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이었습니다.
생일도 있고 마침 3여단 동기가 외박 나간다고 하길래 술 한잔 푸자고
일산으로 갔었죠..
동네 이름은 까먹었는데
암튼 일산 번화가였습니다.
회 한접시에 소주 걸치고
닭꼬치에 맥주한잔 걸친뒤
애인들은 택시로 집에 보내구
술 사다 호수공원서 한잔 더 빨자고
한웅큼 사들고 호수공원 다리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안주를 깝빡하고 육포 하나 달랑 사버려서
먹을게 없었는데 동기가 안무 추진한다고
가지고 놀던 단검을 꺼내더니
근처 청소함에 있던 대빗자루를 부시고
강원도 산골짜기 시골 동네 아이들의
작살 실력을 보여준다며 작살을 만들길래
뭐 잡으려나 궁금했는데
갑자기 호수공원으로 뛰어들더니
잉어 한마리를 잡아 건지더군요..
환호의 박수를 보내고
지가 손질하겠다며 비늘 까고 배따고
우린 옆에서 나무가지 꺾고 쓰레기통 뒤져다
간이 화로 만들어 불 붙였는데
저쪽 먼 발치에서 들리는 소리..
'당신들 뭐하는거야?'
순간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순찰 중이시던 경찰 아저씨..
그때 저희 4명의 머릿속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오고 갔을겁니다..
특히나 저 같은 경우 폭력으로 영창 다녀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이거 잡혀서 헌병대 끌려가면 답도 안나오겠다 싶어 완전 딜레마에 빠져
공황상태였는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바로 앞까지 뛰어온 두명의 경찰 아저씨들..
한명 마리가 전투복이고 다들 머리나 피부 꼬라지가
누가봐도 군바리 아니면 간첩인데 대뜸..
'니들 지금 뭐하는거야? 여기서 잡았냐? 이 새끼들 국가 재산을.. 다 어디 소속이야?
헌병한테 인수할거니까 일단 따라와!'
와..
청천벽력 같은 소리..
이러다 여단으로 방출당하면 인생 꼬이는건데..라고 생각한 순간
동기가 오른쪽의 경찰 아저씨 죽빵을 후려치더니
왼쪽의 경찰 아저씨가 아차 싶은 순간 바로 머리 잡고 무릎으로 올려치기..
왼쪽 경찰 아저씨 맞은 순간 지문 묻어 있을만한 물건만 딱 챙기고
바로 사법연수원을 향해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담장을 넘어 가로질러가면 원룸촌이라 택시가 많으니 일단 거기까지는
튀자 싶어 담장을 딱 넘는데 재수도 드럽게 없지요..
경비 아저씨랑 눈이 딱 마주친겁니다.
누가봐도 이번엔 도둑이니 어쩌겠습니까..
정면으로 뛰어가 뒤돌려차기 한방으로 보내드리고
역시나 뒤도 안돌아보고 미친듯이 달렸죠..
측정 구보떄 그렇게 달렸으면 사령관 표창 받았을겁니다.
각자 저희 집앞 공원서 만나기로하고
택시를 탄뒤 대학 다니던 친구한테 전화해서
일단 알리바이 필요하니 나 좀 살려달라고 애원한뒤
거금 3만원의 택시비를 날리며 집앞에서 친구를 만나고
사정 설명을 한 뒤에 혹시나 내가 증인되 달라고 부탁하면
꼭 해달라하니 역시나 친구는 좋아요..
확실하게 알았다 대답해주더니 뒤늦게 도착하는
동기들이랑 제 친구하고 술 한잔 걸치고 저희 집에서 하루밤 묵은뒤
담날 다들 복귀 했죠..
혹시나가 역시나..
조사차 부르더군요..
전 아주 천연덕 스럽게 MB 마냥 시치미 뚝 때고
'모르겠습니다. 집 앞에서 제 친구랑 XX, OO하사랑 술 마시다 집에서 잤습니다.'로 대답했습니다.
뒤에 헌병대에서 친구한테 전화하고 확실하냐 물어보니 친구는 오히려 제 생각보다
더욱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 주고 중학생때부터 단골이던 투다X 사장 형아랑 이미
입도 맞춰뒀었던 겁니다..
덕분에.. 이번 사건도 무사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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