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전의 <성심당>의 착한 팥빙수 가격이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86년부터 88년 대전 유성에서 군대 생활을 하면서 성심당 팥빙수와 얽힌
추억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저는 대전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까지 대전에서 자란 토박이 였는데 빽없이 군생활도 현역
생활을 대전에서 했습니다.
아무래도 대전 지리에 익숙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입대를 하다보니 운좋게 차출된
케이스입니다.
때는 87년 대전 유성의 육군 교육사령부 수송부에서 장군차 운전병으로 근무할 때인데
장군차 운전병의 하는 일이 아침저녁 출퇴근 운전과 월 1회 정도의 장군님 서울 본가 외박과
예하부대 출장 업무 운행이 대부분입니다.
운행 없는 날은 놀기 뭐해서 타이어에 구두약 발라 광내고 성판(별달린 번호판)신주를 광약
으로 닦고 광내는 일이 대부분 이였습니다.
근무한 사령부는 당시 충청남북도를 통털어 장군이 8명으로 제일 많던 부대였는데, 장군차
운전병은 버스 운전병 보다 대접이 시원찮은 것이 야간 12~2보초도, 2~4보초도 다 설 정도
로 특혜도 없고 꿀 보직도 아니었습니다.
전투부대가 아니다보니 평소 운전하는 전용차량은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스텔라라는 1,600cc가 조금 못되는 승용차였는데, 준장의 경우 현대 스텔라, 또는 대우XQ가 배정되었습니다.
이런 행정부대도 1년에 1~2번은 을지포커스나 팀스피리트 훈련 기간이 있는데 이때는 승용차를 세워두고 수송부에 세워둔 짚차의 커버를 벗겨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1년에 1~2주 타기위한 장군 전용 짚차가 따로 있진 않았고, 세워진 짚차 수십대중 제일 생쌩한 것을 고참 운전병 부터 찜하고 범퍼에 몇호차 숫자넣고 성판달면 저의 차가 됩니다.
아시아 자동차라는 회사의 차량으로 차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이 차가 아주 위험하기도 한데, 브레이크가 거의 아이스링크 수준으로 힘줘 밟아도 30m는 밀려 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에어컨이 없어 여름에는 오픈 형태로 타야 합니다.
<뭔 훈련 기간인가에 찍은 사진입니다>
87년 인가로 기억나는데 한 여름 뭔 훈련기간에 걸려 승용차를 차고에 보관하고 짚차를 몇일
운행중인 상황에서 장군님도 자정까지 부대대기를 하는데 보좌관이(소령)이 시내 성심당에 가면 포장빙수를 파니 방 식구수 대로 사오라고 합니다.
대전 출신의 운전병이니 시내 한복판 성심당 찾아가는 건 일도 아니라 일단 출발은 했습니다.
부대에서 <성심당>까지 편도 20km 거리에다 왕복 1시간 이라서 부담 없이 가는데, 호로(커버)벗긴 짚차를 언제 맘껏 타보냐 심정으로 열심히 운전하며 오픈카 부럽지 않게 짚차를 몰고 성심당에 거의 도착했는데,
앗, 이럴 수가!
훈련기간 중에는 운전병도 개인화기를 소지해야 한다해서 무심코 들고다닌 M16소총을 짚차 운전석 거치대에 거치를 하고 나온겁니다.
성심당에 소총을 어깨에 매고 철모도 쓰고 팥빙수를 사러 들어가자니 사람들이 놀랄것 같고, 소총을 놓고 들어가자니 호로벗긴 오픈카에 시건장치도 없어 소총 잃어버리면 영창갈것 같고...
한참을 고민 끝에 미친척 하고 소총매고 철모쓰고 대전의 제일 번화한 은행동 성심당의 빵집에 들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놀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무튼 고개 푹 숙이고 포장빙수 몇 개 사가지고 서둘러 성심당을 빠져 나왔습니다.
당시 포장이라곤 1인분 사이즈의 스티로폼 박스에 투명용기의 팥빙수를 넣어주는 형태였고, 가격은 아마 1,500원인가 2천원인가 했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포장이 스티로폼이니 녹기 전에 가지고 가야하는 어려운 미션을 또 해내야 합니다.
거의 카레이싱 하다시피 부대로 돌아가서 장군님과 보좌관, 방 식구들이 맛있게 나눠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호로벗긴 짚차 1시간 운전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아십니까?
한여름 땀과 온갖 도로의 먼지와 매연으로 얼굴이 검둥이가 되다시피 해서 돌아왔는데 검둥이된 얼굴로 팥빙수를 들고 갔더니 모두들 낄낄대고 웃고, 놀리고, 맛있다고 흡족히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는 고향떠나온지 30년이 넘어 성심당 근처도 못가보지만 성심당 소식 들릴때 마다 검둥이 얼굴로 팥빙수 퍼먹던 군 생활 추억이 떠오릅니다.
쓰신글 보면서 저도 옛생각에 잠기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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