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전 시상 이루어져…고민하다 설치해”
“협력·사회단체와 함께 내건 현수막 모두 철거중”
순천 '묻지마 살해범' 박대성(30)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번 범행을 개인적인 분풀이를 위해 일면식 없는 10대 여성을 살해한 전형적인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로 봤다.
이런 가운데 전남 순천경찰서가 이번 사건 인근 장소에 치안성과를 자축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일자 결국 철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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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경찰서 전국 ‘치안성과 1위’ 자축 현수막. 뉴스1 |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형사2부(김병철 부장검사)는 23일 박대성을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 44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 도심에서 길을 걷던 A(18)양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대성이 범행 후 흉기를 소지한 채 약 1시간 동안 술집과 노래방 등을 배회하며 추가 살해 대상을 물색한 사실을 확인해 살인예비 혐의도 적용했다.
음주량, CCTV에 기록된 보행 상태, 심리평가 결과 등을 고려했을 때 박대성이 범행 당시 심신 상실이나 미약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박대성의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함께 청구했다.
검찰 보완수사에서도 박대성은 앞선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범행 동기를 또렷하게 진술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경제적 궁핍, 가족과의 불화, 소외감 등이 누적된 박대성이 개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사건 직전 흉기를 촬영한 사진을 확보, 박대성이 범행을 결심하게 된 과정 입증에 주력했다.
박대성의 학교·군복무 등 과거 기록과 주변인 조사·휴대전화 사용 이력 복원 등을 통해 평소 박대성의 폭력적 성향도 확인했다.
피해자 유가족을 돕기 위한 심리치료, 장례비, 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재판절차 참여권도 보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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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순천경찰서는 지난 21일 올해 치안성과 우수관서 평가에서 전국 259개 경찰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왕지동과 조례동 등 18장의 관련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순천경찰서, 전국 259개 경찰서 중 치안성과평가 1위, 대통령 표창 수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직원 응원과 독려 차원에서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시기와 장소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박대성과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전남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공문상비밀누설혐의로 형사 입건된 점도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시민들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 현장 인근에 치안 1위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게 상식적으로 맞냐"며 "경찰이 공문서를 유출하고 수사력도 부진했던 것 아니냐. 밤길이 무서워서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순천경찰서 관계자는 "협력·사회단체와 함께 내건 현수막은 모두 철거 중이다"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 시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고민을 하다 현수막을 설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배달음식점을 운영한 박대성은 사건 당일 가게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가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고, 그곳을 지나던 A양을 800m가량 쫓아가 등뒤에서 공격했다.
범행 후 도망친 박대성은 행인과 시비를 벌이다가 사건 약 2시간 20분 만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수단의 잔인성·국민의 알권리·중대한 피해 등을 고려해 박대성의 신상·머그샷 얼굴 사진을 공개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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