장이 탁 풀리더군요. 가족에게 청년을 인수인계하고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하니 청년의 동생이 고맙다며 제 연락처를 묻더군요.
혹시나 사례를 하려고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애초에 뭘 바라고 한 게 아니었고 그야말로 얼떨결에 이렇게 된 것이다 보니 괜찮다며 극구 사양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많이 놀라셨을 테니 잘 챙겨드리고 형은 우울증 치료가 필요해 보이니 얼른 병원부터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떴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연락처를 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슬슬 들더군요.
제가 평소 적극적으로 선행을 하는 착한 사람도 아니거니와 어제도 사실 그야말로 얼떨결에 한 선행이었습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똑같은 행동을 하라는 보장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동기 부여가 참 중요하거든요.ㅎㅎ
금전적인 보상 같은 건 원하지 않지만, 술에서 깬 청년이 다음 날이든 며칠 후든 "그때는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좀 더 버텨볼 생각을 했다." 정도의 이야길 해준다면, 혹시라도 제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도 어제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왼발, 오른발, 심지어는 곧휴에게까지도 알려서 타의 귀감이 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조건 반사에 반응하듯이 하는 선행도 일단은 선행 아니겠습니까?ㅎㅎ
그러고 보니 새벽 세 시가 넘었네요. 후딱 쓰고 자려 했는데 이게 뭔... 보배 형님들 안녕히 주무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리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어제 내가 만난 반라의 청년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형아한테 연락해라. 밥 한 끼 같이 먹자. 해주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아프더라. 그러니 밥은 니가 사라~
청년 잡으며 말거는 재치도 훌륭하시네요
제비가 꼬옥 박씨 물어올껌미다
실제 자살자 같든 행동을 목격했는데
최홍만이 처럼 큰덩치의 사람이 큰대로으중앙선서 이쪽 저쪽 방향으로 차를 향해
돌진하니 차들이 피해 다니고 그순간 미처발견 못한 차량이 그사람을 빠른 속도러 치여 그사람이 팍퍽퍽 뼈 부러지는 소리사 크게 들려면서 붕뜨 풍차처럼 크게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다 아스팔트 바닥에 처참한 광경이었고 차량은 바로 도주했고 근처 대기하던 총알택시들아 뒤 쫏기 시작하고 그현장앞에 병원서 야간당직의 상태살피고 바로 흰천을덮고 수습을 하는거 목격했슴니다 담날 아침 뉴스엔 뺑소니 사고라 나오더라구예
당시 전 30대중반 나이였는데 왜 모른척하고
그 사람을 제지하거나 하지못한걸 늘 한번씩 제 자신이 비겁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참 왜 하는 못내 생각에빠짐니다
감사합니다~ 부귀영화 누리면서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죽을병에 걸려 하루라도 더 살고싶은 사람도 많고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 많다
그런걸 생각하면 지금 내가 살아있고 먹고 자는거에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자살은 가장 나쁜생각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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