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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길 빼빼로 가득한 길거리 가판대 사이로 나의 슬픔은 걸었다. 조용히 빼빼로 한묶음을 계산대 위로 가져가, 올해도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두다리 사이로 길게 늘어진 녀석이 허벅지 사이를 부비며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낸다. 까닭없이 차가워야 했던 지난 세월을 훔쳐낸다. 눈앞을 적시는 촉촉한 그림자가 세상을 멍들이고 그러다 느닷없이 복받쳐와도 오늘도 사람으로, 사랑으로 붐비는 이 거리를 나의 슬픔은 홀로 걸었다. 저무는 햇볕, 귓가에 쓸쓸하게 읊조리며 한강다리, 차가운 바람 사이로 나의 외로움은 걸었다. 우리 처음 함께 춤추던 그 순간 너의 눈가엔 하얀눈물이 맺혔고 하얀 불꽃은 밤하늘을 수놓았다. 네게 손가락 반지 끼워 청혼하던 그 날. 내 인생의 두루마리휴지는 풀렸고 하얀도화지, 하얀물감. 더 없이 행복한 그림만을 그렸다. 그런데, 욕망으로 배를 채우던 나날들 한칸 한칸 뜯어내 그려내던 그림들은 빛바랜 옛사진처럼 누렇게 굳어갔고 무너진 욕망의 잔재에선 알수없는 공허함만이 싹텄다. 그리고 오늘도 그 공허함으로 붐비는 이 거리를 나의 외로움은 홀로 걸었다. 이렇게 외로운 날이면 아버지의 숨겨둔 소주병처럼 난 항상 버릇처럼 너를 꺼내잡았다. 잔뜩 곧추세워 세상 가득한 공허함을 조금 내몰고 살살만져 왜이리 쌀쌀맞어 눈치주는 네 모습 외면한채 욕망에 취해 모질게 끌어안고 옷고름 풀어헤치다 거친손길에 상처 속 곪은 고름처럼 터져나오는 하얀 비명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찌 내 아픔이 네 아픔보다 크다 할까... 힘없이 주저앉아버린 너의 머리위로 내몰았던 공허함이 다시금 밀려든다. 슬픔의 무게가 상처를 짓누른다. 참을수 없는 허전함에 사들고온 빼빼로를 가져와 텅빈 위장속으로 마구 우겨넣는다. 그렇게 홀로 사온 막대과자를 먹으며 나는 한참을 배불렀다. 세월이 갈수록 벨트위로 올라서려는 뱃살처럼 나도 슬픔에 배불렀다. -------------------------------------------- 선물용 빼빼로는 굵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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