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일을 해서 보답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넋두리 시작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굉장히 길어졌네요. 스압 죄송합니다.
1. 하교길에 건널목에서 신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네에 모자란 아이가 있었습니다.
거동도 잘 하지 못 하는 것이 지체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이가 내복차림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더니
빨간 불에 그냥 건너기 시작합니다.
차도 오길래 그냥 냅다 뛰어가서 낚아채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반대 방향으로 다시 걸어갔습니다.
개찝찝하지만 저도 집에 가고 싶어서 그냥 갔습니다.
2. 하교길에 전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진 못 했는데 아이가 떨어졌습니다.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또 냅다 뛰어내려서 애 들어서 올려주고 저도 올라갔습니다.
고맙단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3. 출근길이었습니다.
옆에 서있던 아가씨가 굉장히 불편해 보였습니다.
요번엔 무슨 일이 생겨도 신경쓰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가씨가 쓰러집니다.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어떡해... 어떡해 하기 시작합니다.
짜증나서 주변사람들 다 저리 비키라고 하고 호흡확인 했더니 숨을 안 쉽니다.
잠깐 고민하다 아가씨 옷 다 풀어헤치고 cpr했습니다.
하면서도
"이거 x발 성추행으로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냥 했습니다.
와중에 다른 청년이 차량 통화장치로 사람 쓰러졌으니까 다음 역 역무원 불러달라고 해줬습니다.
제가 다 뿌듯했습니다.
군에서 배운 절차 중에서 특정인 지목해서 구조요청 해달라는 걸 까먹었거든요.
마침 아가씨도 눈 떠서 앉아있던 사람 잠깐 일어나보라고 해서 앉혔습니다. 옷 다시 여며주는 걸 깜빡했네요.
다음 역 도착해서 아가씨 부축해가지고 내렸는데 역무원이 보이길래
"여기요, 이리 오세요."
라고 크게 소리쳤는데 쳐다보더니 기관실로 뛰어가십니다. 여긴 8량이었습니다.
"아니 x발 쓰러진 사람 여깄으니까 이리 오라고!"
역사가 무너져라 소리질렀습니다. 살면서 저보다 목소리 큰 사람 본 적 없습니다.
그제서야 이쪽으로 뛰어오시고 아가씨 인계해드리고 다시 타고 출근했습니다.
다행히 성추행으로 어떻게 되진 않았네요.
4. 백수였습니다.
일자리 구하는데 구직사이트에 딱봐도 수상한 일거리가 있습니다.
고수익 알바였고 바보x랑 사칭한 보이스피싱 인출책 알바였습니다.
물론 처음엔 몰랐고 전화해서 이력서 넣고 듣다 보니 감이 왔습니다.
"쇼핑몰인데 상품 대금을 해외로 송금해야 하는데 법인 계좌론 안 돼서 제 계좌를 이용해야 하고, 수수료로 얼마를 주겠네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알겠다고 일 한다고 했더니 한 5분 있다가 제 계좌로 ㅇㅇㅇ씨가 보낸 4천 얼마 들어오더니 문자가 옵니다.
그래서 제가
"ㅈ까시고요~ 당신 사기꾼인 거 아니까 이 돈 ㅇㅇㅇ씨한테 돌려드릴게요~"
했더니 전화가 옵니다.
"그럼 일 안 하신다는 거에요? 그럼 그 금액 ㅇㅇㅇ씨한테 돌려드려야 되니까 다시 저희 계좌로 입금해주세요."
합니다.
"아니 그니까 내가 돌려드릴테니까 신경 끄세요. 그리고 댁들은 경찰에 신고합니다."
했더니
"네 신고하세요."
아주 당당하더라고요.
바로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고 조서 작성하고 수사관님이
서 계좌로 이체해놓을건지, 그냥 가지고 있을 건지 묻길래 그냥 빼갈 순 없냐고 했더니 안 된다길래
"큰 금액이라 이체하려면 은행 가야되는데 시간도 늦었고 하니 그냥 냅두겠다"
했더니 알았답니다. 그럼 포상이라도 해드릴까 하시길래 낯간지러우니 됐다고 그냥 일이나 빨리 처리해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다음날 제 계좌가 거래정지돼있더군요.
수사관님 전화해보니 은행에 문의하랍니다.
은행에 전화해보니 피해자 ㅇㅇㅇ씨가 거래정지 요청해서 그렇게 됐답니다.
해당 은행으로 가야 한답니다.
게을러터져서 움직이기 귀찮은데 또 은행까지 갔습니다.
은행 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사람도 무지 많아서 짜증났습니다.
제 차례가 왔는데 창구 직원분이 겁나예쁘고 친절했습니다. 고백할뻔...했지만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ㅠㅠ
해당 직원분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하시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해서 도와주시니 참 감사했습니다.
앞에서 일처리 하시는 동안 창구에 직원 칭찬할 수 있는 사이트가 게재돼있길래 냅다 들어가서 작성했습니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피해자분 연락처 받아서 통화했습니다.
아주머니 전화받고 우시더군요.
