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무수한 ‘총구’앞에서 살아남아
후광 김대중 평전/[1장] 서설 “행동하는 양심으로” 2009/07/02 10:28 by 김삼웅
30여 년 동안 베트남 민족해방운동의 지도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 뒤 아시아의 반식민지운동을 이끈 호치민(胡志明)이 1969년 9월 2일 79세로 사망하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민족지도자 가운데에 그만큼 꿋꿋하게 오랫동안 적의 총구 앞에서 버텼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헌사를 썼다.
한국현대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은 개인이나 지역ㆍ계층간의 호오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족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이다. 그를 빼놓고는 한국현대사 특히 정치사는 구성되기 어렵다. 적어도 19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40여년 동안 그의 존재는 정치사에서 적어도 동심원(同心圓)의 한 축을 이루었다. 엄혹했던 독재 시절, 그는 민주화를 이끌었고, 한국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달성했다.
김대중, 질풍노도의 한국현대사에서 그의 이름은 고유명사이기보다 보통명사이고 동사(動詞)이며, 때로는 이름을 잃어버린 ‘재야’라는 추상명사, 그리고 ‘동교동’이라는 마을이름으로 대칭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를 두고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극렬하게 반대하는 측도 있다.
반대 세력은 기회만 있으면 죽이려들고, 투옥ㆍ연금ㆍ용공음해를 일삼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김대중만큼 “오랫동안 적의 총구 앞에서 버텼던”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조선왕조 시대에 송시열처럼 극단적으로 애증이 갈린 사람도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에 5천번 이상 등재된 사람은 송시열이 유일하다. 어느 군왕보다 등재 횟수가 많을 만큼 그는 정치ㆍ사회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래서 그를 존경하는 측에서는 ‘송자’(宋子)라는 경칭으로 부르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송자’(宋者)라는 멸칭을 썼다. 공자ㆍ장자ㆍ노자 등에 쓰이는 최상의 ‘子’자 경칭과, 하인들에게 쓰는 멸칭의 ‘者’자로 나뉘었다. 김대중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 있어서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시절에 극단적인 보수ㆍ수구인사들 사이에서는 술좌석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이 다 잘하였는데 딱 한 가지 잘못한 일이 있다.”라는 술안주깜 험담이 나돌았다고 한다. 그것은 “김대중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란다. 김대중을 죽이지 않아서 정권을 빼앗기게 되고 자기들이 ‘찬밥’신세가 되었다는 증오와 푸념이었다.
그만큼 김대중의 존재는 한국의 보수ㆍ수구세력에는 증오ㆍ멸살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정서’에서 숱한 투옥, 연금, 납치살해 기도, 사법살인 시도, 언론의 왜곡보도 등이 자행되었고, 그를 향한 ‘총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버텨냈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9일 오전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고 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김대중은 2009년 5월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거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헌화를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애도를 표시하면서 오열했다.
“김 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이토록 오열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건호씨도 어머니 옆에서 흐느끼며 김 전대통령에게 마음을 기댔다.” (주석 1)
김대중은 이에 앞서 노 전대통령의 부엉이바위 투신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내 몸의 반쪽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비통한 심경을 토로하였다. 6월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는 ‘농민의 아들’, ‘상고졸업’, ‘반독재투쟁’, ‘남북화해협력’ 등 닮은 점이 너무 많다면서 “전생에 무슨 형제간이냐”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로 돌아가자!'(Let's Return to 6.15)의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김대중은 이날 연설에서 강한 어조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고’했다.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에 전국에서 500만 명이 문상한 것을 보더라도 우리 국민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해진다는 것을 확신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과거 50년간 피흘려 쟁취한 10년간의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위태로워졌다. 과거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굴복시켰다. 우리 국민은 독재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간곡히 말하고 싶다. 이것은 제가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독재자가 칼날을 휘두르면서 백수십 명 죽이고, 그렇게 얼마나 많은 사람 죽였나.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 위해 우리 할 일을 다해야 한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할 때 누구든지 사람들은 마음 속에 양심이 있다.
