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감찰' 파견 검사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죄 성립 안돼…보고서에 내용 삭제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인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가 “대검찰청의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인 이른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을 법리검토한 결과 죄가 성립되지 않았다”며 “법리검토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 게시글에서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위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윤 총장 수사의뢰 결정은 법리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절차마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월 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작성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한 법리검토를 담당했다.
이 검사는 자신이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 중 법무부의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될 수 없는 내용이 아무런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다른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자신의 결론과 다르지 않았고 재검토 지시나 지적을 받은 적도 없어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지만 아무런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했다. 대검 감찰부가 내사·수사기록에 편철된 감찰·수사 보고서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전에 임의로 폐기 혹은 수정했다는 주장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문서손괴·공문서 변조행사·무고 혐의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법무부의 윤 총장 수사의뢰가 충분한 조사 없이 이뤄졌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이 검사가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 24일 오후 5시20분쯤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의 경위를 알고 있는 사람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한 직후 갑작스럽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대검 감찰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청구·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던 24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윤 총장이 지시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이 판사 개인 정보와 성향 등을 담은 사찰 문건을 작성했다는 혐의였다. 대검 감찰부는 25일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지만, 기존 문건 외에 새로운 문건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26일 이 같은 의혹을 두고 대검에 수사의뢰도 했다.
이 검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제가 알고있는 내용들에 비춰 볼 때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제가 가졌던 법률가로서 치우침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다. 파견 검사가 사찰 문건에 관해 최종적으로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기록에 그대로 편철돼 있다”고 밝혔다. 또 “그 심각성을 감안할 때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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