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어떤 의원이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고 했답니다.
틀렸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권 비판자들을 ‘용공분자’,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고문하고 ‘사법살인’하거나 장기 투옥하는 것도 정치였습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을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죽이려 하거나 납치해서 물에 빠뜨려 죽이려 하는 것도 정치였습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도 정치였습니다.
야당 의원이나 저명한 재야인사들에게 파렴치범 누명을 씌워 명예살인하는 것도 정치였습니다.
정부 비판 유인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고등학생까지 구속하는 것도 정치였습니다.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뿌리고, 그들을 트럭에 실어 쓰레기장에 내다 버리는 것도 정치였습니다.
이런 야만적인 정치를 ‘말로 하는 정치’로 바꾸려 한 게 민주화 운동이었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는 정치 본연의 속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고통의 결실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국회에서 만든 법들의 취지를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뒤틀어 버립니다.
국회에서 만든 법들은 ‘거부권 행사’로 쓰레기통에 던져집니다.
국회의 청문보고서는 휴지조각보다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대통령은 일본 총리를 6번 만나는 동안 야당 대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인 의회주의는 실종된지 오래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공공연히 야당을 ‘공산전체주의세력’,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합니다.
전 대통령 후보이자 야당 대표를 ‘범죄자’, ‘사기꾼’으로 지칭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가 범죄자, 사기꾼이라는 증거를 만들기 위한 압수수색과 구속기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인 정당정치도 실종된지 오래입니다.
‘인혁당 사법살인’ 등 사법부가 행정부의 살인 또는 명예살인의 도구 역할을 한 역사는 매우 깁니다.
법원의 판단이 친분, 연고, 돈에 따라 달라진다는 국민적 의심은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자기 친구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인 삼권분립도 위태롭습니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사가 압수수색을 당합니다.
핵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표시했다는 이유로, 집권여당 대표가 연예인을 명예살인하려 듭니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인 언론자유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여당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관변 단체에는 엄청난 돈을 퍼주면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에는 ‘약탈적 이권 카르텔’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인 ‘시민사회의 자율성’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가 사라져 가는 동안, 150여 명이 거리에서 압사하고, 차에 탄 수십 명이 터널에서 익사하고, 노동자가 분신하고, 길 걷던 행인들이 칼에 찔려 죽고, 교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책임진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에 우려를 표하면 ‘괴담을 퍼뜨리는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힙니다.
동해는 일본해가 되어버렸고, 독도 영유권을 지킬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습니다.
정부는 간토대학살, 강제동원 등 일제강점기 일본 군국주의가 자행한 모든 범죄를 제 마음대로 사면했습니다.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독립운동가를 ‘반역자’로 몰아 능욕하면서 제 동포를 쏴 죽인 친일파를 민족 영웅으로 떠받듭니다.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한반도를 세계 최강국들간 전쟁 위협의 한복판으로 밀어넣었습니다.
비행기 소리나 폭죽 소리를 듣고 전쟁난 거 아닌가 걱정하는 불안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는 민주당 의원 여러분.
당신들은 국회에서 ‘말하는 것’으로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중요한 건 그 말의 ‘정치적 효과’입니다.
행정부는 당신들의 ‘말’을 소음 취급하고, 친윤 친일 언론들은 그 ‘말’을 조롱거리로 삼습니다.
당신들의 ‘말’은 시민들의 삶을 안전하게 만들지도, 시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지도 못했습니다.
‘말로 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면, 먼저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가 무너지지 않게 하십시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를 다시 세울 책임을 평범한 시민들에게 떠넘기지 마십시오.
‘말로 하는 정치’의 기초가 완전히 무너지면, 가장 먼저 당신들의 ‘존재이유’가 사라집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