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강원도 횡성 육군 야전공병단의 한 대대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병사 2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돼, 우리 군의 총기와 병력 관리에 우려가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선·후임병 간의 갈등으로 인해 빚어진 ‘사살 후 자살’ 사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건 개요
육군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점심을 먹으러 가던 권모 상병이 총성을 듣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숨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숨진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부대 탄약고 경계 근무에 들어가 낮 12시에 다음 근무조와 바꿀 예정이었다. 두 사람이 한 초소에서 함께 근무하는데, 교대 10분 정도를 남기고 사고가 난 것이다.
육군은 사고 직후 3개월 먼저 군에 입대한 이 상병은 목에, 후임병인 한 상병은 복부에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실탄 2발은 모두 이 상병의 K-1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육군은 전했다. 이들은 이날 근무에 들어가면서 각각 실탄 15발과 공포탄 5발을 지급 받았다. 누가 가해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상병이 한 상병을 쏘고 자살을 택했는지, 그 반대인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육군 발표와 달리 이날 사건 조사를 참관한 군사상자인권연대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입 속으로 총알이 들어가 뒤통수 쪽으로 뚫고 나가거나 머리에 박힌 상황”이라고 전해, 사건 경위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총성을 듣고 현장에 간 권 상병이 초소 문을 열었을 때 이 상병은 살아있는 상태였고, 놀란 권 상병이 신고를 위해 자리를 뜬 뒤 총성이 한 발 더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육군측은 다만 이번 사고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두 명 중 한 명이 부대 생활 적응이 어려워 극단적 행동을 한 뒤 자살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총기·병력 관리 문제 없나
우선 사고가 대낮에 2명이 함께 근무하는 초소에서 발생해 병력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평소 갈등을 겪다 사고가 났다면 같은 초소에서 근무를 하지 않도록 미리 조처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원래 다른 중대 소속이었다가 최근 한 중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병사 중 한 명이 군생활 부적응자였을 경우를 가정해도 문제다. 육군은 지난 2005년 6월 김동민 일병 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병사를 걸러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군 생활 부적응자를 대상으로 육군이 운영 중인 ‘비전캠프’ 입소자가 지난해 8600여명에 달하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4월부터 전·후방 모든 부대의 경계 근무자에게 실탄 휴대를 의무화했었다. 경계병이 민간인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총기까지 뺏기는 사건이 이어지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작년 4월부터 지난 연말까지 19건의 총기사고로 16명이 사망, 실탄 휴대 의무화 이전인 지난해 1~3월(2건)에 비해 총기사고가 크게 늘어나 군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