"아주머니 돈 제가 잘 가지고 있으니까 울지 마시고 돈 다시 돌려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했는데 정신이 없으셔서 뭐라고 하시는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끊고 거래정지 풀고 입금해드렸습니다.
내심 사례를 바랐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고맙단 문자 하나 없었습니다.
이 분 번호 아직도 저장돼있어서 어떻게 잘 사시나 카톡 프로필 보니 여행도 다니고 잘 사시나 봅니다.
근데 정작 저는 개꼬라지로 사네요.
개같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머니는 집 나가셨지,
친구들 하교하고 놀러다닐 때 10살부터 개같이 일했지,
쓰러지신 아버지 모시고 살다 돌아가신 뒤론 삶에 별 미련도 없지,
성격도 더럽지, 책임질 가족도 없지, 부모도 없지,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게 현명하다 싶습니다.
야심한데 갑자기 센치해져서 어디 썰이나 풀고 싶은데 마땅히 없어 찾았습니다.
"너처럼 열심히 살면 언젠가 빛 볼거야"
란 식으로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다 부질없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헛바람이나 안 들었으면...
또 오지랖이 들어서 더 적자면...
부모님께 잘하시길 바랍니다...
아버지 모시고 살면서 진짜 몹쓸 소리, 몹쓸 짓 많이 했습니다.
끝내 집에서 돌아가셨는데 임종도 못 지켰어요.
저 출근한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셔서 제가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갔으니...
미음끓이고 물떠다드리면서 분명히 봤거든요.
베개는 저리 치워놓으시고 가쁜 호흡 쉬고 계시길래
병신마냥 그 높은 베개를 다시 베드리고
"아버지 저 다녀올게요."
했더니
목소리도 못 내시면서 입만 뻐끔 뻐금
"잘 다녀와"
하셨습니다. 이게 유언이에요. 병원을 모셔다 드렸어야지...
베개가 높아서 숨쉬기 힘들어 치우셨을텐데 그걸 왜 몰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눈물 쏟아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가신 지 5년이 돼 가는데 아직도 가슴에 사무칩니다.
지인들, 동네 어르신들 다 효자라고 하시지만 저는 아닌 걸 알거든요.
천하의 개쌍놈입니다.
씨발.... 죄송합니다.
그냥 앞만보고 직진 위험에 빠진사람
일단 구해주고 까짓거 쓰면 독박이지 뭐
맨날 이러니 이런것도 다 성격 탓같슴다
일단 달라들어 하고치우고 나중 뒷감당
못해 전전긍긍도 하고
어깨들이 찾아와 겁고주고 당하면서
다 살아와 봤지만
그래도 잘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사람은 연락처도 있으면서 하다못해 돈을 주워 찾아주면 20%보상을 해준다는데 사기당할거를 막아준 사람에게 보상은커녕 인사도 없다는건 인성이..그사람 분명 다시 사기당할 겁니다 그때 글쓴분이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생각이 나겠죠
2번 아주머니는 눈에 아이만 들어왔겠죠... 그럴만 하다 봅니다.
3번 아가씨는... 역무원께 인계할 때까지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 하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4번 아주머니는 음... 저를 그냥 사기꾼일당으로 생각하셨나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댓글들 훑어 보면서 느낀 건데 결국 제가 좋자고 나선 일이니 덮어놓고 원망할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한그루나무님의 깊은 공감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추천하나박고갑니다.
군대 갔다와서 학교 복학하셨나봐요? 저는 회사원이라 퇴근이라는 단어가 저는 떠오른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어서 몇번이나 읽으면서 무슨 얘기인가했네요
ㅡㅡ:;
대학교 생활은 조모님께서 손자 대학교 다니는 게 보고 싶다고 하셔서 반년만 하고 입대해서 군생활 8년 하고 전역했습니다.
당연히 대학교는 자퇴했고
3번은 전역 후 회사생활하던 시기에 출근길 전철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도 jek220님 댓글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개략적으로 대댓글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한 행동은 그 사람의 인격,태도에 흔적을 훈장처럼 남깁니다
부질없는 일이였나 생각마시고,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이야기해주세요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사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횽 부산 살면 소주나 한잔 합시다.
좋은 말씀과 조언 감사합니다.
쓰레기 하나 쉽게 버리지 않는 것,
작은 善 하나 하나 밀알 이 되어 나중에 큰 복을 받는 답디다...
님에게도 좋은 일 많이 생길겁니다.....
병적으로 지키는 것들이긴 합니다.
요재님께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s9981005님께서도 꼭 힘내시고 만사 잘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부이님께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실겁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세상 살 맛 나는겁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응원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진감래~
당황스럽네님께서도 좋은 날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로그인 잘 안하는데 추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님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을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감사까지 표해주시는 정말잘살아보세님도 위인이십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같은동네면 진심으로 술한잔 하고싶네요
인생의미학님께서도 우여곡절 많으셨으리라 봅니다.
저는 서울 광진구 거주중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가족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만 보내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글쓴이님께 꼮 좋은일이 있길 바라봅니다.
제게 좋은 일을 바라주신 만큼 페가수스45님께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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