그러나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보니까, 이렇게 해서 양심을 도피한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없이 이 세상을 뜨고, 여러가지 수난을 받는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양심에 합당한 일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만일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 문상객의 10분의 1이라도 그럴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런 예우할 수 없다, 증거도 없이 매일 신문에 발표해서 정신적 타격주고 수치주고….이렇게 할 순 없다. 50만만 그렇게 소리를 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부끄럽고,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이웃 사람들이 희생된 데 대해 가슴 아파하고.
나는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고 싶으면 양심을 지키라.
우리가 균등하게 평화롭게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드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 (행동) 안하고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 고개를 숙이고 아부하고, 이런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자유롭게 확고한 민주주의 국가, 정의로운 경제, 남북간 화해 협력을 이룩할 그런 모든 조건은 우리가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그렇게 해서 온 국민이 바른 생각 갖고, 생각만 갖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 (주석 2)
이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연일 연설내용을 거두절미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비난을 퍼붓고, 동교동 자택에는 ‘노인 시위대’가 몰려가 소란을 벌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6월 14일자로 발표한 “MB정권·조중동, 이번엔 'DJ 죽이기'인가”의 논평 요지를 싣는다.
MB정권·조중동, 이번엔 'DJ 죽이기'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 '6.15 기념연설' 관련 조중동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9돌 기념 특별연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며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난을 퍼붓고 있다.
12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사회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유도해야 할 분이 오히려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다", "530만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마치 독재정권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김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 "북핵개발은 6·15선언 이후 본격 시작된 일", "현 정부 들어 빈부격차가 완화되는 추세"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김 전 대통령이 "'독재자에 아부하지 말고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등 이명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부추기는 말을 노골적으로 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오늘날 북한이 많은 어려움을 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며 발언 내용을 거두절미 왜곡했다. 나아가 "김대중씨는 말 없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이런 발언을 그만두고 침묵해주기 바란다"며 전직 대통령을 '씨'라고 부르는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한술 더 떴다.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발언에서는 내전이 발발하고 있는 아프리카 후진국의 반군 지도자의 선동을 듣고 있는 착각까지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박희태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했다.
13일에는 조중동이 들고일어났다.
조중동은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 국가 원로다운 언행을>(조선), <전직 대통령의 금도(襟度)가 아쉽다>(중앙), <'민주' 탈 쓰고 反민주 부추긴 DJ의 정권타도 선동>(동아)이라는 사설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고 비난했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특기인 '거두절미', '짜깁기' 실력을 발휘해 김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권 타도"를 부추긴 것처럼 몰았다.
동아일보는 아예 제목부터 "정권타도 선동"이라고 썼고, "폭동이라도 부채질하려는 속셈"이냐고 질타했다.
중앙일보는 김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이 돼서 모두 들고 일어나야한다"고 "몰아쳤다"면서 "정부를 타도하자는 선동과 다름없다"고 강변했다. 조선일보도 김 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심해졌다'며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을 제 정신으로 들었다면 이렇게 몰아붙일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아래 벌어지는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연설 어디에서도 조중동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주장하는 '이명박 정권 타도' 선동을 찾을 수 없다. 민주주의 후퇴에 맞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는 말이 "정권 타도" 선동이란 말인가?
