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엄마이자 24년차 워킹맘입니다.
직장이 서울일 때는 아침은 간단식(씨리얼,우유)으로 챙겨줬고
저녁은 먹을거 미리 준비해 놓거나 배달음식으로 먹게 했었죠.
저는 퇴근하고 귀가하면 9시가 넘었는지라 애그타르트 1개로 때웠고요.
항상 아이들한테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2년 전 쯤 사무소를 집 근처로 이전하게 됐어요.
집 가까이 오니까 그동안 못해줬던 저녁을 해 줄 수 있게 된것이 좋았어요.
먹고 싶은 메뉴를 묻고 장 봐서
저녁을 매일 맛있게 차려놓으니 가족이 너무 행복해 했습니다.
퇴근하면 요리하고 청소하고 세탁하고 다림질하고 중간중간 집 정리...
그러다가 어느날 부터 체력에 부담이 오더라구요.
일요일 저녁에 저녁먹고 다들 TV보고 쉬는데
1시간을 서서 다림질 하니 다리도 허리도 너무 아프고
그동안 간간이 분리수거, 청소기, 빨래 널기, 밀대 미는 걸
시키긴 했었는데 딱 그 때뿐이었죠.
아들 생일 전, 일요일에 독립한 첫째도 와서 고기 파티 했고
생일 당일에는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굽고
케잌하고 저녁을 보내곤 했는데
아들 생일 전날 저녁,,
퇴근해서 청소기 돌리고 있는데 아들이 왔고 게임하고 있었구요.
밀대좀 밀어 달라고 했는데 대답도 안하고 계속 게임만 했어요.
그래서 밀대밀고 저녁 만들어 차려서 먹었고
남편은 잔다고 들어가고 아들은 게임하고 둘째딸은 창업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공부한다고 방에 들어가 있고
설거지하고 내일 끓일 마른 미역을 잘라서 물에 불리고
고기와 버섯 등 재료를 손질해 놓고
씻고 나오니 11시30분,,, 너무 지쳐서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데
아들이 컴터끄고 자러 간다고 왔는데
"엄마 혼자 집안일이 너무 힘들다, 좀 도와줘야지" 했더니
"말씀하시죠" "밀대 밀어 달랬는데 안했잖아"하니 못들었다고
"할 때 까지 시키면 돼죠" 웃으면서 말하는데
서러움이 터져 나왔어요.
다음 날, 아침에 출근전에 소파에 앉았는데 남편이 옆에 앉길래
하소연 겸 어젯 밤 얘기를 들려줬는데
남편도 "시켜. 안하면 할 때까지 시키면 돼지" 남의 일인듯 얘기하더라구요.
퇴근시간에 남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몇 시까지 집에 가면 돼냐, 몇 시에 저녁먹냐고"
"당신들끼리 먹어, 시켜 먹던 만들어 먹던 잘먹고 잘살아 나는 안들어 갈거야" 했어요.
큰 딸한테 전화가 왔는데 눈물이 터져 나왔고 집에 안들어 간다고 했어요
딸이 분당으로 오라고 호텔 예약해 주겠다고 하는데 밤에 운전하는걸 무서워하는지라
싫다고 찜질방가서 자겠다고 둘러대고 전화 끊었고
갑작스레 가출을 하게 됐네요.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아예 애써 안봤어요.
근데 정말 갈 데가 없네요.
집에는 안들어간다고 해버렸는데...
육십 년을 열심히 살아온 내가 막상 갈 데가 없다는 것이 너무 슬펐어요.
이 기분으로 평소에도 안가는 찜질방으로도 갈 수 없었고요.
친구들한테 전화하면 울 것 같고 자존심 상하고...
결국 사무실 가림막 뒤켠에 자동차 트렁크에 있는 돗자리 가져와서 깔고
잠을 청했어요.
상업지역에 있는 삼실이라 혹시라도 상가사람들이며 눈에 띄면 구설수에 오를까봐
없는 듯이 있어야 해서 참 힘들었네요.
그렇게 삼십 사년동안 지켜오던 엄마자리를 일주일 비웠습니다.
일주일만인 어제 평상시처럼 퇴근길에 장 봐서 청소기 돌리고 세탁기 돌리고 저녁준비하고 있는데
아들이 들어왔습니다.
"다녀 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
눈이 마주치고 아들하고 포옹하는데 아들도 울고 저도 울고
아들이 "엄마 너무 죄송해요. 아빠랑 누나랑 나눠서 하는데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더라구요.
근데 그걸 엄마 혼자 다 하셨으니, 도우는게 아니라 같이 해야되는 일인데,,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 잘할게요"
저녁 먹고 나니 둘째 딸이 식탁 정리를 했고 아들은 밀대 밀고 분리수거 하고
남편은 설거지를 했네요.
저의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일 가출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눈물로 시작했지만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함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말 안할 이야기인데 대나무숲이라 생각하고 살짝 올려봅니다.
회원님들도 제 이야기 무심히 넘기지 마시고
아내가, 엄마가 힘들 수 있는 부분 잘 살피시고 같이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사랑도 지치더라구요...
직접 해봐야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든지 알죠..
왜 사무실에서 주무셨어요. 일주일인데 호텔이라도 예약해서 편히 주무시지요.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번기회에 다들 알게 되었을거에요.
직접 해봐야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든지 알죠..
왜 사무실에서 주무셨어요. 일주일인데 호텔이라도 예약해서 편히 주무시지요.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번기회에 다들 알게 되었을거에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것은 인생
갱년기가 늦게 오신게 아니라면
지난 60년 동안 자신에게 해준게 너무 없으셔서 그래여...
스스로에게 휴가도 주고 선물도 주고 해야 하는데
전혀 안하셔서 그래요.
이젠 스스로에게 휴가와 선물을 꼭 챙기세요.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체험해보고 얼마나 힘든지 알고, 집안일을 분담하기로 한 걸 보니.
행복한 가정 잘 꾸며가시길 바랍니다.
어제 오늘 각자 역할은 맡았는거처럼 저녁 식사하면 치우고 설거지 나워서 하고 있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보고 가출할까봐서리요...
제가 더 열심히 옆에서 도와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가정 되시길.....
같이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계기도 된 것 같아요
폭행몬스터임도 쭈욱 행복하세요
이 글을 읽으니 아내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됩니다.
남들한테 잘해주고 가족에게 허술하면 바보에요. 세상에서 내 편 아내를 잘 챙겨주세요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동으로 답을 찾기까지 참 오래 걸렸네요. ㅎㅎ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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