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서 연차 쓰고 예약해 놓은 충북대 병원을 향했음
물리치료까지 깔끔하게 받고 한결 가뿐해진 허리를 두드리며 애마에 탑승을 했음
요즘 하체에서 잡소리가 심해져서 존내 신경써가며 천천히 주행함
동네 형이 당구장에 있다길래 율량동으로 향했음
하체 잡소리에 요즘 예민해져 정속주행을 하고 다녔더니
체감상 차가 더 상쾌?해진 기분이 드는거임..
트립을 두어번 누르고 평균연비가 15.9km가 찍혀 있는 거임
아 왠지모를 이 뿌듯함
역시 연비는 발 끝에 달린거다!
담배 한까치 입에 물고 선루프 틸팅하고 가고 있는데
버스 정류소 근처에 인도턱에 어떤 할머니가 몹시 피곤하신 듯 앉아 있는거임
주변에는 천보자기에 싸여 있는 정체모를 보따리 두개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좀 있으면 추석이고 하니 손주들 먹일려고 시장에서 장보고 집에 들어가시는 듯한 분위기였음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나고 뭐 그런거임..
청주훈남을 자처하는 내가 이런 상황을 어찌 지나칠 쏘냐..
위험하신 것 같아 비상등 키고 그 할머니 옆에 차를 세웠음
창문을 열고 여쭙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차에서 내려 할머니 옆으로 가서 얘기를 했음
"할머니 어디 편찮으세요??"
으레 그러듯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노인분들은
다리가 아파서 잠시 쉬고 있다거나 숨이 차서 그렇다 등등 그 연세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말을 하는데.. 이 할머니는 포스가 남달랐음.. 나 순간 지려버림..
"늙으면 죽어야 해"
툭 하고 한마디 하시고는 하염없이 차도만 바라보고 계시는거임..
아 뭔 말을 꺼내야하지... 이런 상황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딱히 대답할 말이 안 떠오름
궁여지책으로 한마디 뱉어냈는데 이 한마디가 화근이 될 줄이야..
"할머니 집이 어디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이런 훈훈한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리라고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그시 나를 쳐다보시더니
시크하게 한마디 하시며 벌떡 일어나 차에 탑승하셨음
"강내면 알어? 충청대 쪽이야"
호의로 시작했는데 뭐가 좀 기분이 야리꾸리해짐..
무슨 상전 모시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거임
애써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하며
할머니가 인도에 내려놓으신 보따리 두 꾸러미를
차에 밀어넣음
무슨 천보자기에 뭘 집어넣었는지 오지게 무거운 거임
율량동에서 강내면 갈려면 차 돌려야 했음..ㅠㅠ
네비에 충청대 치면서 속으로 연신 외쳐댔음!!
'노인공경! 노인공경!'
"할머니 네비게이션에 충청대 쳤는데 정확히 어느 동네 사세요?"
"응??우선은 충청대 가자"
마치 손자를 대하는 듯한 말투에 몹시 기분이 희한했음
애써 손자 같아서 그런 걸 꺼야라며 주행을 하기 시작함
내가 말을 안하니까 할머니도 묵묵부답인거임..
차 안에 묵직한 공기만 가득 들어차있는 듯
답답하기 그지 없는거임
참다 참다 내가 먼저 얘기를 시작함
"할머니 좀 있으면 추석이니까 자식분 들도 많이 내려오시고 좋으시겠어요?"
"썩을 놈들 애미가 죽어야 올래나? 연락도 안해 썩을노무 새끼들"
흡...순간 적으로 괄약근을 조이며 지릴 뻔한 위기를 넘김
이 할머니 남 다르다...
