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내 일기속에는 큰 문제점 하나가 반복되거든.
감당할수도, 극복 할수도 없는 불치성 질환과도 같은게야.
멍석 깔아주면 아무것도 못하는 병이야.
평소에는 소설책 한권을 단 한글자도 틀리지 않고 읽어내는데, 수업중에 선생님이 일으켜 새우면, 얼음이 되거든.
얼굴은 화끈거리고, 고양이 만난 생쥐처럼 심장이 콩닥거리지.
더듬더듬 읽다보면 선생님도 한숨쉬며 앉혀준다.
늘 친구들 놀림감이며 장난감으로 버티거든.
그럼에도 글 잘 읽는다는 소문에 교내방송에 불려가서 아침행사 진행을 하게되지.
상상되지?
그래, 첫날 쫓겨났어.
뭘, 당연한걸 가지고….
잔혹하고 몹쓸병은 어쩌다보니, 사회 나와서도 변함없지.
친한 사람들과는 형제보다 가깝게 지내건만, 단점이라면 친해지는 시간이 너무 길다.
차라리 그시간에 딴넘이랑 친해보는게 훨씬 나을게다.
지나간 일기들을 한번씩 몰아보는 습관이 있거든.
‘병신~ 그땐 왜 그랬지?
아 쪽팔려…’
그런 시간중에 강하게 사색하게 만드는 글이 있거든.
‘내가커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먹고싶은거 맘껏먹기…
내가 번 돈으로 갖고싶은거 맘껏사기…
내가 번 돈으로 가고싶은곳 다 가보기…’
어릴적, 맘속 담아둔 응어리가 보인게다.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덮어두고, 새 다이어리를 꺼내고 이름을 쓰지.
‘검정하늘의 글로 그리는 그림’
50리터 배낭에 코펠과 부탄, 두꺼운 농업용 비닐 약 칠미터, 겨울용 야상, 쌀, 통조림 몇개…
배낭 측면엔 바다민물 겸용의 원투대 하나와 장대 두개, 배낭 아래는 군용모포 한장을 매달았지.
부피큰 텐트대신 해먹과 비닐, 침낭대신 야상과 모포를 선택한게야.
구포역 시간표를 보니, 오늘은 열차가 없다.
내일 오전이 되야 하는데, 도저히 기다릴수가 없다.
맘이 너무도 출렁거려 참지 못하고 구포역으로 간다.
승복 바지에 갈색워커, 청 남방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구포역 건너 낙동강으로 향하지.
가게에서 구입한 민물용 지렁이와 소주 두병이 들어간 까만색 비닐봉지를 들고서….
콘크리트 구조물엔 낚시꾼들이 많아서 좀 멀리까지 내려간다.
수풀 우거진 자리에 방수포를 던져 자릴잡고, 무거운 배낭으로 잘 눌러준다.
살랑살랑 나부끼는 갈대가 만든 그늘을 이불삼아 잠들지.
바람결에 얼굴에 덮어둔 카우보이 모자가 날려서 잠에서 깬다.
어스름 내려주는 시간, 수면이 홍시처럼 변해가지.
아무리 봐도 질리지않는 그림이다.
언젠가는 내방 한쪽에 걸어두고 싶다.
둘러보니 한량들은 대부분 돌아가고, 꾼들 몇몇이 남았나보다.
조용하다.
군데군데 수면위에 형광색 캐미라이트 아른거림이 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
원투대를 꺼내 준비하지.
자그마하고 흐릿한 렌턴 불빛에 채비하는게 재미지다.
떡밥 한덩어리를 봉돌에 붙이고, 바늘에는 통조림 옥수수와 지렁이를 달아주고 힘차게 던진다.
초리끝에는 방울하나 달아놓거든.
고기를 잡을 마음이 없어, 장대는 꺼내지도 않는다.
잡히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지.
즐거운 여행길에 비린내 달고갈 필요 없잖아?
이렇게 대충 준비하고는 소주한잔 마시다 잠들겠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팝송과 살랑이는 은빛 물결이 영화의 한 장면같다.
입질없고 무료해질 시간쯤 소주를 준비하려는데, 그림자 하나가 다가온다.
얼핏봐도 키가 이미터쯤 되 보이는 거인같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시절이다.
그냥 지나가길 바랬는데 내 뒤에서 자리 잡은듯 앉아버린다.
낚시대를 지켜보건만 내 신경은 온통 남자에게 쏠려있지.
그런 신경전이 함참이나 이어지고 사내가 말을 걸어온다.
“저기… 거거거… 낚시… 해…해바도, 될까예?”
몹시 더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한다.
“구포 살아요?”
“예, 철철철 철길너머예.”
“부산사람이 낚시도 안해봤어요?”
“예, 하하… 함도 안해봤어예.”
“내려오세요.”
남겨둔 장대 꺼내서 순서대로 가르쳐 준다.
머리가 좋은건지 해본 경험이 있는건지, 곧잘 이해한다.
가져온 소주를 나눠 마시는데, 금새 비워버렸어.
“아고, 내 건너가서 소주 사오깨예. 몇병이나 마실수 있어예?”
소주 한병을 비워내더니 말을 더듬지 않는다.
“나는 아직까지 한계를 모르는데, 영수 먹을만큼 사와라.”
나이를 물어보니, 한살차가 나기에 술김에 동생하기로 하지.
술이 깊어지는 시간쯤, 낚시를 거두고 정리를 해둔다.
취한 상태로 정리하는게 쉽지 않거든.
몸이 힘겨워지기 전에 배낭을 정리해두고 술잔에 몰입하지.
“얌마! 너 처음와서 뒤에 있을때 이새꺄! 졸 쫄았다. 이새꺄!”
“맞지예!”
눈물 짜낼듯 힘차게 웃고나서 이어가지.
“사실은예, 내가 생긴거 때문에 피해를 마이봅니더.
나는 아인데, 미리 겁먹고 내한테 말 하는사람도 없어예…
딱, 내 일하는 회사 몇사람 말고는 없심더.”
덩치도 그렇지만, 어릴적 나무에서 떨어져 다친 상처라는, 얼굴의 흉터가 더 사람들과 멀어지게 만든 모양이지.
“내가 여름이머 매일 나와서 낚시하는거 배울라고…
일단 배워서 낚시를 사야 되잖아예.
그래서 좀 배울라는데, 아는 사람들중에는 없고, 집앞이라고 나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는데….
행님이 처음으로 받아준겁니더.”
그의 말을 듣다보니, 묘한 감정이 싹튼다.
더 취하면 잊어버릴까 다이어리 한장을 꺼네 몇단어 그려넣거든.
‘산적같은 말더듬이의 고민, 외모와 상반되는 내면’
소주가 모자른 시간이 되자, 어스름 하늘이 뿌옇게 밝아온다.
방수포를 걷어내고 배낭을 완전히 정리하지.
길건너, 새벽까지 성업중인 빨간불 켜진 술집거리를 지나 구포역앞 구멍가게 앞에서 새우깡 안주로 맥주를 비워내며 조잘거리지.
어둑한 시간에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출근을 시작하고, 학생들이 책가방매고 나올쯤, 영수는 출근해야 한다며 돌아갔고, 난 세시간을 버티려고 만화방을 찾지.
존하루 보내세요~
저 잘생긴 얼굴만 보셔도 힘이 날겁니다~
존일마는 하루 되세요~
코나니가 친여 말하는거 죠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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