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1. 저(당시 28팔팔한 나이)
2. 그 녀석(개객기/존만한 광고 프로덕션에 조감독)
3. 알바동생(선뜻 폰을 빌려준 고마운 아이)
한참 지난 이야기인데 끄적여봅니다.
때는 2007년 초 여름이었습니다.
뭐 밥 벌어먹기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그중에서도 당시 하필 음악을 하고있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고민하는 28이라는 나이에 실력도 그저그런 찌끄래기 음악인이었죠.
당연히 생계는 알바로 꾸려나가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다행히 부양가족은 없어서 혼자 벌어 생활이 가능했었죠.
아무튼 당시 구로근처 중학교에서 밥돌이 알바를 하고있었습니다.
일찍 출근하지만 일찍 퇴근하는 장점이 있었죠.
알바들에게 단시간내에 최고의 출력을 뽑아내는 알바로는 꽤 괜춘했던 기억이.ㅋㅋㅋㅋ
일 시작한지 대략 2달쯤 되었을때 문제의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한통옵니다.
그 녀석은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사실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평판이 별로 좋지못한 그런 새끼였죠.
쨌든 전화 내용인 즉 그녀석의 프로덕션에서 대학교 홍보 영상작업을 맡았는데
니가 음악작업을 해주면 어떻겠냐 라는,,
햐~~저에겐 먼가 한줄기 빛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방구석에서 저질 장비로 쿵짝쿵짝해서 디지털앨범 몇개 냈던 저에게!! 기회가 왔구나 싶었죠.
당일 알바 끝나고 전철을타고 가지만 마음만은 X6을 타는 기분으로
부의 편중을 여실히 보여주는 강남구로 가서 그녀석과 그녀석 프로덕션의 감독하고 만나서
컨셉회의하고 전 바로 데모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총 3곡 작업에 150만원 받기로 했습니다.
물론 제작에 관련된 비용 모두 포함 150만원 이었죠.
다행히도 미천하나마 저에게 어느정도의 연주까지 가능한 재능을 주셔서
보컬녹음과 믹스,마스터링 등등의 스튜디오 작업비정도만 지불하면 되었던 터라,,
돈에 욕심부리기 보다는 이 기회를 잘 살리고 싶은 절심함이 있었습니다.
알바는 알바데로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와서 데모작업까지 하고,,
코피터지게 힘들었지만 즐겁게 작업해서 납품 완료!!!
다행히 프로덕션과 학교측(부산의 모 대학교)모두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납품 후 나머지 대금지급이 안되는겁니다.
아 ㅅㅂ 머지? 친구에게 이야기 합니다.
나머지 금액 언제 나오냐? 쫌만 기다리랍니다.
다행히 알바는 계속 하고있던 터라 당장 급하진 않았습니다.
그후 또 다른 대학교 작업을 맡게됩니다.
아싸~~~!!!!
경남의 자그마한 대학입니다.
하지만 전 수도권 그 어떤 대학보다도 크고 멋진 음악을 만들어주리라 다짐합니다.
혹여 제 모교(2호선 K대)에서 연락오면,,,음,,,영혼을 팔아서라도 최고의 명곡을..ㅋㅋㅋ
역시 알바는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주경야경 하여 야심차게 완성된 타이틀곡 데모를 보냅니다.
근데 까였습니다. -_-; 아주 크게 까였습니다.
곡이 나쁘진 않으나 먼가 훅(hook)이 없고 대학교 이름이 전혀~~나오지 않는다.
그 녀석이 나이드신 분들이라 대학교 이름이 빵빵터져줘야 좋아한다라고 귀띔해주더군요.
이때부터 위기가 찾아옵니다.
ㅆㅂ 야심차게 들이민 타이틀곡이 까였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책을 들여다 본다고 음악이 뚝딱 나오는거도 아니고,,
밥차를 나르면서 잔반을 처리하면서 중딩들의 이상한 시선도 느끼면서 음악 생각만 합니다.
당시 짬통을 엎어놓고 그 위에 앉아 고심하던 저를 보고 귀여운 여중생이 로뎅의 생각하는 오빠라는 별명을 뙇 ~@.@~
퇴근 후 갑갑한 마음에 예전에 작업했던 워크파일들을 열어봅니다.
그러다 대략 8마디정도의 드럼과 기타리프를 녹음하다 그만둔!! 보물을 발견합니다!!! 유레카~~~!!!!
먼가 머리를 핑~하는,, 멜로디와 편곡이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미친듯이 작업하고 작업해서 데모를 그 녀석에게 넘깁니다.
다음날 연락옵니다.
완젼 좋다!!!라고.
그때의 그 기분은 무어라 설명이 안되네요.
지금도 살짝 흥분~~~
그러나 최종 납품날짜가 너무 촉박합니다.
여러부류가 있지만 저는 가사작업을 가장 힘들어하는 타입이라.
더욱이 오더를 받아서 특화된 가사를 써야하는데 그렇다고 또 유치해서도 안되고,,,,,,,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2주도 채 안남은 상황에서 2곡정도 더 써야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저는 고심끝에
밥돌이 알바를 그만둡니다.
밥돌이 알바를 그만두며 곧 밥을 굼게될 상황에 직면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게된 ㄷㄷㄷ
납품전까지 정말 거의 집 밖을 못 나갔습니다.
