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일할 권리, 중대재해처벌법
마음이 무겁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흘렀지만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1월27일부터 3월26일까지 발생한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망사고는 30건이며 사망자는 총 36명이다. 이마저도 법 적용이 제외된 50인 미만 사업장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산재 사망사고의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고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스럽다. 떨어져 죽고, 기계에 끼어 죽고, 물체에 깔려 죽고, 심지어 끓는쇳물에 빠져 죽는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 아직 멀었다는 것은 그들의 죽음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가 여실히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안전보건 확보 노력이 미흡한 상태에서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한다는 법이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에 의해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즉법의 근본적인 목적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행력을 담보하는데 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혹여나 자신이 처벌대상이 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인수위에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법률상 경영책임자 의무 등 불명확성을 해소하고, 경영자에 대한 하한형(1년이상)의 징역형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업정책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제6단체장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 자리를 가지고 중대재해처벌법 수정을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이미 당선 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시사했으며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등 대폭적인 기업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이처럼 노동자의 죽음보다 기업주가 받는 처벌을 더 무겁게 생각하는 발언은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법의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넓히는 동시에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예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대를 주장했다. 또한 인과관계 추정 원칙을 도입해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행되고 사용자들이 예방을 위해 한 것은 없다. 만약 여기서 법이 개악된다면 사용자들은 더 쉽게 면죄부를 받을 것이고, 안전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후퇴시킬 수는 없다.
오늘날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시대적 과제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을 면하기 위한 소극적인 자세에서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안전보건 분야를 비용 관점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책임의 입장으로 접근해야한다.
사람의 목숨마저도 자본주의 관점에서 기업의 이윤, 경쟁력으로 바라봐야 하는 게 뼈 아프다.
노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외면하지 말고 함께 가슴 아파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기업에게는 책임을 묻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요구를 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이 인정받고 그들의 삶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자.
[알바노조 칼럼]
죽지않고 일할 권리,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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