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성북구 돈암동은~
오늘은 내가 사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누구나 자기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착이 있을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 집이요, 나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우선 성북구 돈암동은 절간처럼 조용하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가정집 소음측정하면 아마 서울시에선 1%안에, 전국에서도 10%안에 들 것이다.
우리동네가 조용한 이유는 지리적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아파트는 북한산과 연결되는 북악산 기슭에 지어졌는데 바로 옆동네가 대한민국 재벌가 회장들이 산다는 성북동이 있다.
성북동엔 외국 대사관의 관저(외국 관리가 사는 집)들이 모여있다.
북악산 끝에는 청와대도 붙어있다.
큰산이 가까와서 공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워낙 지체높으신 분들이 가까운데 사셔서 그런지 일체의 요란한 산업시설도 크고작은 시끄러운 공사도 없다~
우리 한신한진아파트는 북악산과 이어지는 언덕위에 지어졌다. 그중에서도 내가 서는 SH임대동은 제일위 산꼭대기에 있는데, 머얼리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보인다.
돈암동에서 잠실까지는 자가용으로 40분거리다. 그만큼 우리집이 고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높은곳에 살면 교통은 나쁘지만 마음이 편하다.
시끌벅적 살아가는 소리가 안들린다.
노아의 홍수가 나지 않는한 우리집은 홍수나 폭우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임대아파트에 사는데 월임대료 25000원 나온다. 거저라고 할 수 있다.
아랫마을에서는 전세대란이네, 부동산폭등으로 난리가 났다지만, 나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으며,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라달라고도 나가라고도 하지 않는 SH임대아파트.
사람이 얼마나 산다고 그리 고민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가? 임대주택에 살면 세월에 도끼자루가 썪는줄 모른다~
작년 여름엔 현관문을 열어놨더니 북악산 바람에 벽시계가 떨어져 유리가 깨졌다. 우리집에 에어컨이 필요없는 이유이다.
우리마을의 특징으로는 주민의 수준이 고급지다는 점이다.
싸우는 소리도, 노랫소리도, 이상한 사람도, 술취한 사람도 심지어 개짖는 소리도 없다. 전혀~ 없다.
하긴 4000세대가 사는 아파트단지엔 일정수준 이상되어야만 입주할 수 있기때문이다.
다만 내가 사는 임대동만 가난하지만 거의 노인들만 살아서 마치 요양원처럼 조용하다..
개구진 아이들도, 예쁜 아가씨도 못본다.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예뻐서 좋아하는게 아니다.
꽃이 피어있는 곳엔 물이 있고 햇볕이 있으며 향기롭고 안락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총각이 아가씨를 좋아하는 이유도 다만 예쁘다기보다는, 꾸밈이 있고 소비가 있고 수다와 웃음이 굉장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엔 온통 시골에 할아버지 할머니들 뿐이다~ 절 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긴 우리동네 아래에 이성계의 첫째부인이 신덕왕후 강씨를 모신 흥천사가 있다. 신미대사가 한글을 만든 곳도 이 절이라고 한다.
아파트 재활용장에 가보면 가전제품, 운동기구, 책, 주방용품 등 쓸만한 물건들을 버린다. 역쉬 부자에 빌붙어 살아야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법이다!
새벽에 잠이 안와 여자 속옷이라도 주을까하여 재활용장마다 배회하다보면 마을버스 정류소가 10곳이 되는 드넓은 아파트단지 내에 나같은 변태가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역시 보범적인 생활의 퀼리티를 뼈저리게 실감케한다.
어릴때 살던 부천에선 밤마다 야산에서 청소년들이 본드 마시고 여자 비명소리 들리고 걸핏하면 무슨새끼 무슨년아 차라리 날 죽여라 맨발로 뛰어다니고...지붕에서 들고양이들이 싸우는 소리에 어휴~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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