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말이지.
인터넷도 아니고 이른바 01410로 연결해서 모뎀으로 낑낑대며 자료를 받고 몇바이트의 채팅이 즐거움이었던 초창기 네트워크 시절의 영웅같은 존재였다. 당시에 바이러스는 지금처럼 고도의 기술로 개발된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이나 당시나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은 어렵기는 마찬가지 여기에 단신으로 컴퓨터 언어를 학습하고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는 한마디로 영웅이었다.
지금같이 컴퓨터내부에 저장한 데이터도 별로 없고 네트워크에도 연결이 상시로 되어 있지않는 컴퓨터의 바이러스는 주로 시간이 되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날리거나 먹통이 되게하는 악성바이러스 였는데 비싼돈을 들여구매한 컴퓨터가 먹통이 되면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니 무료로 배포된 V3는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나는 노튼 안티바이러스를 더 선호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시절에 이런 무료배포는 흔한일이기는 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MS-DOS나 초창기 윈도우는 개인들이 복제해서 사용하는 것을 거의 방관 했으며 포토샵 등의 소프트웨어들은 그렇게 불법복제로 기술을 익힌 사람들의 손에 퍼져나가서 기업체의 주요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다.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넷스케이프를 몰아내기 위해 윈도우의 기본프로그램으로 강제로 깔아서 뿌렸다.
PC게임도 동네 컴퓨터가게에서 플로피 1장당 1천원으로 불법복제해서 당당하게 팔았던 시절이므로 바이러스가 한번 감염되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V3를 고맙게 쓰기 시작했고 안철수는 이를 기반으로 벤처를 차린다. 여전히 개인에게 V3는 무료로 제공하지만 확실한 수입원인 관공서와 기업에는 유료로 V3를 판매했으며 지금도 판매하고 있고 외국산 백신이 아닌 V3가 주요 소백신소프트웨어로 자리잡게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의 V3에 대한 인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실 안철수는 여기서 따른 생각을 하지말고 V3를 국내가 아닌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성공담을 책으로 내고 이것이 IT붐, 벤쳐붐을 타고 대단한 바람을 일으켰고 희망에 부푼 젊은이들에게 안철수는 북콘서트 등을 통하여 자신의 경험과 의지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게 됬다. 그 중에 하이라이트는 무릎팍 도사.
이것이 2009년도 일이니 벌써 12년 전의 일이다. 이 예능프로 하나로 안철수는 성공적인 IT 기업의 CEO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능력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직원들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책임감과 위기를 헤쳐나가는 능력, 거기에 서울대 의대출신이라는 명석함이 배경이 되서 어마어마한 인기인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안철수처럼 되고 싶어하고 안철수에게 자문을 받고 싶어하고 안철수를 좋아하게 됬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사람에게 권력을 줘봐라 라는 미국의 격언이 있다. 안철수는 권력을 갖게되고 그 됨됨이가 드러나게 된다.
안철수의 이러한 인기는 곧 그가 정계로 발을 딛게되는 원인이된다. 민주통합당으로 정계에 입문한 안철수는 대선후보까지 거론되다 민주 통합당에서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민주통합당에서 탈당한 김한길, 천정배 등과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으나 재보선에서 참패한 후 탈당해서 안철수사당 즉 안철수를 위한,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의 당 이른바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총선에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한다. 이때 통합민주당의 내분으로 많은 전라도에서 많은 의석을 국민의당에 내주었다.
결국 대통령이 되고 싶은 안철수는 대선에 출마한다. 하지만 거기서 안철수는 많은 실언과 함량미달의 정치인을 보여주었다. 정치경력을 통틀어 서울시장선거에서 몇차례 후보를 양보해주는 모습을 보여서 대범한 정치인으로 보여졌지만 사실 서울시장같은 것으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고 오로지 대통령이 목적이었고 그것을 위한 사전의 쇼였으며 모든 포커스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권력욕에 맞춰져 있었다.
어쨌든 국민의 당으로 그나마 당에 대한 권력을 쥐게 되었으니 국민의 당 상황을 보면 안철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다. 국민의당은 최고위원이고 뭐고 그 누구도 안철수의 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다못해 그 흔한 내부적 분파나 단체도 없다. 오로지 안철수를 위한 안철수 당이다. 안철수 대선 출마를 위해 당헌, 당규를 개정하고..안철수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위해 국짐당과 통합도 고려했다가 접는다. 안철수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정당인 것이다.
자신의 성공담을 출판해서 인기를 얻고 방송에 출연해서 지도자의 이미지를 쌓고 사람들에게 북콘서트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지만 근본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딜레마 말하자면 자신은 100% 옳고 내가 원하는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환상에 오롯이 안철수는 빠져든다. 처음부터 민주적인 정치,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정치판의 풍랑에 크루주선을 타고 들어왔는데 자기 마음대로 혼자 이것저것을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하다보니 선원들도 다 내리고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이제 곧 해체되어야하는 쓸모없는 폐선이 된 것이다.
현재는 모두들 알다시피 이른바 대선후보로 나올 사람인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뭘하는 지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무슨소리를 하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막상막하의 대선 4수생인 심상정이 있지만 안철수는 더 심한 상태로 결국 이번 다가올 대선은 아마도 우리가 안철수의 얼굴을 볼 마지막 시간이 아닐까 싶다. 뭐 대선에서 실패해도 안철수는 CEO로 교수로 잘먹고 잘살겠지만 아마 훗날에 부고나 뜨면 아 옛날에 이런 사람도 있었지 할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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