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입원했다가 암 환자로 둔갑돼 수술을 받은 후 장애인이 됐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10년간 호소하고 다녔지만 남은 것은 가정파탄과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 뿐입니다."
15일 대전시 동구에서 만난 박모(60)씨가 노기어린 목소리로 열변을 토했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대전 모 병원에 입원해 엉뚱한 수술을 받다 정맥이 절단되고, 암 환자로 둔갑돼 각종 수술을 받고 장애인이 됐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의 '억울한 사연'은 10년 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축일과 함께 페인트 대리점을 운영했던 박씨는 차를 몰고 대전시 서구의 한 도로를 달리던 중 교통사고를 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대 손상과 타박상 등 비교적 경미한 부상으로 입원한 박씨에게 악몽같은 시련이 시작된 것은 바로 입원한 병원에서 교통사고와 관련없는 '낭종 수술'을 하면서부터였다.
"치과 치료 때문에 이하선염을 앓고 있었는데 그걸 낭종이라고 하면서 수술을 하더니 정맥을 절단해 버린 거예요. 그리고선 경부암을 수술해 주먹만한 암덩어리를 제거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를 집도한 의사는 정형외과 의사면허를 가지고 외과전문 수술을 했고, 수술을 함께한 사람은 의사가 아닌 수의사였습니다."
수술 후 혈압이 높아지는 등 몸 상태가 나빠진 박씨는 병원의 소개로 대전의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병원에서 박씨의 편도에서 떼 낸 조직은 박씨와 이름이 비슷한 50대 여성의 자궁암 조직과 섞여 암 환자로 둔갑됐고, 또다시 옮겨진 병원에서는 재검사도 없이 '곽청수술'을 하고 몸 곳곳의 조직을 떼는 바람에 장애인이 됐다고 박씨는 주장하고 있다.
"의료사고를 숨기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암 환자로 만들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건축일을 할 정도로 멀쩡하던 손을 수술 이후 쓰지 못하게 된 박씨는 '이대로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생각,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한편 자신이 의료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송사와 자료수집, 불편해진 몸 때문에 생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박씨는 재산을 모두 탕진했고, 그 바람에 가족들도 박씨 곁을 떠났다.
그동안 모은 각종 자료만 해도 수십 박스로, 그의 집 한 귀퉁이는 자료박스로 가득하다.
그러던 최근, 박씨는 자신이 암에 걸리지 않았음을 입증할 만한 자료와 증언 등을 확보했다고 말한다.
"두 병원의 진단서 내용이 며칠 간격으로 틀리고 제 기록에 자궁암에 걸린 50대 여성의 기록이 포함된 점이나 2005년 옮겨졌던 병원의 의사가 '암 검사를 하지 않고 수술을 했다'는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제가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기관은 "재조사를 신청했지만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박씨는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박씨는 "10년 동안 목을 죄는 고통을 겪어 왔지만 누구도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다"면서 "얼마 살 수도 없는 몸뚱이이지만 사과를 받고, 고통없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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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신경쓰다고 너무 병원자주 다니시면 없던 병도 생길수 있습니다