어떻게 재차 얘기를 이끌어가는데 무슨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욕하기 바쁘신 거임
뒷 집 사는 할머니는 소싯적부터 화냥년마냥 이리 꼬리치고 저리 꼬리치고 다닌다고 하고
옆 집 사는 할아버지는 도박으로 탈탈 털려서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다고 하고
자기가 요번 여름에 잡아먹을려고 기르는 똥개가 있는데 정 때문에 못 잡고 내비뒀더니
이 개가 요즘들어 개사료를 장난아니게 처먹어대서 개사료값이 장난 아니라고 하고
이 개를 내년에는 꼭 잡아서 먹어야 겠다라는 얘기를 하고 막 그러는거임..
난 할머니와 차에 타서 훈훈하게 얘기 하며 난 돌아가신 할머니를
한번 떠올려 볼려고 했는데 그게 아닌거임..
전혀..네버..영원히... 딱 떠오르는게
이 할머니 소싯적에 정말 괄괄하셨겠다..임
한참 신이 나셔서 얘기를 하시더니 가방에서 양갱이를 하나 꺼내시더니
드시는거임.. 난 양갱이를 꺼내시길래 주시면 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권하지도 않으셨음 ㅠㅠ 아 난 양갱이 싫어하니까 괜찮아..
욕하는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진짜 딱 김수미 스타일이셨음
충청대 근처에 도착하고 할머니가 가리키는 곳으로 쭈욱 가니
드디어 할머니네 집이 나옴
대문 옆에 주차하고 할머니 내리시고.. 나도 할머니 짐을 들고 내렸음
그 쇠로 된 옛날 식 철문 이었음 녹색으로 된
녹이 슬고 그래서 문이 잘 안 열리시는지
손으로 몇번 미시다가 안되니까 발로 뻥 까버리셨음
아 포스 쩌신다..
철문이 징이 여운을 남기듯 부르르 떨며 소리를 냈음
짐 만 놓고 얼른 후딱 가야겠다 싶었는데
마당에 토실토실한 똥개 한마리가 할머니를 보더니 꼬리를 미친듯이 흔들며
오줌을 질질 흘려댐 ..좋아 죽는다는 표현이 딱인 그런 모습
미친년 마냥 개가 목줄이 터져나갈 듯 환장을 하며 생지랄을 하며
뛰어댕기며 오줌을 갈겨대는데..와...답이 안나옴
그러다가 이 똥개가 개밥그릇을 발로 엎어버림
개사료가 그득히 담겨 있던 개밥그릇이 뒤집어졌고
이 할머니는 개 패기 딱 좋게 생긴 고추말뚝을 들고 개를 후리기 시작함
아주 평소에 얼마나 자주 패셨는지 개 집 근처에 고추말뚝이 있었음
부리나케 집어 드시고 개를 후리기 시작하시는데
이 개가 평소에 얼마나 맞았는지 할머니가 몽둥이를 들자마자
오줌을 풀파워로 갈기면서 똥도 지림.. 꼬리는 똘똘 말고 있고
깽~깨갱~깽... 끼잉..끼잉
와 나 두번째로 지려버림..
말도 못 꺼내겠음
저기...할머니 이 짐 어디다 놓죠? 한마디 간신히 꺼내니까
그제야 몽둥이질 멈추셨음
응 거기다가 놔..
네...
저기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한마디 하고 갈려고 하는데
물이나 한잔 먹고 가라고 불러세우셨음
그러시더니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빨간 고무다라에 있는 물을 주황색 바가지로 퍼서 주시는 거임..
나뭇잎이랑 막 이상한 거 둥둥 떠다니는 그런 물..
와..이건 못 먹겠다..
주는 성의도 무시할 수 없고
예 감사합니다 하며
신들린 목젖 연기로 마시는 척하였음
할머니와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차에 탔는데
뭔가 친절을 베풀었지만 뒤끝은 참 야리꾸리한 그런 기분이 들었음
참 이런 기분 들기도 처음이었음..
역시 우리 아버지의 명언이 떠올라버림..
친절은 사람을 봐가며 베풀어야 한다
아 역시 우리아버지는 현자야 현자..암 그렇고 말고..
율량동,내덕동,,,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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