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있었던 얘기.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 집 아이가 몹시 부럽다는 듯 내게 말했다.
자기 친구 아무개는 돈을 엄청 잘 쓴다고...
정말로 아닌게 아니라
그 아이는 돈을 잘쓰기로 소문이 난 아이였다.
어찌나 돈을 펑펑대며 잘 써대는지 그 아이한테 떡볶기 한접시라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면
그 학교 학생이 아니다라는 말이 다 떠돌 정도로...
용돈이 한달에 몇 만원 정도가 아니라 몇 십만원도 더 넘을 거라고들 하니 도대체 뭐하는 집안 아이?
알고보니 동네 시장에 있는 대형 생선도매집 아들이라는데,
얼마나 생선을 많이 팔아 수입을 올리는지는 몰라도 어린 아들 교육을 요렇게 엉망으로 시킬 수가 있나?
어느날,
나는 동네 식당에서, 마침 생선 배달을 왔다가 잠깐 쉬느라 커피 하나를 뽑아 마시고 있는 그 아이의 아버지와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왜 어린 아이에게 그토록 많은 용돈을 주느냐?며 다소 질책하는 뉘앙스로 말을 건네자 그 아이 아버지는 잠시 한숨을 푹푹 내쉬고 나더니 마치 넋두리 늘어놓듯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한이 맺혀서 그렀수."
"한?"
"제가 갸만했을 때 하도 돈이 없이 지내서 한이 다 맺혔었다오..."
그가 다시 이어서 들려주는 얘기는 대강 이러했다.
워낙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병에 걸려 자리에 눕고나니, 집안 형편이 아주 엉망이 되었단다.
어머니가 남의 집안 일 거들어주고 밥을 얻어오곤 했지만, 그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하루 두어끼 밥을 건너뛰는 건 보통이었다. 웬만한 아이라면 한두 번쯤 사먹을 만한 아이스케끼마저 돈이 없어 사먹을 수가 없어 그저 빈입맛만 쩝쩝 다시며 멀건히 쳐다보기만 했었고...
학교에 낼 돈을 내지 못해 학생들 앞에 불려나가서 망신 당하는 건 비일비재했던 일....
이러저러한 일들이 그의 어린 가슴에 피멍이 들고 한이 맺히게 만들었던 건 당연.
그래서, 그는 어렸을 때 겪었던 자신의 한을 지금이라도 풀어보고자
남이 뭐라건말건 손가락질을 하건말간에 자기 아들한테 아낌없이 용돈을 펑펑 퍼주고 있다나?낸단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돈 많이 써대는 나쁜 버릇을 노골적으로 키워준 아들이었지만,
나중에 성년이 되자 아버지 생선가게에서 요즘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 잘하고 있으니
'어렸을때부터 돈 절약하는 걸 가르쳐줘야한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어린이에게 회초리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라는 등등의 교육적인 속담이 현실적으로는 반드시 맞지는 않는 듯....
결론 부분이 앞이야기와 좀다르지만
돈을 물 쓰듯하면 돈의 가치를 늦게 알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결핍 상태를 격으면 보통 더 빨리 알게됩니다
가난했던 생선가게 주인같이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서 인생에 대해 남들보다
좀 빨리 안 것같습니다
돈을 물쓰듯하면서 좀 잘 풀린 특이한 경우 같습니다
정신차리고 교회에 돈 엄청 몰빵했으면
예수가 구원해서 부자되게 해 주었을꺼야
ㅡ 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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