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사장, ‘상생 잊은 경영’ 도마위에 오른 까닭
대리점주 외면하고 친인척엔 ‘몰빵’?
2013년 02월 25일 (월) 11:58:43
김상범 기자 www.ftoday.co.kr ?http:> sbkim@ftoday.co.kr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남양유업(회장 홍원식)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않지 않을
분위기다. 대리점 점주들이 남양유업의 ‘횡포’를 지적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하면서 진실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남양유업 측은 해당 점주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이번 사태는 점입가경의 국면에 이르게 됐다.
더군다나 남양유업은 최근 오너일가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어 여러 가지로 골머리
를 앓게 된 상황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남양유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추적해봤다.
‘제품 밀어내기’ ‘떡값’ 요구 등 각종 의혹 잇달아 제기돼
피해자협의회 “폐기대상 제품 떠넘기고 발주데이터 조작도”
최근 남양유업이 일부 대리점을 대상으로 속칭 ‘제품 밀어내기(강매)’로 제품을 강매하고 ‘떡값’을 요구했다는 주장
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공포의 밀어내기’라는 제목과 함께 남
양유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집중 보도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지난달 20일 공정위가 식품업체 ‘대상’을 불시 조사한데다 남양유업, 해표, 사조 등 다른 업체들의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발생한 일이라 더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위는 해당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진실은 무엇?
제일 처음 이번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달 25일, 전·현직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을 대상
으로 제품을 강매하고 명절에 ‘떡값’을 비롯한 본사 임직원들의 퇴직 위로금까지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자행하
고 있다는 내용을 공정위에 제소하게 되면서다.
이들은 공정위 제소와 더불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남양유업을 규탄하는 호소문과 관련 영상을 올리
기도 했다.
그러자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전·현직 대리점 업주 3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남양유업은 고소장을 통해 이들이 자료를 임의로 조작해 인터넷과 언론에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강경대응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인터넷에는 남양유업의 횡포를 피해를 입었다는 피
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기 시작했고, 피해 대리점주들을 중심으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이하 협의
회)’까지 구성된 것이다.
실제 다음 ‘아고라’에는 대리점 업주와 가족, 이웃들의 호소문이 수십 건 이상 게재돼있는 상황이며, 나아가 남양유
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다수의 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남양유업을 고발한 대리점주들이 사측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까지 등장해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이창섭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대표와 정승훈 총무, 김대형 간사는 서울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
견을 열고 “남양유업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항의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협의회측은 나머지 대리점
주들이 협의회에 참가하는 등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점주들을 회유하는 동시에 협의회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대표는 “다른 대리점주들도 피해자협의회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본사의 압력과 회유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사가 투자금·권리금을 매몰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대형마트 납품을 미
끼로 대리점 회유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데이터 조작까지?
협의회는 남양유업 대리점이 주문도 하지 않은 상품을 본사와 대리점이라는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구입을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심지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일도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제품 유통업체에서는 상품이 유통기간이 70% 이상 경과되면 상품자체를 출고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이 관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처럼 일반적으로 ‘폐기대상’으로 분류돼야 할 상품을 대리점에게 떠넘겨 처리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했다고 협의회측은 주장했다. 아울러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제품 밀어내기를 은폐하기 위해 전산발주마저 조작했다는 것이다.
협의회의 이 대표는 “각 지점 영업담당이 대리점 전산발주가 마감되면, 주문관리(대리점 발주데이터를 본사 지령과 월간, 연간 목표에 따라 마음대로 수정하는 작업을 뜻하는 남양유업 직원용어)라는 작업을 통해 대리점에게 상품들을 강매한다”며 “주문관리 후에는 대리점 발주데이터는 사라지고, 오직 남양유업이 마음대로 바꾼 발주데이터만 남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MBC ‘시사매거진 2580’ 등의 관련 영상에 따르면 대리점이 받은 발주자료와 본사가 보관하고 있는 발주데이터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떡값’에 퇴직위로금까지?
협의회측에 따르면 남양유업을 둘러싼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제품 밀어내기는 물론 일부 영업직원들이 대리점에서 명절 떡값에, 퇴직격려금까지 받아갔다는 주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 대리점주인 협의회 정 총무는 “해당 지점장이 인사 발령에 의해 일을 그만뒀는데 퇴직위로금을 줘야 한다며 돈을 요구해서 통장으로 입금해줬다”고 밝혔다. 또 남양유업 영업직원들이 명절이 되면, 떡값을 명목으로 각 대리점 마다 수십만원의 돈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본사에서 지원되는 판매 장려금, 육성 지원비 등에 대해 리베이트 명목으로 10%~30% 를 요구했다고 협의회 측은 주장했다.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이런 돈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으로 요구하거나 차명계좌로 송금을 요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업소 직원들이 월말 마감을 위해 대리점주의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등장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협의회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주장한 내용에 상당 부분 허위사실이 포함돼있어 경찰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라며 “특히 대리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남양유업에서 ‘일감몰아주기’로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 드러나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회사는 ‘서울광고’라는 업체다. 서울광고는 지난 1980년 4월 14일 설립됐으며, 일반 광고업무의 수행, 각종 광고물의 제작과 판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본사는 서울시 종로구 원남동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서울광고가 오너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서울광고의 최대주주는 홍우식 대표로, 바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대표는 2011년 말 기준 서울광고 지분의 89.9%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홍 대표의 딸 서형씨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나누어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광고는 2011년 총매출 83억9000만원 중 83억400만원을 남양유업과의 거래를 통해 기록했다. 이는 총매출 기준 99%에 해당하는 수치로, 사실상 모든 매출이 남양유업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비중이 있었던 것은 2011년 한번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수년 동안 거의 100%에 육박하는 높은 내부거래비중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높은 배당액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1년 서울광고는 17억원을 배당했는데 당시의 배당성향은 무려 170.95%로 당기순이익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수년간 80~90%에 이르는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 홍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의 많은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서울광고와 남양유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회장 동생이 회사를 맡고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남양유업은 이른바 ‘무차입 경영’으로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 5곳 중 1곳은 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반면, 남양유업은 11년 연속 무차입 경영 신화를 일구고 있는 중이다. 현금유보율 또한 무려 17,608.58%로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양유업은 전형적인 내수 위주의 기업이다. 이는 2011년 매출액은 1조2,029억원 가운데 수출은 167억원 수준으로 전체매출의 1.3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들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내수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의혹에 대한 투명한 해명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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