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옵션이 아니다."
뉴 캠리를 통해 실지(失地) 회복을 노리고 있는 도요타자동차가 한국 1위 현대자동차의 에어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최근 국내 신문에 신형 캠리 광고<사진>를 내보내면서 '값싼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적용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 차들이 그렇게 하니까, 에어백은 보이지 않는 거니까'라고 쓰고 '캠리는 동급 최고 4세대 어드밴스드 10 에어백 적용'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디파워드(depowered) 에어백이란 기존 에어백보다 터질 때의 압력을 줄인 것이다. 이는 기존 에어백이 터질 때 급팽창하면서 승객에게 상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어드밴스드(advanced) 에어백도 터질 때 기존 에어백보다 팽창 압력을 줄인 에어백이긴 하지만 승객이 앉은 위치, 자동차의 속도, 충격을 받는 각도 등에 따라 팽창 압력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디파워드보다 진화한 4세대 에어백으로 불린다. 가격도 디파워드 에어백보다 30% 정도 비싸다.
문제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자동차에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곳이 북미지역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미지역 법규에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라고 명시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제시한 에어백 규정에는 우리나라 법규에 없는 시속 40㎞ 이하의 저속 충돌 때 에어백 작동이 의무화돼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등지에는 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비싼 고급 차가 아니라면 자동차 회사가 굳이 자진해서 가격이 비싼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대차의 경우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고급 차에만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적용되고 있다. 쏘나타 같은 중형차 이하급은 내수용에는 적용하지 않고 북미 수출용에만 적용한다. 이 때문에 에어백은 내수용 차와 수출용 차 차별 논란에서 항상 거론되는 단골 항목이다. 현대차 측은 그러나 "국내 법규나 유럽 법규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바뀐다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며 "디파워드 에어백도 승객 보호 기능이 충분히 검증돼 있는데 굳이 비싼 에어백을 적용해 소비자 부담을 늘릴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요타는 지난 1월 뉴 캠리의 한국 신차 발표회에 창업주의 장(長)손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일본 도요타 본사 사장이 직접 참석하면서 한국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로서는 한국이 그리 큰 시장은 아니지만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가 주춤하는 사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현대·기아차를 안방에서 견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는 도요타가 지금까지의 '경제적'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안전'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현대차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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