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내용인데 실제로 이게 존재하는 거라더군요?
한파가 매섭고 오늘 병원에 또 한 명의 감기 환자가 내원했다.
5살의 여자아이다.
35살쯤 되어보이는 그 애의 어머니는 나의 날렵하고 세련된 안경테며 새하얀 손의 다이아반지와 카르티에시계 그리고 얼룩 한 점 없는 새하얀 가운을 쳐다본다. 나는 살풋 미소를 지어준다.
그녀의 얼굴 근육에서 경계심이 살며시 사라진다.
진통해열제 주사를 주고 몇 가지 약을 처방해준다.
그녀는 나에게 약의 이름이나 성분명 따위를 묻지 않는다.
그녀는 아직 약학정보원의 약물정보를 검색할 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3일 뒤 그 여자아이가 또 다시 왔다.
이번에는 기침이 심하고 편도선이 엄청나게 부어있다.
이제 몸안의 전투는 면역계가 총동원되고 있는 단계이다.
오한이 날 때 쌍화차나 생강차 한 잔으로도 다스릴 수 있었을 상한을 병원에까지 디밀고 온 이 고마운 고객을 품위있는 미소로 바라보며 편도선 수술을 권한다.
당연히 내가 준 아세트아미노펜은 체온 때문에 대사가 안되어서 중간대사산물이 심장판막도 거의 녹였으리라. 고열은 내부장기를 손상시키고 바이러스에 취약해진 몸은 비상사태에 돌입했겠지.
나는 그녀를 약간 겁주기로 한다.
급성호흡기증후군아시죠? 그것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SARS를 영어로 풀어 발음해 버리면 딸을 10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음직한 이 여인은 더더욱 기가 꺽일 것이다. 우리 의사들은 이것을 우아하게 기선제압이라고 부른다.
편강한의원에서 알면 질겁할 일이지만 나는 이 여아의 구강림프절 거의 전부를 절개해 버렸다. 이제 이 아이는 반영구적으로 현대의학의 밥이 되는 조건들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나는 알코올과 솜을 주며 말한다. 다시 고열이 나면 옷을 벗기고 이것으로 피부를 문지르세요. 열이 내릴 겁니다. 그리고 영양가 있는 것들을 좀 먹이세요.
그녀는 나의 쉽고 믿음직한 처방에 마음을 놓는 눈치다.
아이는 다시 5일 뒤 폐렴으로 입원한다.
고열상태에서 먹은 육류가 체증 상태이고 피는 독소로 가득하다.
이제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할 차례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어린시절부터 장내세균총이 엉망이고 항생제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들이 육류섭취를 통해 장에 기생하고 있어 천적 경쟁상대 영양균들을 강력항생제로 박멸해 버리자 뇌로 진격하여 이틀 뒤 뇌수막염으로 의식이 혼미해진다.
이 시점에서 혈액검사를 해 주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병명은 급성 백혈병.
고열로 파괴된 골수에서 미성숙된 백혈구들을 대량으로 방출한 탓이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 수치로 돌아오겠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항암요법을 권해야 우리가 산다.
애 엄마는 두려움과 경악으로 얼이 반 쯤 빠져있다.
엄청난 약값같은 걸 염두에 둘 경황이 없다.
일주일 뒤 아이는 관해상태에 빠져 엄청나게 울고 탈진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씩씩한 군인아자씨들도 감기에 걸려 한 번 이 콘베이어벨트에 오르면 폐렴과 뇌수막염 백혈병으로 골로 가시는 마당에 어린 것이 무슨 힘이 있으랴.
이렇게 해서 감기에서 백혈병까지 유도하는 우리의 작전은 보기좋게 성공하고 금고에 돈이 그득히 쌓였다.
애 엄마는 전문가의 치밀한 시스템 아래에서 반항도 못하고 물러간다.
전문가? 다 가문전이야. 나는 웃는다.
명예와 부를 누리면서 다른 가문 아이들 씨를 말려버리는 게 어디 쉬운 줄 알아?
내가 인체에 대해 공부할 때 넌 뭐했니? 이 가엾은 여편네야?
이제 모인 돈으로 철벽같은 보안시스템에 둘러싸인 저택을 지을 차례이다.
한방 지식도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육류 체증, 피는 독소로 가득)
그냥 3류중에 3류 소설 쓴 겁니다
중세시대에 감기에서 항생제 없어서 못 쓰다가
폐렴으로 발전돼 죽는 사람 많았습니다
그 치료법을 공개하면 엄청난 일이 생긴다는 루머도 있습니다
인구급증
병원망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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