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진전과 후퇴, 그리고 새로운 성공으로 점철된 아주 인상깊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생역정을 걸어왔다. 그는 모든 반대세력과 당당히 맞섰다. 그리고 어떤 절망에도 굴하지 않으며 보다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를 위해 전진하는 것이 결국에는 보상을 받는 가치 있는 일임을 입증해 보였다. 그의 인격은 우리 모두에게 증오와 거짓, 폭력의 한 가운데에서도 용기와 인간성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죽음의 위협과 장기간의 투옥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민주주의를 한 걸음씩 성취시켜 나가는 참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마침내 한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을 박해했던 사람들에 대해 원한을 품거나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그는 자신의 깊은 신념과 정세에 대한 현실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남북한 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김대중 하면 ‘햇볕정책’을 떠올릴 정도로 그는 적극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펼쳤다. 김대중 대통령은 반세기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남북 분단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점차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한반도와 전체 동북아지역의 모든 이웃국가들 그리고 특히 미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인간적 면모를 아는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의 영예에 집착하기보다 양심의 소리에 따라 살아가는 인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나의 가까운 친구요, 인류애를 갖춘 인격자요, 현명한 국가 지도자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찍부터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하여 일자리도 집도 없이 빈민가에서 궁핍한 생활을 해야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대변자로 부상했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서로 대화를 갖는 첫 걸음을 내딛게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또한 민주주의가 한국 국민들이 반드시 누려야할 가치일뿐 아니라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는데 참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신념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험난한 길이다. 북한 지도부는 언제나 이러한 노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만들었다. 한국에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안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는 수긍이 가는 것이다. 일본도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미국의 태도도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2001년 1월에 출범한 미국의 새 행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적극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제동을 거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가운데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동요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보이고 있는 확고부동한 자세는 더욱 경이로움을 준다. 그에게 있어 화해란 과거를 잊지는 말되, 이를 보복하려는 마음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정치는 자기성찰을 통하지 않고서는 진실에 눈뜰 수 없다는 성현의 지혜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 자신과 국민들을 향해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선한 양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행동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것은 1960년대 말이었다. 당시 나는 세계교회협의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었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의 목사들과 기독교 신앙을 고백한 정치인들이 당시 한국에서 처하게 된 억압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그때 처음 만난 이후 수십 년간 나는 여러 차례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기회를 가졌다. 이렇게 오랫동안 인연을 맺으면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는 친밀한 우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이 모든 시도를 당시 정부는 아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고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감시와 핍박이 시작되었다. 나는 서울에서 가택연금에 처해 있던 그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한 번은 일본에 망명하고 있던 그를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불굴의 의지, 애국심, 개인적 용기 그리고 확고한 신념을 존경하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했던 목표는 결코 음모를 꾸미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자국의 정치 권력을 약화시키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데 있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면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정치 지도자의 길로 뛰어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솔직하면서도 어떤 핍박이나 중상모략도 두려워하지 않는 확고한 태도는 점차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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