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토론회 거부는 국민 알권리 무시” ‘토론 회피’ 박원순, 과거 한겨레 기고 글 화제 등록일: 2011-10-18 오후 3:14:29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각종 토론회 거부 선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가 지난 2008년 7월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토론회 참석은 의무이고 이를 게을리한다면 국민의 알권리 무시이며 후보자로서의 자질 미달”이라며 선거 출마자의 토론회 참석 거부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한겨레신문을 통해 발표한 것이 확인됐다. 현재 컨디션 등의 이유로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박 후보는 이 글로 인해 또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주연, pyein2@hanmail.net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던 박 후보는 2008년 7월 28일 ‘학생·학부모 짐 덜어주는 선거되길’이란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고 글을 통해 “한 유력한 후보가 아예 토론회 참석을 하지 않아 말썽이 일었다. 특정한 법을 어겼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절하지 못한 태도임은 분명하다”며 후보자의 토론회 참석 거부 태도를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 글에서 “오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서울에 사는 어린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담당할, 아니 대한민국의 교육을 크게 좌우할 사람을 서울시민이 직접 뽑는 뜻깊은 선거”라며 “그런데 이 중요한 선거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다른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토론회 참석을 거부함으로써 건전한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 유력한 후보가 아예 토론회 참석을 하지 않아 말썽이 일었다. 특정한 법을 어겼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절하지 못한 태도임은 분명하다”면서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토론회 참석을 통하여 자기의 교육정책을 충분히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게을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다면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세 번의 방송 토론회를 통해서도 박 후보의 정책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는 박 후보는 과거 자신이 비판하던 대상에 스스로 오른 셈이다.
다음은 2008년 7월 28일 한겨레신문 기고 글 전문
최근 서울 시내에는 새로운 선거 전단과 펼침막이 잔뜩 나붙어 있다. 바로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가 않다. 심지어 무슨 선거인가 하고 궁금해하는 시민들조차 있다. 아직은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오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서울에 사는 어린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담당할, 아니 대한민국의 교육을 크게 좌우할 사람을 서울시민이 직접 뽑는 뜻깊은 선거다.
그런데 이 중요한 선거에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다른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토론회 참석을 거부함으로써 건전한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있다. 특히 한 유력한 후보가 아예 토론회 참석을 하지 않아 말썽이 일었다. 특정한 법을 어겼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절하지 못한 태도임은 분명하다.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토론회 참석을 통하여 자기의 교육정책을 충분히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게을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다면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일부 후보들이 교육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교원단체에 대한 호불호를 기준으로 투표할 것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는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거나 특정 단체를 대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교육자로서의 개인과 그 정책에 대한 판단을 통하여 투표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특정 후보가 특정 단체와 가까울 수 있고 그 정책을 지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은 그 정책을 가지고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상대후보를 색깔론으로 몰아세워 비난하거나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일관하는 사례조차 없지 않다.
돌이켜보면, 지난 50년 동안 서울시민과 학생들은 언제나 교육의 의사결정에서 소외되어 왔다. 정치권력에 종속되거나 기득권 지키기에만 힘을 쏟는 교육감이나 교육 관료들이 주인 행세를 해 왔다. 그 결과는 여러 지표로 나타났다. 최근 자료를 보면 300곳이 넘는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 중 서울시교육청이 부패지수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도 없다는 사실은 이 기관이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선거는 학생들이나 학부모, 시민들에게 서울시교육청이 좀더 투명하고도 책임있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전한 친환경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서울 학교 급식의 질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 소재 학교 중 49%가 외국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으며(인천 6%, 경기 9%), 학교직영 급식 비율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얼마 전 서울의 전현직 교장 선생님들이 급식업체 사장과 국외 골프 여행을 가고, 현직 교장들은 학교 급식 직영 전환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시민의 교육감이 아닌 관료들의 교육감 체제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로 만들고, 서울시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서울시교육청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와 교육계 내부의 부정부패, 불안한 학교 급식과 학생의 인권침해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심한 입시 경쟁으로 고통받는 학생들과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학부모들의 짐을 덜어주는 일이다. 30일이 서울시민의 역동적인 힘으로 좋은 교육정책이 세워지고, 사교육비 폭증에 제동이 걸리고,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교육에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역사적인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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