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휴가이고, 평소 정말 부정선거일까 하고 회의적이었으나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씩 전향(?)해 가는 걸 보고 순전히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참여했죠.
우선 특이한 게, 소속 정당은 아무렇게나 배당되더군요. 큰 정당은 이미 참관인 TO가 꽉 차서 군소정당 할당량에 배치한답니다.
1. 우선, 투표장의 모든 CCTV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게 특이했습니다.
4.15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장 CCTV는 "신문지로 가려라"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본투표장 CCTV는 가동시켰다더군요.
근데 이번에는 사전, 본 투표 가리지 않고 전부 CCTV의 전원을 끄거나 연결을 해제했습니다.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보호 때문입니다"라는 게 제 질문에 돌아온 답.
CCTV가 투표자나 선거사무원의 어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소의 넓이에 비해 주사거리가 너무 길어서 신상 구분은 고사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도나 구분가능합니다.
CCTV는 오히려 행여 있을지 모를 난동꾼, 술꾼, 예기치 못한 사고(방화, 폭행, 투표지 절도 등)를 방지하고 유사시 조사 기능이 있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선관위 직원의 말은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2. "선관위 직원은 없었다" ㅡ 공무원들이 차출됐더군요. 제가 맡은 선거구 관리관은 배부된 선관위 도장을 거부하고 자신의 私印으로 투표지에 날인했습니다. 아마 재량권인가 봅니다. 일단 私印을 찍는 관리관에게 신뢰가 갔습니다.
3. 투표함 봉인과정 ㅡ 먼저 밑바닥을 보여주면서 비었다는 걸 확인시켜 주더군요. 다음, 봉인지에 서명하려는데 다른 참관인이 봉인지를 테스트해 보자고 했습니다.
실험해보니 봉인지를 떼면 흰색 글씨가 나타났습니다.
근데 봉인지 여분이 여러 장 있는 걸 봤어요.
그 파란색 봉인지 특성상, 떼었다 붙여도 투표함에는 아무런 흔적이 안 남았습니다.
이런 봉인지는 간인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규정에 의해 '간인'은 금지랍니다. 관리관도 난감한 표정.
할 수 없이 간인 없이 그냥 서명하고 봉인했죠.
하지만 지금 형태의 봉인지는 있으나마나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관인과 또 다른 사무원, 참관인 2명이 의기 투합하면
봉인지를 떼어내고 최소 3만장 투표지를 바꿔치기 할 틈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도시는 불가능하지만 지방 읍면동 수준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개표장까지 동행하는 경찰은 뒤에서 차로 따라오기만 할뿐 투표함을 운반하는 차에는 탑승하지 않아요.
제 생각에는 경찰도 뒷좌석에 동승해야 할 것 같아요.
4. 선관위 직원이 투표장에는 없었지만 몇 번씩 순찰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선관위 직원의 태도와 투표관리관의 태도는 참관인의 활동을 억제, 통제하려는 쪽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게 아니었죠. 가능하면 가만히 있어라~ 라는 식의 통제적이고 위압적인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습니다.
5. 단 한 장의 투표지도 이상한 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투표관리관이 굉장히 꼼꼼하고 치밀했고, 선관위에서 교육받은 것과 참관인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필시 그 관리관은 부정선거라는 의혹에 대해 최소 유보적인 판단을 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개표장까지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헛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참관인과 경찰, 관리관, 동행 사무원은 투표함을 대장에 기록하고 양도한 후에는 서둘러 해산하고 귀가합니다.
단절되는 거죠.
최소 두 명은 계속 남아서 인수 인계 및 봉인지를 떼는 과정까지는 연속성 있게 참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표장에서 봉인을 끝내고 개표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그 후임 참관인들은 개표장으로 가지 않고 투표장으로 가서 거기서 참관업무를 이양 받아 개표장까지 동행, 투표함을 개함할 때까지는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참관하기 전에는 소위 '관리관 도장 없는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관리관 도장이 뭉개진 1000여장 이상 나왔던 것), 이바리 투표지, 좌우 여백이 다른 투표지'등은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24시간 이상 참관해보니 그런 투표지는 현장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떤 투표인은 아주 조금 약간 번진 관리관 도장을 보자 투표지를 바꿔 달라고 하더군요.
괁리관은 투표지를 새로 배부하고 그 번진 투표지를 증거로 남기고 투표대장에 꼼꼼이 사유를 적더군요.
이런데 일장기 투표지, 여백 불일치 투표지, 날인 없는 투표지가 재검표에서 나왔다고요?
글쎄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4.15 총선 재검표장에서 나온 수많은 이상한 투표지는 한장도 안 나왔죠? 오히려 전혀 다른 이상한 유형(누런 색 투표지)이 나왔죠?
결론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저는 좀더 경청하고 유의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냐고 하니까 퉁명스럽게 '선관위에 문의하시죠. 우린 시키는 대로만 합니다' 라고 하더군요. 귀찮고 피곤하다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래도 일당은 받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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