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팽개쳐진 '돌봄'.. 굶주린 소년은 그렇게 번개탄을 피웠다
명희진 입력 2020.06.11. 14:27 수정 2020.06.11. 14:42
[서울신문]가족 외면·코로나로 지역 돌봄도 공백 충남 예산의 한 중학생이 ‘배를 곯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이 확인됐다. 아이는 방학에 이어 코로나19로 개학이 지연되면서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 방치된 채 3개월간 물 외의 음식물을 거의 먹지 못했다. 11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A(13)군은 지난 1일 스스로 집 두꺼비 집을 내리고 번개탄을 피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마침 이날 오전 방문한 상담사와 담임교사가 A군을 발견해 큰 화는 피했다. 의식을 잃은 채 인근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A군은 영양실조 상태로 다리 부근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이혼 가정의 아이인 A군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외할머니는 지난 3월부터 장기간 집을 비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친모는 새가정을 꾸려 A군 앞으로 나온 지원금을 모두 가져다 쓰는 등 사실상 A군을 돌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냥 따뜻한 말한마디…나는 언제나 배고프다” A군은 지난해 말 아동 지원 단체로부터 심리 검사를 지원받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학교도 못 가고 가족도 없고 방문 상담사도 만나지 못하다 보니까 A군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A군은 지역 돌봄 사업 아동으로 선정돼 주 1회 지역 활동가의 돌봄을 받았으나 코로나19 탓에 2개월 정도 방문이 중단됐다. 지난 9일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는 A군은 자살 고위험군 환자 판정을 받았다. 친밀한 보호자의 보호와 양육이 필요하지만 보호자들이 양육 의사가 없다 보니 퇴원 후 마땅한 거취도 불분명한 상태다. A군의 법적 보호자인 외할머니와 친모는 응급실 이송 당시 구급차 탑승을 위한 보호자 동의도 거부했다. A군이 남긴 메모에는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나도 이제 쉬고 싶다 다들 나 없이도 행복해라”,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쓰여 있었다. A군은 페이스북에 “나는 언제나 배고프다”라고 쓰기도 했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전 A군은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학교에서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활발한 학교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층 ‘돌봄 공백’ 현실로…방임학대지만 기준 애매 장기적인 코로나 확산에 따른 취약 계층의 ‘돌봄 공백’이 현실로 나타났다. A군의 자살기도는 보호자의 방임 학대와 돌봄공백이 만든 비극이었다. 김미경 예산 가정상담소 소장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많은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예산도 상당 부분 투입되고 있지만, 대상자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복잡한 가정사에 깊게 개입하는 건 지자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 방임 학대의 경우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사무소 해온의 김보람 변호사는 “방임 학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수사기관이나 담당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우리 사회는 아직도 ‘못난 부모라도 부모랑 있는게 낫다’는 혈육중심의 사고 방식이 남아있어 아동학대 피해 아동과 가해 보호자 사이의 적극적인 분리나 대처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보호기관에서는 이번 사건을 아동 방임학대로 판단했다. 하지만 A군이 시설 생활을 꺼리는데다, 보호자의 물리적인 폭력 등 결정적인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격리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게 기관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A군이 친모와 살고 싶어 하는만큼 군청을 통해 전세금을 마련하고 친모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서부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재학대 예방을 위해서 친모를 대상으로 부모 교육과 심리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빈집서 3개월간 겨우 물만 먹고 지내
“미안하다” 극단 선택 시도 2도 화상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니들이 말하는 한남이라 그냥 냅두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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