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을'이라는 단어를 들었습니다.
살짝 놀랐습니다.
몸이 느끼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저는 아직 지난 새해가 시작되던 때의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또 이래저래 하다보니 한 해의 2/3가 지나버렸군요.
나이 서른 될 때까지만 해도 그나마 시간이 따박따박 흐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는 서른을 슬퍼할 겨를이라도 있었습니다.
이후 나이 마흔은 언제 됐는지 모르겠고, 이제 막 마흔이 넘은 것 같은데 어느덧 40대의 반을 잘라먹었습니다.
시간이 가속도가 붙으니 남은 5년은 더 빠르겠죠?
이러다가 50이 되고, 또 어찌저찌하다보면 딸 아이 결혼식장에 앉아 있겠죠.
한동안은 시간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붙들어 보려고 했는데, 이젠 거의 자포자기 심정입니다.
마음은 20살에 멈춰있는데, 그 스물을 두 번 해도 지금의 나이에 닿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리둥절 망연자실...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엔 왜 그렇게 친구들이 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보고 싶은 이유가 뭔가 생각해봤는데, 그 녀석들이랑 같이 있으면 내가 잠시나마 20살로 끌려가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 보배 형님들 다수가 저보다 연배가 더 높으신 분들인데, 나이 얘기해서 송구스럽습니다.
그런데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을 느끼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 같아서 글 한 번 써봤습니다.
형님들.
좋은 커뮤니티에서 좋으신 분들과 함께 늙어갈 수 있어서 기쁩니다.
처음에는 마음껏 들이켜도 줄어드는 게 크게 체감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물이 절반만 남게 되고 아껴 마셔야 하는 것을 느끼니까요.
그때부터 엄청 빠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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