김 전 대통령은 "양심에 따른 행동"을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디서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어디서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투표 제대로 하고, 여론조사에서 정확하게 의견을 표현하자는 것도 "정권 타도" 선동인가? 게다가 조중동과 한나라당 인사들이 집중 부각하는 "들고 일어나야한다"는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나 악의적으로 김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지 알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핵실험과 미사일 반대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는 어디까지나 6자회담에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반대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통일을 할 때 100년, 1000년 걸려도 전쟁으로 해서 하는 통일은 안 됩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서 자유를 지키고, 서민경제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 지키는 이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조중동과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 대목을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거두절미 하고 이를 다시 "정권 타도 선동", "반정부 투쟁 선동"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특히 "빈부격차 사상 최악" 운운한 조선일보는 도대체 누구의 말을 인용한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조선일보는 김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부 비판이 "충격"과 "불만"에서 비롯된 것인 양 몰았다.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이 정부가 자신의 주장과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불만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도 정부 정책에 이견을 표시하고 반대할 수" 있지만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정부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독재'라고 부르고 '들고 일어나라'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일뿐더러 국가 원로가 취할 태도는 더욱 아니다"라며 점잖은 척 질책했다.
조선일보의 교활함을 거듭 확인하는 대목이다.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자신과 다른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권을 깎아내린 게 아니다. 수 십년 민주화 역사를 환기시키면서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호소이자, 우리 민족의 안위를 위해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호소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민과 이명박 정부 모두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 내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이밖에 조중동의 비뚤어진 김 전 대통령 공격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동아일보는 이번에도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동아일보는 김 전 대통령의 북한 핵문제 관련 발언을 거두절미해 "'북한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 것을 알고 있다'고 북의 대변인처럼 말했다". "DJ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면서 북을 비호한 것은 자기모순의 극치다"라며 색깔공세를 폈다.
이 역시 연설의 전체 내용을 본다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색깔공격인지 알 수 있다. '핵문제를 극단으로 끌고 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김 전 대통령 연설의 핵심 메시지였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감싸고 비호한 것처럼 왜곡해 누구보다 색깔론의 큰 피해자였던 원로 정치인에게 거듭 색깔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또 중앙일보는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한 것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죄가 있어도 수사하면 안된다는 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우리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조중동이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쏟아내는 비난과 막말, 왜곡을 접하며 역설적으로 이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가를 알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 일선을 떠난 고령의 전직 대통령이다. 그의 연설이 설령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귀에 거슬린다 해도 '국가 원로의 충고로 받아들이겠다'고 품위 있게 반응했다면 국민들은 그 태도만큼은 '높은 점수'를 매겼을 것이다. (주석 3)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실시한 6월 17일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대중의 발언에 "공감이 간다"는 응답은 51.7%,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35.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8%로 나타났다. 김대중의 현시국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대외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56%가 "문제없다", "문제가 있다"는 38.2%에 그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 KSOI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날선 공격은 정치적이라 치더라도 조ㆍ중ㆍ동의 이성을 잃은 듯한 공격은 다분히 정파적이다. 고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국민의 뜻과도 배치되고 발언 내용과도 상치되는 ‘김대중 죽이기’의 연장선상이다.
한 평론가는 1995년 1월 “적어도 십수 년간 한국정치와 관련하여 가장 두드러진 음모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김대중 죽이기’라면서 “집단적인 탐욕과 음모와 무지와 위선과 기만에 희생된, 앞으로도 희생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바로 김대중이다.” (주석 4)라고 썼다. 그의 ‘예언’대로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김대중에 대한 보수 권력과 보수 언론의 ‘김대중 죽이기’는 그치지 않는다.
김대중으로 말하면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ㆍ이명박 정권 등 6개 정권과 싸우고 핍박받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김대중 반세기 정치역정의 신산함과 한국현대사의 파행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석
1) <경향신문>, 2009년 5월 30일.
2) <서울신문>, 2009년 6월 1일.
3) <민주언론시민연합>, 2009년 6월 14일, <오마이뉴스>에서 전재.
4) 강준만, <김대중죽이기>, 개마고원, 1995.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 주필을 거쳐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문화론을 가르쳤으며, 4년여동안 독립기념관장에 재직했다.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 제주 4.3희생자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백범학술원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국회 추천), 친일파재산환수위원회 자문위원, 친일파 인명사전 편찬부원장 등을 맡아 바른 역사 찾기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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