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양 이야기.
J양은 올 해 스물 넷, 88년생이야
S예대를 나와서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해.
어릴 때 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지.
지방에서 평범한 직장에 다니시는 아버지와 주부인 엄마,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어.
어머니는 항상 그 가수 꿈에 대해 헌신적이었고
딸의 성공을 위해 정성을 다 바쳤지.
S예대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예계 진출을 위해
소속사를 만나 계약을 하게 돼,
재능이 있다보니 통신사 휴대폰의 광고 모델로 남자아이돌그룹과 함께 CF도 찍고
꽤 얼굴을 알린다 싶지만, 여전히 수입은 거의 없어.
딱 한번 서바이벌 이벤트 프로그램에서 천만원을 탔는데 700만원은 기획사에서 가져갔어.
그래도 그게 어디야, 자기 얼굴 알리고 재능을 인정 받는 것 같아 좋기만 했어.
하지만, 고된 시간은 길어져만 갔지.
소속사에서는 숙소도 제공해주지 않으면서 아침 10시부터 늦은 밤까지 연습을 시키고
사생활도 터치했지. 핸드백을 검사하는 날도 있었어..
2011년 1월 앨범 발매를 목표로 그룹을 구성한 상태인데, 멤버가 셋이야.
리더 언니와 J양이 메인보컬, 그리고 팀의 막내...
셋이서 너무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냈어.
집에서는 꼬박꼬박 100만원씩 생활비로 보내줬지만
그 세월이 길어지니 부모님 등골 빼먹는 것 같아 눈물이 났어.
케이블 방송에 나가 하루 종일 촬영하면서 힘들어도 웃어야 했고,
숙소도 없어서 서울에서의 자취 생활에 외로움도 커져만 갔어.
평범하게 쉬거나 바깥 활동을 하는 것도 제한 되었으니깐...
술을 먹고 폭식을 해서 얼굴이 붓는 날엔 회사 사장한테 욕을 먹었지.
하루는 사장이 명동 한 복판 무대에서 대뜸 노래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머뭇거리게 되었어,
사장은 욕설을 퍼부었고 그럴 자신도 없으면서 무슨 가수 자격이 있냐고 소릴 질렀어.
눈물이 흘렀지.
위로해주는 막내와 얘길 하다가 고된 연습생 생활에 염증을 느낀 막내는 회사를 탈출했어.
다 포기하고 도망간거지.
사장은 J양을 다그쳤어.
리더 언니도 짜증이 났지.
1월에 발매하기로 했던 앨범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되었고 새로운 멤버를 찾아야 했어.
다른 소속사 연습생의 자기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보았어.
위축되었지..
'내가 가수 꿈 하나로 여기 까지 왔는데, 난 성공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엄습해왔어.
술에 취한 어느 날, 자취방을 탈출했어
서울의 어느 모텔에 숨어 투숙을 했어.
사장은 찾아다니고 협박하고 윽박질렀어.
J양의 어머니에게도 그랬지.
손해배상청구 할 꺼라고,
3억 정도를 물어내야 한대....
리더 언니에게 문자가 왔지.
"너 도망 갈꺼면 차라리 죽어"
너무 눈물이 났어.
J양은 결국 엄마가 걱정되어 모텔을 나와 찾아갔어
사장이 찾아와 밤 8시부터 12시까지 욕을 퍼부었어.
엄마는 무릎꿇고 빌었지.
3억이란 돈을 정말 갚아야 할까봐, 소송을 당할까봐 너무 두렵고 엄마한테 미안했어.
'그래, 내가 죽으면 소송을 걸지 않겠지?'
J양은 차가운 가위를 집어 손목을 그었어.
피가 솟구치고 욕실에 쓰러졌을 때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
하지만, 모진 사장은 병원에도 찾아왔어.
얼른 퇴원해서 활동하래.
빚을 갚아야 한다고...
그렇게 두 번째 자살기도로
J양은 죽음을 선택했지만
또 엄마의 저지로 목숨을 끊지 못했어..
결국 폐쇄 병동에 갇히고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았어.
병원에 있는 동안은 편안했어.
하지만, 이 곳을 나가면 또 다시 시작될 사장의 횡포와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두려웠어.
지금 J양의 소원은...
그냥 평범한 여자가 되는거야
가수도 연예인도 아닌...
메이크업 자격증이 있으니
차라리 그 쪽 일을 하면서 살아도 좋으니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대...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J양 이야기.
우리가 대충 아는대로라면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해야 하는데,
참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가봐.
꿈이 있는 사람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무자비한 사람들
알려지지 않은 제2의 장자연이 이 세상엔 또 얼마나 많을까?
성공하고도 자살하는 연예인들,
그리고 그렇지 못해 괴로운 세월속에 죽고 싶어하는 연예인들...
역시 그쪽 세계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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