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지원금 안줬더니...새약국 입점시키고 의원은 윗층행 (dailypharm.com)
지원금 안줬더니...새약국 입점시키고 의원은 윗층행
강혜경 기자 2024-02-28 12:09:53
담합규정 피하려 선 약국 입점, 후 의원 개설
"나쁜 관례 사라져야"…약국개설 취소 소송으로 가나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1년 밖에 안 된 의원이 윗층으로 이전한다고 해 그러려니 했죠. 그런데 원장이 의원 부지를 분할하면서 배우자 이름으로 소유권을 이전했고, 새로운 약국을 들였더라고요. 간판 조차 없는 이 약국은 허가를 받고 바로 휴업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제가 지원금을 거절해서였을까요?"
신도시로 이전해 3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약사가 의원과 약국 간 담합 의혹을 데일리팜을 통해 알려왔다.
◆사건은= A약사에 따르면 그는 상가 내 약국 독점이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층에 '21년 11월 개국했고, 피부과와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입점했다.
약국이 먼저 개국한 상황이었고, 직접 의원을 유치한 것이 아니었기에 지원금 등이 오가지는 않았다. 물론, 영업사원을 통해 '월 300만원씩 지원해 주길 원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다른 과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소아과는 약사들 사이에서도 비인기과이기 때문에 "생각해 보겠다"며 상황을 넘겼다.
이후 1년 여의 시간이 지났고 최근 A약사는 '소아과가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부랴부랴 사실확인에 나섰지만 이미 작년 11월부터 꾸준히 이뤄져 온 준비에 약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 소아과가 이전할 층의 평면도. 의원과 약국이 나란히 붙어 있으며, 약국은 의료기관으로 용도가 변경됐다가 재차 용도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약사는 "지난해 11월 9칸의 공실 가운데 6칸이 의원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2칸의 용도가 소매점과 휴게음식점으로 다시 변경된 뒤 원장 배우자 명의로 소유가 이전됐다. 이후 병의원 약국 컨설팅이 들어왔다가 올해 1월 약국이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약국은 휴업 중이다. 동일한 층에 재활의학과가 운영 중이지만, 일 처방 건수는 평균 20건 안팎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그간 약국이 개설되지 않았다는 것.
약사는 "약국은 간판이나 PC 등 최소의 집기도 없이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의원이 이전하는 3~4월에 맞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약국 개설 단계에서부터 보건소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아과가 이전한 게 아니어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 지난달 허가를 받았지만 휴업에 돌입한 약국.
이어 "이런 식이면 의원이 개원을 할 때 배우자나 가족 명의로 옆 상가를 사 약국에 세를 주는 게 얼마든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담합 가능성, 의원부지 분할·변경 문제제기 했음에도 개설 허가"= 이 약사는 윗층에 개설된 약국과 개설될 의원 간 담합 가능성이 농후하며, 의원 부지를 분할·변경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전용복도 문제도 지적했다.
약사법 제20조(약국 개설등록) 제5항에 따르면 ▲개설등록이 취소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자인 경우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 복도·계단·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 개설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약사는 "원장이 자신이 직접 분양·분양해 옆 공간을 약국으로 임대할 경우 약국개설등록신청이 반려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약사법상 약국개설등록 제한규정을 회피할 의도로 배우자 명의로 분양을 받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약국을 먼저 입점하고 추후 의원이 이전하려는 점, 소아과와 약국 사이 복도가 수 cm에 불과한 점 등을 미뤄볼 때도 전용복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인의 지위에 있는 소아과가 이전할 경우 약국은 병원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임대차 계약을 지속하는 한편 외래처방을 독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보건소는 "전용통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설 허가가 난 부분"이라며 "약사법상 약국개설을 허가에 문제가 없어 개설 허가가 난 것"이라고 답변했다.
약사는 "보건소에 이 같은 사실을 수 회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무력함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의원이 개원 당시 같은 층에 다른 약국을 유치하려고 한 점은 물론, 월 300만원의 지원금을 요구하는 일, 특정 도매상을 지정하는 일 등은 모두 약국을 의료기관에 종속시키려는 시도였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각지 않게 의원이 개원하면서 처방전을 받았던 것은 맞지만, 이렇게 까지 상황이 악화일로를 겪을 줄은 몰랐다. 의원이 이전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약국 개설 시도가 이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약국 개설취소소송 등 법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의원과 약국간 갑을 관계, 약국 간 경쟁에 대한 직접 겪어보고, 법조차 엉성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약사회 상황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대한약사회 측에 질의를 했고, 대한약사회로부터 법률지원을 받기로 한 상황"이라며 "분업원칙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시도에 대해서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혜경 기자 (khk@dailypharm.com )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의사들이 반대한다? 그럼 좋은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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