스튜디오 녹음과 후반 작업을 위해 홍대로 외출한게 전부였던듯,
아참. 홍보영상 찍는데 기타리스트가 없다며 저보고 도와달라고 해서 서울서 양산까지 내려가긴 했네요.
내려갈때 차비는 제가 부담(무려 ktx를 타고...아우 지금 생각해도 빡치네요.)
어찌되었든 납품하고 나머지 작업비 입금을 기다립니다.
밥돌이로 벌어놓은 돈은 야금야금 빠져나갑니다.
작업비 입금은 계속 안됩니다.
그녀석한테 전화하면 아직 학교에서 결제가 안됐다는 말반 무한반복.
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통장 잔고는 계속 줄고,,,1달이 넘어도 입금은 안드로메다.
결국 극심한 자금난에 허겁지겁 알바를 시작합니다.
원래 배짱이는 가을까지는 놀아야하는데 전 못버티고 가을에 알바를, 부모님께 손벌리기는 정말 쪽팔리고 용납이 안되서.
아무튼 그녀석은 이제 저에게 개객기로 변합니다.
지하에서 열심히 책을 쌓고(받침을 빼고 읽으시면 안됨ㅋ) 빼고 올리고 또 책을 쌓고 빼고 올리고
쌩지랄하는 알바를 하면서 도저히 열이 받아서 참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가막힌 일을 경험합니다.
우연히 제가 작업했던 학교 홈피 홍보메뉴에 가보니 떡하니 제 음악이 영상과 함께 서비스가 되고있는겁니다.
진심 깊은 빡침을 경험합니다.
빡침을 억누르고 그 개객기 한테 전화해서 한번 떠 봤습니다.
역시 아직도 학교에서 결제가 안됐다고 합니다.
전 바로 학교에 직접 전화했습니다.
나 홍보음악 작업한 사람인데 이 홍보 영상과 관련해서 결제 책임자가 누구냐?
잠시 뒤 책임자를 바꿔줍니다.
@@프로덕션에 작업비 결제 해줬냐 물어보니
당신이 누군데 그걸 물어보냐 해서 나 직접 음악작업한 사람인데 아직도 잔금 못 받아서 전화했다 하니
전화상으로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알려줄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다 라며 전화를 끊더군요.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얼마나 답답했으면 직접 전화를 했겠습니까....ㅜㅜ
다음날 알바 끝나고 개객기에게 전화를 하려던 순간,,
전화 발신정지가 되더군요.
알바동생 전화를 빌려 전화해서 무조건 언제까지 입금해라 통보했습니다.
퇴근 무렵 100만원 방금 계좌이체 했는데 니가 급한거 같아 일단 본인 돈으로 입금한다며 생색네더군요.
조온나 쳐 맞아도 정신 못차릴 새끼 같으니라구.
차액은 60만원정도 남은 상태였는데
결국 저 그돈 포기했습니다. 정말 사람이 감성적으로 패인이 되더군요.
그 개객기랑은 연락끊었습니다. 좋은 경험했다라고 위안을 삼았죠.
그리곤 그냥 열심히 알바했습니다.
그 후 해가 바뀌고 딱 요맘때쯤 일반 번호로 전화가 오더군요.(그 개객기 수신차단해놨었음)
그 개객기였습니다. 대뜸 계좌번호를 달랍니다.
돈 붙여준다고,,그리고 본인이 감독맡아서 대학교 작업을 따냈는데 음악작업 부탁한다고..
꺼져 이 개객기야!!! 그게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그때의 그 쓰디쓴 경험을 뒤로하고 계속 찌질하게 음악하다가
2010년 인디유통사와 계약해서 정규앨범 한장 찍고 빌빌거리다가 2011년 음악과는 빠이짜이찌엔 했습니다.^^
지금은 음악 다음으로 좋아했던 일을 업으로 삼아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음악했던거 후회하진 않습니다.
취미냐 업이냐의 기로에서 좀더 일찍 포기하지 못한거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포기할때 과감하게 포기하는것도 용기라는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메세지를 깜빡했네요.
돈과 얽히면 친구관계도 틀어지는거 다반사입니다.
가까웠던 친구건 아니건...
이상 긴 뻘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평온한 저녁들 되세요~~
한번사는인생
어짜피 남는건 본인과 처자식이라 생각합니다친구 물론중요하지만
제 인생과 바꿀만큼 값어치가 있는지는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 모를수잇겟지만
값어치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이런 사이트에서 조차 친구보다 좋은분들이 많으니깐요.
친구가 많은 거지보단
친구없는 부자가 나을거같다 싶네요..
근래 이런생각하고 있던차에
끄적여봣습니당.
다만 많은 친구보단 좋은 친구가..
돈으로 사람 사이 엮이는게 얼마나 안좋은건지 오늘 느낍니다....
돈이 뭐길래 단 1년 벌은 돈에 10년을 사귄 친구를 잃는 경우가 다반사,,
당시 그리 갈망하던 음악을 천직으로 삼으려다 삶이 궁핍 해지면서 다른것들은 포기하며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죠..
솔직히..제 사촌동생도 음악을 하는데 딱히 들어나는 성과라곤..각종 대회에 수상경력..
솔직히 큰 돈벌이는 거대 기획사를 만나서 마케팅을 잘풀어야 하는데..
제 동창놈은 결국 뉴욕으로 넘어가서..소니랑 계약 하더군요..
대중예술이든 우쨌든 참 힘들죠..
더 쓰고 싶지만..뻘글이 될듯 싶네요..
긴글 ..정독..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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