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걸핏하면 학교나 학교 밖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보도될 때마다 성인들 사이에서 촉법소년 촉법소년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더구만요. 그래서 촉법소년을 폐지해야 한다 같은 말이 많이 나오는데, 저도 12년 전에 촉법소년 말고 아예 소년법을 없애버리라는 입장을 가진 적이 있어서, 당장 그렇게 소년법을 개정하는 건 적어도 반대하지 않음.
그런데 지난 수년 동안, 아동청소년들이 엮인 사건을 보도한 언론기사와 청소년운동 진영에서 발표한 논평 등을 수천개 읽으면서 뭔가 많이 찜찜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음. 어른들이 한쪽에서는 미성년 범죄자를 엄벌하라고 외치면서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스마트폰, SNS 규제나 두발복장 규제를 부활시키자거나 하여튼 자유, 권리를 탄압하려는 목소리가 있음. 둘을 종합하여 보자면, 어른이 아동청소년을 "일방적으로" 프레임을 씌우며 규정하는 모양새가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아동청소년들 중에 성인 못지않게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존재들이 있는 건 사실인데, 왜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이른 나이에 드러나는지도 연구가 필요해 보임. 제가 봤을 땐 이것과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 싶음.
"옛적 아이들은 여덟 살만 되어도 동생을 돌보고, 열 살쯤이면 소에게 풀을 먹였다. 농번기에는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원만한 집안일도 맡아서 했다. 이처럼 일찍부터 동네 어른들과 언니, 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터득해나간 아이들은 열대여섯 살쯤 되면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그리고 어른에 가까운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옛적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는 그렇게 유지되었다."
(박남일: 어용사전 - <의무교육>에서 발췌)
이 문단에 의하면 실제로 청소년 연령대는 적어도 신체 기준으로는 성인에 가까웠다고 보여져요. 조선 때만 해도 14~15세에 결혼할 권리가 주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이어서, 평상시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은 약한 존재'라는 시각이 박혀 있고, 아동청소년 관련 법도 아이들이 약한 존재라는 전재 하에 제정되어 있는데, 여러분이 목격했거나 당했던 학교폭력 썰에서 언급되는 그 잔인하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아이도 약한 존재라고 봐야 하는지 의문이 생김. 쉼게 말해, 아이는 "무조건" 약한 존재이기"만" 하다고 보기 어려움. 그래서 아동의 개념과 기준을 다시 정의할 필요거 있다고도 말해드림.
하나 더, 저는 아이들이 그렇게 입에 담기 어려운 잔인한 짓을 저지를 능력이 있다면, 그런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발휘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들에게는 분명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주변환경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못하게 하니까 애꿎은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우리가 듣기만 해도 겁애 질리는 사이코패스도 먼 옛날에는 유용한 역할을 했다고 해요. 그것에 착안해서, 우리가 여태 간과하고 있었던 아이들의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밝혀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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