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토요일 애인이 부대앞으로 델러와줘서 영화보고 밥도 먹을 겸
애인 집 근처인 신촌으로 ㄱㄱㅅ 했었습니다.
이대역서 신촌 로터리로 내려오면 우측에 있는 극장인데 이름을 까먹었네요..
암튼 표 끊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던중
띵~ 하며 엘레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렸습니다.
근데.. 안에는 해병수색대 애들 6명..
서로 존심 있는 인간들이라 눈 마주치는 순간부터
안구가 말라 따까울때까지 눈 하나 꿈쩍 안하고
기 싸움들어갔죠..
다른 사람들도 4명? 있었던거 같은데 문쪽에 바짝 붙어서
일 터질까봐 조낸 쫄아서들 숨소리도 죽여가며 고요했습니다.
그땐 해병대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했지만
이건 뭐.. 2~3명이면 몰라도 6명이면 두놈 골로 보내도
나도 응급실 실려 갈 판이니 바짝 쫄았지만
그.. 남자의 존심이란게 그렇게는 안되더라구요 ^^;
솔직히 당시 머릿속엔
집에서 옷 갈아입고 올걸 왜 전투복 입고와서
인생 종치는 꼴 만들게됐나 생각했는데
짧은 시간동안 분위기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일단 머릿수가 많으니 이길건 뻔한 애들과
두놈 죽이고 나도 죽겠구나 하는 한마리랑
살짝이라도 미동이 있으면 좁은 엘레베이터에서 난투극 벌어질게 뻔한 상황에
당시 현명했던 제 애인이
'자기야~ 자기 싸워서 진적도 없자나~ 데이트 왔는데 화내면 나 집에 갈거다?'
라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죠.. ㅠㅜ
저도
그러고 겁내 쎈척하고 뒤돌았는데
심박수 두배..
정신력 고갈..
전투복 속에는 식은 땀 주르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애인이 하는 짓은 좀 띨빵해도
순간순간 재치있게 제 체면 구기지 않으면서
일 처리되도록 하는건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잘 했었는데
왜 차버리고 다른 사람 만났는지 후회될때도 있네요..
혹시나 그때 제 앞에서 같이 후라리던 분중 한분이라도 계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
제가 소주 한잔 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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