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운전자가 운전미숙으로 가드레일이 없는 구간을 지나쳐 저수지로 추락, 탑승자들이 사망했을 경우 도로변 공공시설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피해가 커졌다면 시설물 관리자에게도 손해배상 공동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3단독 김승휘 판사는 29일 중앙선 너머로 운행하던 중 마주오던 차량을 피하다 저수지에 빠져 아내와 아들이 한꺼번에 숨진 임모씨의 보험사인 H화재보험측이 전남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총배상액의 10%인 113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도로변에 하천이 있어 도로 이탈 차량이 수몰될 염려가 있는 구간에는 반드시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함에도 사고지점 가드레일의 경우 일부 구간(4.6m)이 절단된 채 비워져있어 원고측 고객의 피해가 컸다"며 "시설물 설치.관리권자인 전남도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법과 건설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도로변에 호수 또는 하천 등이 있어 길 밖으로 벗어난 차량이 수몰될 가능성이 있는 구간에는 방호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부근 경작지에 농기구가 출입할 수 있도록 가드레일을 비워 뒀고 이는 전국적 관행'이라는 전남도의 반박에 대해 재판부는 '가드레일 절단부로부터 50m떨어진 곳부터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지 않고 그 부분을 통해 농기구 출입이 가능한 점'등을 들어 '관행'을 앞세운 피고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점, 맞은 편 차량을 피하려다 운전미숙으로 핸들을 과다하게 꺾는 바람에 사고가 난 점 등을 감안, 피고의 책임을 1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2003년 3월 전남 함평군 신광면에서 해보면 방향으로 승용를 타고 가던 중 중앙선을 넘어 진행하다 마주오던 차량을 피하기 위해 조향장치를 과다하게 조작하다 가드레일 일부가 끊어진 구간을 통과, 3m깊이 저수지에 빠졌다.
이 사고로 아내와 아들이 익사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했고, 보험사인 원고측은 유족배상금과 치료비, 차량 매각대금 등 모두 1억1326만원을 지급한 뒤 '가드레일이 없어 피해가 큰만큼 원고측이 배상액의 60%를 부담하라'며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